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날마다 축제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주순애 옮김 / 이숲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은 1957-1960년 사이에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자신의 1921-1926년까지의 파리 생활을 회고하면서 쓴 것으로 1961년에 그가 권총으로 생을 마감하였으므로 1964년에 ‘움직이는 축제’란 제목으로, 회고록이자, 유고집으로 발표되었던 것을 2010년도에 미발표 원고까지 포함하여 ‘파리는 날마다 축제’로 출판한 것이다.

리의 특파원으로 지내면서, 첫 번째 부인 ‘해들리’와 함께 당시 파리 살롱의 대모 ‘거트루드 스타인’ 여사에게 글쓰기 지도를 받으며 화가나 ‘스콧 피츠제럴드’ 같은 글 쓰는 사람들, 시인들과 교류하기도 하고, 신문사에 글을 보내 원고료를 받으며 캐나다와 오스트리아, 스위스, 에스파냐 등을 여행하기도 한다.

‘거트루드 스타인’ 여사는 단편소설을 출판한 바 있는 여인으로 전쟁에 참가했던 젊은이들을 모두 ‘잃어버린 세대’라고 칭하며 ‘헤밍웨이’부부를 가까이 두고 지냈다.

예술가의 도시 파리는 전쟁으로 상처받은 예술가 즉 '잃어버린 세대'들이 모여들던, 그들이 교류하고 영혼의 상처를 어루만지던 도시였다.

편소설을 쓰고 싶어 했던 ‘헤밍웨이’는 장편 소설을 쓰는 일을 장거리 달리기 연습을 하듯 해야 한다고, 소설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절대로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서 소설을 써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하면서 ‘진솔한 문장 한 줄 쓰는 것’을 자기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권투를 즐겨 하고, 싸움도 잘하고, 낚시와 사냥을 즐기는, 체격이 컸던 ‘헤밍웨이’는 개차반이 될 수도 있는, 자칫 거친 기질이 있었지만, 반면에 독서광이고 지성적인 매력을 소유하여 여러 여자들에게 어필했던 듯하다.

한편 사냥광이면서 동시에 동물애호가이기도 했다는 그는 모순투성이, 방황하는 예술혼으로 가득한 사람이었나 보다.

계대전, 적십자 부대에 근무할 당시, 간호사였던 8세 연상의 ‘애그니스’는 그의 소설 「무기여 잘 있어라」의 모델이 되고, 첫사랑 그녀를 뒤로하고 역시 8세의 여성인 ‘해들리’와 결혼을 했는데, 파리에서의 생활은 그녀와의 생활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발표하였고, 아들 ‘범비’(애칭)를 얻었으나, 그녀 ‘해들리’를 몹시 사랑하면서도 ‘폴린’이란 여인과도 사랑을 나눈다.

재력가의 딸이었던 ‘폴린’은 그의 두 번째 아내가 되어 두 아들을 두었으며, 그녀와 지내면서 「무기여 잘 있어라」를 발표한다. 좋은 작품을 쓰고자 하는 그의 노력과 고통은, 사는 내내 그의 여성 편력과 저울질하면서 그와 함께 했던 듯하다.

한편 유부녀였던 ‘제인 메이슨’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며 4개월 동안 배를 타고 여행을 했으며 저널리스트였던 ‘마사 겔흔’과 교제를 시작하기도 한다. 결국 그녀, ‘마사 겔흔’과 결혼을 하고 여러 사건 사고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던 ‘헤밍웨이’는 타임의 여기자 ‘메리 웰시’와도 교제를 한다. ‘메리 웰시’와 결혼 후 18세의 이탈리아 귀족 ‘아드리나’에게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그사이 「노인과 바다」를 발표하며 그녀에게 그 책의 표지 디자인을 맡기기도 한다.

파리 여행 등을 즐기던 헤밍웨이는 아프리카 토속문화에 집착하는 나머지 원주민 소녀 ‘데바’와 결혼을 하기도 한다. 195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말년에 정신적, 육체적 질환에 시달리며 우울증에서 벗어나고자 치료를 받기도 했으나, 의사였던 그의 아버지처럼, 마비 증세로 몸이 말을 듣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와 같은 권총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의 나이 예순두 살, 1961년 7월 2일에.. 사인은 엽총의 오발사고라고 알려졌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살로 추정한다고..

이 책이 그의 여성편력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그냥 첫 부인 ‘해들리’와의 결혼생활 중 파리의 생활을 하면서 작가 지망생인 그가 벗들과 교류하고, 파리의 카페와 책방, 가난한 젊음과 날씨, 그곳에서의 생활 이야기가 전부이며, 미발표 원고 중 ‘해들리’와의 결혼 생활 중 등장하는 ‘폴린’과 가까워지게 되면서 두 여인들과 사랑을 오가는 내용이 잠깐 언급될 뿐이다. 그리고 사진으로 보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편에 그의 일대기를 담은 흑백사진들이 실려 있는데, ‘스콧 피츠 제럴드’가 ‘헤밍웨이’는 대작을 쓸 때마다 새로운 여성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하여 그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그가 만난 여성들과 그 시대 발표 작 들을 대입해가며 읽는 재미에 이런 정리를 해본다.

‘밀란 쿤데라’의 「불멸」에서 ‘헤밍웨이’를 몹시 조롱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책에서 ‘헤밍웨이’는 ‘도스토옙스키’를 조롱하기도 한다. 작가들끼리, 내가 우러르는 작가들을 지적하는 내용은 또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머잖아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읽어야겠다.】

 

 

 

그즈음의 나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사람이 포기하는 모든 일에는 허전함이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포기한 것이 나쁜 일이라면 공허감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고, 포기한 것이 좋은 일이라면 더 좋은 다른 일을 찾아야 공허한 마음을 채울 수 있었다. 64

글을 쓰는 데에도 역시 여러 가지 비결이 있다. 글을 쓰다가 어떤 부분을 생략할 때, 그 순간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지만, 생략해서 잃어버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생략된 부분은 언제나 남아 있는 부분을 더욱 강력하게 해준다. 2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