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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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이 책은 발표 당시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다 한다. 1년 이상 베스트셀러였다는 이 책을 이제야 만나게 됨이 안타까운 또 하나의 마법 같은 소설을 만났다.

열두 개의 달, 음식을 소개하고 만드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번역자는 해설을 통해 음식이 지닌 풍부한 감각을 통해 독자의 은밀한 감성과 욕망을 건드려 에로틱한 상상력을 부추기고, 오감을 열어 풍만한 감각의 세계인 음식을 즐길 때 우리 인간은 삶을 윤택하게 하는 에로틱한 정경을 만들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파 냄새를 견딜 수 없어 엄마 뱃속에서 울다가 울다가 조산아로 태어난 '티타', 그녀는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죽자 경황이 없이 농장과 가사를 돌봐야 했던 '마마 엘레나'에게 밀려나 반 귀머거리 팔십 대의 요리사 '나차'에게 길러진다.

'티타'는 엄마의 젖 대신 음료와 차를 먹으며 기쁨의 눈물과 슬픔의 눈물을 구별 못하고 삶의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혼동하며 자라지만 음식에 뛰어난 감각을 지니게 된다.

큰언니 '로사우라'와 작은언니 '헤르트루디스'에 이어 막내인 '티타'는 15세에 '페드로'로부터 청혼을 받지만 관습상 막내딸이 어머니가 죽는 날까지 돌봐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운명으로 인해 결혼을 할 수가 없다.

'마마 엘레나'는 청혼하러 온 '페드로'에게 큰딸 '로사우라와'의 결혼을 제안하고, '티타'의 운명으로 인해 결혼할 수 없음을 안 '페드로'는 그저 '티타'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로사우라'와 결혼을 한다. 슬픈 '티타'가 만든 그들의 결혼식 케익은 그녀의 눈물 몇 방울로 인해 마법 같은 식중독을 일으키고...

그리고 한집에서 살게 된다. '티타'와 '페드로'는 서로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의식하며 지낸다. '티타'는 '마마 엘레나'를 증오하고 '마마 엘레나'는 늘 그들을 감시한다.

'티타'를 가장 잘 알고 잘 보살폈던 요리사 '나차'도 죽자, 집안의 요리사가 된 '티타'는 자신의 요리 비법을 책으로 만들며, 담요를 뜨는 일로 외로움을 달랜다.

그리고 '티타'의 음식은 삶의 고비마다 마법을 일으킨다.

편 그 집안의 주치의 '존 브라운' 박사는 결혼초에 상처한 인물로 아들 '알렉사'를 키우고 있는 신사인데, '티타'에게 반해버린다.

'로사우라'와 '페드로'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로베르트'를 극진히 돌보던 '티타'는 조카를 엄마 '로사우라' 이상으로 사랑하고 아낀다. '페드로'와 '티타'의 관계를 의심하는 '마마 엘레나'에 의해 세 가족이 농장을 떠나서 지내다가 '로베르트'의 죽음 소식을 듣고는 몹시 분노한 '티타'는 엄마를 원망하며 조카의 죽음이 엄마의 탓이라고 소리 지르고 뛰쳐나간다.

슬픔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 '티타'는 비둘기 먹이는 일과 담요 뜨는 일에 집착을 보이다 엄마를 피해 비둘기 장으로 들어가 버린다. 내려오기를 거부하던 그녀는 비둘기가 죽어버린 이후에도 그곳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 '마마 엘레나'는 '티타'를 정신병원에 보내려고 '존 브라운' 박사를 부르고 그는 알몸의 그녀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서 보살핀다.

느 날 그녀의 말문이 열리고 음식을 먹을 만큼 회복된 즈음 도둑들의 습격으로 '마마 엘레나'가 반신불수가 되는 사고를 격자 '티타'가 농장으로 돌아온다.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이 가득하지만 극진히 보살피고자 하는 '티타'를 '마마 엘레나'는 사사건건 트집 잡고 그녀의 음식에 독이 있을 거라며 거부한다. 나름대로 해독의 풀들을 먹던 어느 날 '마마 엘레나'가 죽어버린다.

엄마가 애지중지하던 열쇠로 엄마의 상자를 열어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된 '티타'는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작은언니 '헤르트루디스'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후 혼자만 알기로 묻어두려 한다.

'로사우라'는 딸 '에스페란사'를 조산한다. 그리고 더 이상 임신을 할 수 없다는 선고를 듣는다. '에스페란사'는 여러모로 '티타'의 운명과 닮아있다. 그녀 역시 결혼을 못 하고 '로사우라'가 죽을 때까지 부양해야 하고, 부엌에서 '티타'의 손에 의해 길러진다. 젖 대신 차와 음료로..

장으로 돌아와 출산을 하고는 급격히 몸이 불어난 '로사우라'는 '티타'를 질투하면서 자기 남편과의 관계를 의심하지만, 악취와 가스 때문에 남편과 각방을 쓰고, '페드로'는 '티타'에게 노골적으로 접근을 하게 된다.

'존 브라운' 박사의 청혼으로 인해 결심을 했던 '티타'는 결국 순결을 빼앗기고는

존에게 '페드로'와의 관계를 고백하고 청혼을 거부한다.

'티타'와 '페드로'는 '에스페란사'의 터무니없는 운명을 거부하며 교육시키고자 한다. 그 문제로 언니 '로사우라'와 대립하던 중 '로사우라'는 급성 위경련으로 사망한다.

'티타'와 '페드로'는 그들 사랑의 방해자였던 '마마 엘레나'와 '로사우라'가 죽자 신혼 같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데 '에스페란사'에게 반한 '존 브라운'의 아들 '알렉사'와의 결혼식이 끝나자 자신들의 몸에서 생산된 인에 불꽃을 일으켜줄 무언가를 찾게 되고 폭발을 일으킨다.

'티타' 이모의 손에 자라나고, 그녀와 추억이 많은 '에스페란사'에게는 유독 양파 냄새에 민감한 딸이 있는데 그녀를 보면서 '티타'이모를 추억한다. 그리고 '티타'이모의 요리책이 그녀의 딸에게 전수된다.

아날로그 시대, 아날로그 음식 그리고 아날로그식 사랑이 요리가 부리는 마법처럼 펼쳐진다. 처음엔 요리가 마법을 부리는 줄 알았는데 결국 이 소설 자체가 내게 마법을 부렸다. 정말 색다르게 흥미롭다. 이 책에도 마술적 리얼리즘이 있다. 그리고 요리들이 에로틱하다. 읽는 내내 그 문화권 색다른 음식의 향연을 보는 듯하다. 참으로 묘하고 아름다운 소설이다. 

 

 

"아시다시피 우리 몸 안에도 인을 생산할 수 있는 물질이 있어요. 그보다 더한 것도 있죠.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걸 알려드릴까요? 우리 할머니는 아주 재미있는 이론을 가지고 계셨어요. 우리 모두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혼자서는 그 성냥에 불을 댕길 수 없다고 하셨죠. 방금 한 실험에서처럼 산소와 촛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산소는 사랑하는 사람의 입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촛불은 펑 하고 성냥불을 일으켜 줄 수 있는 음식이나 음악, 애무, 언어, 소리가 되겠지요. 잠시 동안 우리는 그 강렬한 느낌에 현혹됩니다. 우리 몸 안에서는 따듯한 열기가 피어오르지요. 이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사라지지만 나중에 다시 그 불길을 되살릴 수 있는 또 다른 폭발이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각자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불꽃을 일으켜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만 합니다. 그 불꽃이 일면서 생기는 연소 작용이 영혼을 살찌우지요. 다시 말해 불꽃은 영혼의 양식인 것입니다. 자신의 불씨를 지펴줄 뭔가를 제때 찾아내지 못하면 성냥갑이 축축해져서 한 개비의 불도 지필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영혼은 육체에서 달아나 자신을 살찌워 줄 양식을 찾아 홀로 칠흑같이 어두운 곳을 헤매게 돕니다. 남겨두고 혼 차갑고 힘없는 육체만이 그 양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말입니다." 12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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