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전쟁소설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한 책을 읽으며 다음 읽을 책을 기웃거리면서, 나름 균형 잡힌 안배를 도모했는데, 일본 문학을 계속 미루다 보니, 이런 시행착오를`~
여러 이웃님들의 추천으로 '조지 오웰'을 네 번째 만나는 작품이다.
2년 전 바르셀로나를 갔을 때 공원에서 카탈루냐 전통춤을 추는 사람들을 만났었다. 남녀노소가 빙 둘러서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간단한 동작의 댄스를 추다가 어느 박자에선가 "카탈루냐~" 하면서 외친다. 어르신들 틈에 낀, 소년 소녀들의 모습 모두 미소가 가득했고, 그 간단한 춤 동작과 외치는 소리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30대 중반의 '조지 오웰'은 스페인의 내전에 소련의 지지를 받고 있는 공화국 정부군 소속 통일노동자당의 의용군으로 참가한다.
영국인인 그가 남의 나라 내전에 참가한 이유는, 신문기사를 쓰려고 스페인에 갔다가 의용군 모집 포스터, "당신은 민주주의를 위해서 무엇을 했습니까?"에 꽂혀서, 파시즘에 맞서 싸우고, 공동체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의 북동부 카탈로니아의 항구도시이다.
그가 바르셀로나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무정부주의자(아나키스트)들이 장악하고, 혁명이 활발히 진행되고, 노동 계급이 권력을 잡은 이상적인 모습으로 비쳤다.
이 도시의 대동맥, 람블라스 거리는 노동 계급의 거칠 한 옷차림과 혁명가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노동자들의 국가, 그것은 그에게 싸워서 지킬 만한 어떤 가치가 있음을 확신케 하였다.
비록 식량과 물자가 부족했지만 사람들은 모두 만족해했고 희망이 넘쳤다. 실업은 없었고, 혁명과 미래에 대한 믿음으로 '조지 오웰' 역시 이미 평등과 자유의 시대로 들어 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모든 부르주아들은 도망가거나, 죽거나, 노동자 편으로 넘어왔거나 .. 그러나 실상 그들은 기회를 엿보며 프롤레타리아 행세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다.
이들 레닌 병영의 의용군들은 16세 미만의 소년이 절반이며, 무기 사용 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제복 또한 각각의 체계상 심각한 결함이 있는 오합지졸 집단이었다. '오웰'의 눈에 비친 카탈로니아 노동 계급의 사람들은 솔직하고, 관대함이 장점이지만, 비능률적이고 시간을 잘 어기며, 미루기를 잘하는 사람들로 비친다.
'오웰'은 스페인을 경멸하지만, 스페인 사람들을 매우 좋아하게 된다.
그 나라 사람들의 타고난 기질을 묘사하는 부분이 꽤 많다.
스페인다움, 스페인스럽다 등등.. 그리고 안달루시아 지방의 사람들에 대한 묘사도 인상 깊다.
막상 전선에 투입이 되자, 전투를 본 적은 없었고, 추위를 견디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동하면서 만나는 전투는 이미 비켜갔거나 교착상태에 있었다. 그리고 의미 없는 총알들만 빈 골짜기를 가로질렀다. 그곳에서 '오웰'은 총 5명의 부상자를 목격하게 되는데, 모두 자기무기에 자기가 부상당한 경우였다.
전쟁이 아니고 무언극일 뿐이다. 이 전쟁은 민주주의를 위한 눈속임, 사기이다. 회의감이 올 때쯤 참호에서 목을 관통하는 총상을 입게 된 '오웰'은, 병원으로 후송되고, 요양소 생활을 하게 된다.
전쟁 참여 불가 판정을 받고 제대증을 받은 후 아내가 묵고 있는 호텔로 돌아가는데,
'오웰'의 의용군이 속해있던 통일 노동자당이 파시스트에 매수당한, 불법 조직으로 몰려서 그곳 복무자 출신들이 모두 체포되고 있었다. 결국 그는 아내와 함께 프랑스로 탈출하고 영국으로 돌아온 후 이 책을 발표한다. 1938년,
이 전쟁은 1936년 7월부터 1939년 3월까지 이어지는데, 이미 1차 세계대전이 있었고, 2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바로 전 사이에 일어났었다.
결국 '오웰'의 예측대로 의용군이 속한 공화국 정부군은 패하고, '프랑코' 장군이 주도한 반란군의 승리로 끝난다. 스페인의 민주주의 싹을 짓밟은 '프랑코' 정부는 강력한 파시즘 국가를 수립하고, 2차 대전엔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독일과 이탈리아를 지원하여 국제적으로 고립되기도 한다. 그리고 '프랑코'는 죽는 날까지 공화파와 공산주의에 대대적인 탄압을 벌인다.
그때 당시 유럽 각국의 공산주의자와 사회주의자는 국제 의용군에 입대를 응원하였고, 사회주의자였던 '조지 오웰'은 반공주의자로도 유명한데, 어릴 때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같은 건 줄 알았던 나는, '유시민'과 '조지 오웰'을 통해 두 선을 확실히 긋게 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오웰'에게 있어 이 전쟁의 경험은 훗날 '동물농장'과, '1984'의 사상적 배경이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