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국의 남자 소설가들... ‘조지 오웰’, ‘서머싯 몸’, 그리고 ‘이언 매큐언’까지

나의 기호가 형성되어 가는 듯하다.

블로그 이웃들의 추천에 힘입어 꺼내본 멋진소설

가독성 좋고 재미나고 인물의 성격묘사나 이미지의 묘사

그리고 생각의 흐름 서술이 탁월하여 지루함을 몰랐던 독서이다. 하나의 사건을 각각의 입장에서 재구성한 부분도 일종의 추리 소설 같은 흥미진진한 요소를 더한다.

2001년도에 발표된 이 소설은 1935년을 배경으로 한다. 조상이 물려준 저택에 사는 탈리스 家에는 공직에 있으며 워크 홀릭에 빠져 집을 비우는 아빠 ‘잭 탈리스’와 늦둥이를 출산하고 편두통에 시달리고 있는 예민한 엄마 ‘에밀리 탈리스’, 은행원인 오빠 ‘레온’, 케임브리지 대학에 다니고 있는 언니 ‘세실리아’, 그리고 늦둥이 딸 ‘브리오니’가 산다.

부와 취업으로 인해 집을 떠나 있는 언니 오빠를 몹시 사랑하는 13세의 ‘브리오니’는 조화롭고 정돈된 세상에 대한 바람이 간절한 정리정돈 벽이 있는 작가 지망생이다. 그녀의 작가적 상상력과 자질은 가족의 격려 속에서 비밀에 대한 열정으로 비밀을 수집하지만 사실 비밀이랄 것이 딱히 없는 사춘기적 무료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졸업을 한 ‘세실리아’ 언니와 같이 케임브리지 대학을 다녔던 탈리스 家의 가사를 도와주는 아주머니의 아들 ‘로비 터너’는 수석으로 졸업을 하고 의대를 지망하고자 하는, 천재이다. 그는 아버지가 가출하고 어머니와 단둘이 지내는데, ‘잭 탈리스’가 그의 학비를 지불하고 있다. ‘세실리아’와 ‘로비’는 어릴 때부터 허물없는 사이였는데,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나 기숙사에 지내면서 서로의 사이가 서먹서먹해지고 말도 붙이기 어려워진다.

그 집에 오빠 ‘레온’이 초콜릿 생산으로 부자가 된 사업가 친구 ‘폴 마셜’과 방문하기로 한날 그들의 이종사촌들도 함께 오기로 되어있다. 이모와 이모부의 이혼과 외도로 당분간 이 집에 와 있기로 한 퀸시 家의 삼 남매는 ‘브리오니’보다 두 살이 더 많은 15세의 언니 ‘롤라’와 9세의 쌍둥이 남동생 ‘잭슨’과 ‘피에로’이다.

‘브리오니’는 오빠 ‘레온’과 가족을 위해 그 사촌들과, 자신이 쓴 연극 대본 ‘아라 베라의 시련’을 상연하고자 준비한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사촌들은 부모의 이혼과 가족의 해체로 인해 불안하고 산만하다. 시큰둥했던 그들의 반응에 상처받고 발음 등에 실망한 끝에 ‘브리오니’는 아무런 통보 없이 상연을 접는다.

편 ‘세실리아’의 졸업 성적에 실망한 ‘에밀리’는 ‘레온’이 데려오는 친구가 ‘세실리아’의 배필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지만 그녀는 관심이 없고, 군 장교였던 삼촌의 죽음으로 그 집에 남은 유품인 중국 꽃병으로 인해 서먹하던 ‘로비’와 부딪치게 된다. 이 에피소드로 인해 그들의 감정은 이성에 대한 폭발적인 소용돌이에 빠지고 아버지의 서재에서 숨 막히는 밀회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이 두 번의 긴장된 사건과 ‘로비’가 ‘세실리아’에게 잘못 보낸 낙서 같은 편지를 중간에서 전하던 ‘브리오니’에게 모두 들키게 된다. 그날 밤 연극도 좌절되고 부모의 방황으로 먼 이모 댁에서의 낯선 삶에 한층 들뜬 철부지 같았던 쌍둥이 소년들이 편지를 남기고 가출을 한다.

온 식구가 그들을 찾아 나선 가운데 숲속에서 ‘롤라’가 강간당하게 되는데.. ‘브리오니’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는 자기가 봤다고 착각?을 한다. ‘롤라’는 경황이 없어 누군지 모른다며 상처 입은 채로 안겨오고, ‘브리오니’는 그녀에게 내가 봤다며 확신을 하게 된다. 그리고는 가족에게 돌아와 충동적이고 일시적인 악의로 가득한, 사춘기 소녀의 파괴적 감성으로 강간범이 ‘로비 터너’였다고 말해버린다.

한참 후 쌍둥이를 찾아서 돌아온 건 ‘로비 터너’였고, 그는 경찰에 연행된다. ‘세실리아’는 광기에 휩싸여 ‘로비’에게 달려가지만, 성욕 과다증 진단을 받은 ‘로비’는 3년 6개월간 감옥에서 지내고 프랑스로 파병되어 전쟁에 참가한다. 생사가 넘나드는 전장에서 산산조각 난 자신의 꿈과 이상을 놓아버리고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음은 ‘세실리아’의 편지와 만남에 대한 희망 때문이었다. “돌아와”, 내가 살아 있는 이유는 ‘너’야”~~

족과 단절하고, 특히 어린애였던 ‘브리오니’와 그의 증언을 믿는 그들을 혐오한 나머지 간호사가 되어 전쟁터에 오게 된 ‘세실리아’는 가족들을 용서하지 않는다. 스치듯 짧고도 아쉬운 ‘로비’와의 만남을 도모하고, 기다리고 인내하면서 지낸다.

18세가 된 ‘브리오니’도 케임브리지를 포기하고 간호사가 된다. 역겨운 상황들을 잘 견디며 의젓한 간호사가 되지만, 여전히 언니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 어릴 적 막무가내로 짝사랑했던 ‘로비’오빠의 ‘세실리아’언니를 향한 열망에 대한, 질투도 악의도 아니었음을.. 그리고 그 어리석음에 대한 자책으로 괴로워하고 있음을, 또한 진범을 알고 있음을.. 죽어나가는 병사들을 보면서, 익숙해지면서, 그녀 스스로도 자학하고 속죄하고 있음을 ...그래서 괴로워한다.

그 사건의 중심이었던, 사촌 ‘롤라’의 결혼식에 참가하고는 용기를 내어 언니가 사는 집에 찾아가 재회를 하는데,

이야기는 많은 부분을 뛰어넘어 1999년 런던에 사는 ‘브리오니’가 77세의 생일을 맞아 자신의 글과 연인들이 주고받던 편지들을 건네주러 들른 박물관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노부부, 사촌 ‘롤라’와 그의 쇠약한 부자 남편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의사에게 미미하지만 계속 진행될 뇌졸증과 혈관성 치매에 대해 진단을 받은 심란한 마음에 자신보다 펄펄해 보이고 부를 거머쥔 '롤라'와 자기를 비교하기도 한다.

일파티가 있는 탈리스 가로 향하면서 그녀의 부모도 떠나고, 그녀 자신에게도 남편이 있었으나 역시 떠나가고, 쌍둥이 사촌 중 한 명도 이미 죽고, 오빠 ‘레온’은 네 번의 결혼을 했고, 등등의 사실들이 스쳐가듯 서술된다. 뜻밖에 잊혀졌던 그날의 연극 ‘아라벨라의 시련’이 증손들에 의해 상연되는 동안, 여러 상념에 젖던 ‘브리오니’는 전쟁이 끝나기 전 불행하게 죽은 ‘로비’와 연이어 죽은 ‘세실리아’의 죽음을 독자에게 알려야 할 이유를 알지 못한다 하면서, 소설가는 신과 마찬가지로 속죄가 있을 수 없다며, 그럼에도 속죄를 위해 노력했다는 변명을 하며 소설을 끝맺는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공범인 노부부가 죽지 않고는 자신의 소설이 발표될 수 없다고..

※ 스포일러 없이 줄거리를 쓰자 허니.... 그래도 '롤라'의 강간범은 책을 읽어야만 알 수 있도록 나름 장치를 깔았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기다린다는 것, 그것은 수학공식처럼 분명하고 감정이 배제된 일임이 분명했다. 기다림, 상대방이 다가올 때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기다림이란 너무나 힘겨운 말이었다. 그는 그 단어가 군용 외투처럼 무겁게 자신을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368

인간은 누구나 물질적 존재라는 것, 쉽게 파괴되지만 쉽게 회복되지는 않는 존재..... 425

우리는 예술가에게 전쟁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조성하고 이끌어갈 의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술가는 정치에 대한 관심을 버리고 다른 일에 헌신하는 것이 마땅 합니다. 4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