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앤'의 저자 '루시모드 몽고메리'의 작품이다. 캐나다의 소설이고 1930년대의 작품이다. 여성을 상급학교에 진학시키는 일이 극히 드물던 그 시절에 '몽고메리'는 어린 시절 엄마를 여의고 우체국을 경영하던 조부모에게 양육되었다. 그녀의 외로움과 결핍은 '빨강머리 앤'을 비롯한 여러 사랑스런 소녀 캐릭터들을 탄생시켰다고 본다.
이 소설의 전개는 85세의 '베키 다크' 아주머니가 죽음을 앞두고 접견 하례를 도모한 일로 시작된다. 그 섬마을은 '다크 집안'과 스페인 혈통의 '펜할로우 집안'이 서로 혼인을 해서 이루어진 마을로 마을 사람들 거의가 모두 친인척 관계이다.
그녀는 그 일족의 우두머리 격으로 괴팍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사람들에게 난처한 질문을 던져서 잊고 싶어 하는 기억을 들춰내는 고약한 할머니이다. 그녀는 하품 나는 여자보다는 심술궂은 여자가 되겠다고 자처하기도 한다.
그녀에게는 '다크 단지'라는 이름의 작은 항아리가 있는데, 역사와 세월을 거듭하며 존귀해진 물건이다.
원래는 1826년 '해리엇 다크'에게 연인이었던 '알드보르'라는 선장이 그녀에게 선물하고는 사고로 익사해버려 유품이 된 셈이다. 단지 중심부에 핑크와 초록의 고리 매듭이 있었고, 오래된 포푸리가 담겨 있던 이 단지는 아득한 시간 저편의 피 끓던 젊음과 사나운 정열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물건이었다.
처음엔 여동생 '사라 다크'(외사촌 '로버트 펜할로우'와 결혼)에게 물려졌고, 그 당시엔 잼 용기로 사용했다가 딸 '레이첼 팬할로우'( '토마스 다크'와 결혼)에게 물려졌다가 아들 '테오도르 다크'에게 물려지고 그가 '베키 아주머니'와 결혼할 즈음 가보로 승격이 된 것이다. 그리고 집안의 수호신이자, '다크 집안'과 '펜할로우 집안' 의 곁에 있어야만 하는 물건으로 여겨졌다.
음식 준비도 없이 접견 하례에 일족을 초대한 '베키 다크' 아주머니는 올해를 못 넘긴다는 통지를 받고 고별 인사차 소집했노라고, 누가 단지의 주인이 될지를 정하고자 한다고 한다.
엄청난 숫자의 일족들이 엄청난 저마다의 사연만큼 독특한 이력들을 가지고 등장한다. 노처녀, 노총각, 전쟁 과부, 아내를 잃은 홀애비, 아내를 잃고 자살을 준비하는 자, 결혼 첫날 헤어진 채 10년을 바라보기만 하는 커플, 이제 막 사랑에 눈을 떠가는 10대의 처녀들, 모험으로 떠돌던 사람, 사랑에 목마른 사생아, 의사 등등
'베키 아주머니'는 이상한 부고문을 낭독하고, 자신의 유품들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나누어준다. 자기 멋대로 사람들의 취향이나 바람은 묻지도 않은 채,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만이었다. 다이아 반지를 받은 그녀의 하녀만 빼고는..
10분간의 휴식시간에 '베키 아주머니'는 40대 이상의 일족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거로 돌아가 다시 살아보고 싶지 않냐고?
결국 단지의 주인은 결정하지 않고, '댄디 다크'에게 일임을 한다.
그리고는 평생 '크로스비 영감'을 사랑했노라는 엉뚱한 고백을 해놓고는 접견 하례가 끝난다. 이로 인해 모여든 일족들에게 '베키 아주머니'와 그녀의 단지를 매개로 한, 많은 일들이 벌어질 조짐이 인다.
얼마 후 '베키 아주머니'는 평안하게 사망한다. 또 엄청난 숫자의 일족들이 엄청난 저마다의 사연만큼 독특하게 장례식장에 나타나서 애도를 한다.
수많은 일족들은 단지의 주인이 되고 싶어 하기도 하고, 욕망하지 않더라도 가족 중에 주인이 되기를 원하고 하여, 욕을 일삼는 일도 피하고, 싸움도 피하고, 결혼을 도모하고자 하며, 화해를 하고, 교회도 열심히 다니고 해서 단지의 주인이 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다크 단지'를 소망하든 하지 않든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마가렛 펜할로우'는 양재사로 웨딩드레스를 만든다. 노처녀로 동생의 집에 기거하면서 단지의 주인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런 그녀에게 53세의 '페니퀵 다크'는 단지를 물려받기 위해 결혼을 결심하고는 선심 쓰듯 그녀를 택한다. 유부녀라는 사회적 지위를 얻고자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지만, 자기애에 빠진 '페나퀵'과의 결혼에 두려움을 느끼던 차, 역시 두려움을 느끼던 그의 제안으로 결혼 날짜를 연기해가다가 결국엔 파혼을 한다.
한편 숙부의 집에 얹혀사는 사생아 소년 '브라이언 다크'는 늘 외롭고 사랑에 목이 마르다. 간절하게 친구를 원하던 기도 끝에 고양이 '크라캣'이 나타나 우정을 키우지만 그 고양이가 살해당하고 불행해하던 끝, '마가렛 펜할로우'가 파혼 이후 '베키 아주머니'에게 유산으로 받은 서적을 많은 돈을 받고 팔아서 마련한 집에 함께 살자는 제안을 받고 가정을 이루고 산다.
'조슬린 펜할로우'는' 휴다크'와 결혼하는 날 신랑의 들러리를 선 절세미남 '프랭크 다크'에게 반해서 그들이 신혼살림을 꾸미려던 '트리우페 농장'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10년 동안 억측이 난무하지만 둘 다 입을 꾹 다물고 지낸다. 그런 '휴다크'에게는 그의 사랑을 기다리는 '폴린 다크'라는 여인이 있고, '조슬린'과 이혼하고 '폴린'과의 결혼을 종용하는 가족이 있지만 '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베키 아주머니'의 접견 하례에서 마주친 '조슬린'과 '휴'는 원망과 복잡한 마음으로 엇갈리기만 한다. 둘은 그래도 결혼 상태이긴 한 것이다.
그 이후 다시 나타난 '프랭크'를 본 '조슬린'은 이미 소문을 듣고 마음이 설레였지만, 그간 살이 찌고 머리도 벗겨진 실패자의 모습에 실망한다. 이 부부의 파경이 자기 때문인지도 전혀 모르고 있던 '프랭크'는 돈이 많은 여자와 결혼을 하고 이 마을에 정착을 꾀한다.
'조슬린'은 '휴'의 사고 소식과 그의 어머니의 말을 통해 '휴'의 사랑을 확신하고, 그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화해하고 보금자리 '트리우페 농장'에서 따뜻하고 아늑하게 지내게 된다.
'가이 펜 할로우'는 18세의 소녀로 깁슨 집안의 은행원 '노엘'과 교제를 한다. 집안의 반대에도 아랑곳 않고 지내던 둘은 어느 날 '가이'의 여름 친구인 '낸 펜할로우'의 훼방으로 사랑과 믿음에 금이 간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하던 '가이'에게 집안에서 짝지어 주고 싶어 하던 30대의 의사 '로저 펜할로우'를 통해 위로를 받지만 그의 청혼에도 마음을 잡지 못하다가 '가이'의 사랑을 빼앗아 즐기다 싫증이 나버린 '낸'이 찾아와 '노엘'을 놓아 주겠으니 다시 사랑해도 된다는 말에 어이없지만 아직도 못 잊은 '노엘'을 그리워하던 차, 다시 나타난 '노엘'의 모습에서 자신의 콩깍지를 반성하고, 집안의 반대가 옳았음을, 그리고 로저'의 성숙한 모습과 사랑의 소중함을 깨닫고는 진정 그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한편 포악한 아버지를 둔 전쟁과부 '도나 다크'는 평생 죽은 남편을 그리며 살려고 한다. 접견 하례에서 그녀를 본 떠돌이 탐험가 '피터 펜할로우'는 그런 그녀에게 반하고, 그녀 역시 그를 마음에 둔다. 둘의 사랑을 확인하고는 함께 결혼해서 떠나고자 하나, 아버지와 이복 언니, 그리고 같은 처지라 의지하며 지내던 친구 '버지니아 포웰'의 만류가 어마어마하다.
너무 자유분방하고 여자를 모르는 '피터 펜할로우'의 섬세하지 못함에 실망한 '도나다크'는 그와 말싸움 끝 이별을 결심하고 그는 떠나버렸지만, 화재에서 우연히 그녀를 구해줌에 감동받은 아버지의 지지로 화해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한편 '다크 단지'의 주인을 결정하는 시간이 다가와 일족들이 또 모여들지만, '댄디'는 '베키 아주머니'가 단지의 주인을 지목한 밀봉된 편지를 잃어버렸다 하고, 미래를 보는 신기한 달 사람 '오스왈드 다크'가 단지를 집어 던져버리는 바람에 산산조각이 난다.
던져진 단지를 피하려던 건지, 받으려던 건지 휠체어 신세를 면치 못했던 기억상실자 '로손 다크'는 순간 벌떡 일어났고, 아내 '나오미'를 기억해냈다.
그리고 아내의 죽음 이후 자살을 결심했던 '템페스트 다크'는 살려는 의지가 생겼으며 절교했던 '빅샘'과 '리틀샘'은 화해를 한다.
'베키 아주머니'의 죽음과 단지 상속은 결국 일족의 사랑 열풍, 결혼 열풍을 일으킨 결과가 된다. 그녀가 남기고자 한 유품은 결국 그냥 단지가 아닌, '사랑'이었고, 그 '다크 단지'는 사랑과 이별을 되풀이해서 대대로 내려왔지만,
사랑이란 것도 젊음이란 것도 콩깍지도 어쩜 지나가버리고 늙고 퇴색될지언정
그래도 숭고한 것이라는 교훈쯤 되겠다. 그러니 지금 사랑하자~!
감수성 충만한 수다쟁이 소녀의 이야기 같은 이 책은 동화와 소설의 중간쯤에 속한다. 밝고 경쾌하고,.. 수많은 일족의 사람들 이름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면서 읽어야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