해변의 카프카 -하 (양장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국인들이 좋아하는 세계의 소설가 중 한 사람인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이름에서는 그냥 차분함과 적막함이 풍겨 나온다는 게 나의 느낌이다. '상실의 시대'에 이어 두 번째로 그를 접하게 되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거대한 메타포구나'~~ 하는 생각을 시종 일관했더랬다. 잘 읽은 건가? 책 넘김은 비교적 쉬웠으나, 그 메타포에 한 번씩 지쳤다. 세계에서 가장 터프한 열다섯 살 소년 다무라 카프카가 네 살 때 저를 버리고 떠난 엄마와 누나를 가설로 정해놓고 아들을 향해 오이디푸스 신화의 저주를 했던 아버지를 떠나 가출을 해서는 고무라 도서관이라는 한 자본가의 사립 도서관에 머물게 되면서 만나는 사람과 그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와, 초등학교 시절 원인 모르는 신비한 사건에 노출되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뒤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나카타라는 노인의 이야기가 번갈아 펼쳐지면서 고무라 도서관이라는 장소에서, 사에키라는 인물에서 종착이 된다.

1,2권에 이어지는 방대한 양과 방대한 전개를 마치 전혀 상관없을 듯, 하지만 거대한 퍼즐처럼 맞춰나가는 이 소설에서는 역시나 음식과 고전음악, 철학과 패션과 일본의 고전, 그리고 그리스 신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 부분에서 가끔 밀란 쿤데라를 생각하기도 했다.

상실의 시대에서처럼 어린 나이에 운명적인 사랑을 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그중 한 사람의 죽음과 남은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미용사이며 카프카의 누나일지도 모르는 사쿠라, 엄마 일지도 모르나 그가 사랑한 사에키, 텅 빈 사람 나키타, 혈우병을 앓고 있는 성별 불문의 오시마, 그리고 호시노라는 청년과 유명한 조각가 이자, 카프카의 아버지인듯하고, 고양이의 영혼으로 피리를 만드는 남자 조니 워커, 그리고 추상적이며 특별한 존재인 커넬 샌더스, 또한 사에키의 노래이기도 하고 그림이기도 한, '해변의 카프카', 그리고 '입구의 돌'...이 소설은 메타포로 이루어져 있다.,

대한 메타포, 하루키는 이 책을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와 재미를 느끼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는데, 또 읽게 될는지는 .. 1Q84도 구입해 놓은 상태인데 좀 시간차를 두고 읽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작품 속 호시노가 찻집에서 듣게 되는 베토벤의 '대공 트리오'와 하이든 협주곡 1번, 피에르 푸에니의 첼로 연주..

"나는 보다시피 이런 인간이다 보니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여러 의미에서 차별받아왔어" 하고 오시마 씨가 말한다. "차별당하는 심정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얼마나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것인지, 그것은 차별당해 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지, 아픔이라는 것은 개별적인 것이어서, 그 뒤에는 개별적인 상처 자국이 남아. 그렇기 때문에 공평함이나 공정함을 추구하는 데에는 나도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다만 내가 그것보다 더 짜증이 나는 것은 상상력이 결여된 인간들 때문이야. T.S 엘리엇이 말하는 ‘공허한 인간들‘이지. 상상력이 결여된 부분을 공허한 부분을, 무감각한 지푸라기로 메운 주제에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바깥을 돌아다니는 인간이지. 그리고 그 무감각함을, 공허한 말을 늘어놓으면서, 타인에게 억지로 강요하려는 인간들이지. 즉 쉽게 말하자면 조금 전 도서관의 실태를 조사하러 온 두 여성 같은 인간들이라구."

누구나 사랑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결여된 일부를 찾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다소의 차이는 있을망정 언제나 애절한 마음이 되는 거야, 아주 먼 옛날에 잃어버린 그리운 방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은 기분이 되는 거지."

인간이란,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태어나서 자란 장소에 얽매이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 사고방식이나 느낌은 아마도 지형과 온도와 풍향과 연동하고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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