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내 심장을 쏴라 -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은행나무 세계문학상 수상작 5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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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 3년 쯤 전에 '7년의 밤'을 읽으면서 엄청, 경이롭고 두렵고 잠자는 시간까지 아까워 하며 흠뻑 빠져있던 생각이 난다.

작가가 남자인줄 착각했었다. 그리고 28을 읽고- 이 작품은 좀 불편해 하며 읽었던 기억, 책을 읽을때는 내가 그때 당시 처해있는 상황과 심리적인 상태의 영향도 크기 때문에...'종의 기원'또한 그러할까봐 손 못대고 소문에 귀기울이는 중, 사서의 권유로 이 소설을 읽게 되었다.

​또 한 번 놀란다. 정유정이라고 하는 괴물 작가에 대해서, 읽는 내내 이수명에 몰입되고, 류승민에 몰입되고 작가의 유머에 또 몰입되었다. 그녀의 언어, 그리고 슬픈 유머..

작가의 말-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병동 주민들은 라이터를 사이코패스 범주에 넣는다. 사이코패스는 미친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냥 우라지게 무서운 놈이다. 우라지게 무서운 놈의 물건과 비위는 건드리지 않는 게 철칙이다. 방울뱀 소굴에 손을 넣고 휘젓는 짓은 미친놈도 안 한다는 말씀이다.

땅거미가 깔리고 있었다. 하늘도, 숲도, 수리호도 온통 먹빛이었다. 땅거미의 먹빛은 동트기 전의 먹빛과 의미가 다르다. 불안을 부르는 빛이었다. 충동을 깨우는 빛이었다. 머리를 낮추고 포복해오는 광기의 그림자였다. 크고 작은 사고, 폭력과 자살 소동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간이 바로 땅거미가 내릴 무렵이었다. 누군가는 약기운이 힘을 잃는 때라 그렇다고 했다. 어떤 이들은 다가오는 어둠에 대한 동물적 공포 때문이라고 했다. 뭐가 맞는지는 신이 나 알 일이었다. 내가 아는 건 나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뿐이다.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불안을 느꼈다. 가볍게 지나가는 날도 있었고, 습격하듯 들이닥치는 날도 있었다. 습격의 날엔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뭐든 저질러 버리거나, 숨거나, 사람들은 그걸 ‘땅거미의 주술‘이라 불렀다.

‘안 돼‘와 ‘안 해‘사이의 괴리가 한 인간의 성미를 어떤 식으로 건드리라는 가에 대해 설명하라면, 열 시간짜리 강의도 할 수 있다. 그냥 한마디로 하라고? 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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