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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ㅣ 문학사상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김욱동 해설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대한 소설, 작가를 만났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롬비아의 작가이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란 남자가 사촌인 '우르슬라'와 결혼을 하면서, 근친상간은 돼지꼬리가 달린 아이를 생산할 수 있다는 어른들의 충고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우르슬라'가 정조대 비슷한 것을 차고 시집을 오게 되어 한동안 첫날밤을 치르지 못한 채 예민한 상태로 닭싸움에 나선 '호세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그의 그러한 처지를 놀려댄 사람을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그 원혼이 주변을 계속 떠돌자 아내와 21명의 그를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산맥을 넘어 '마콘도'라는 마을에 정착해서 살게 된다.
그 마을에서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리더가 되어 사람들과 함께 도와가며 사는데 가끔씩 들리는 집시들에 의해 서구의 발전된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놀라고 당황하며 연구하고 미친 사람처럼 몰두해간다.
그들 부부는 장남 '호세 아르카디오'와 차남 '아우렐리아노' 그리고 딸 '아마란타'를 낳는다. 그러면서 6대의 자손들에 이르기까지 약 100년에 걸쳐 '마콘도'라는 마을과 함께 흥망성쇠를 이어간다.
그 부부의 밑에서 태어난 자손들 중 장남 계열의 이름은 모두 '아르카디오', 차남 계열의 이름은 모두 '아우렐리아노'이다. 그리고 딸들은 죽은 며느리의 이름을 손녀에게 주기도 하고 5대쯤 가서 '우르슬라'란 할머니 이름과 그 할머니의 딸 '아마란타'란 이름을 섞어서 짓기도 한다. 암튼 첫 페이지의 가계도를 열심히 봐가면서 읽어야 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 아들들과 사랑하는 창녀들이 있고, 부인도 있고, 그들의 딸을 사랑하나 이루어질 수없이 죽어 버리는 연인들이 있고, 평생 결혼을 안 하고 사는 딸과, 죽은 남편을 못 잊어 은둔하면서 잊혀지는 여인의 이야기들이 있다.
아들들은 성장하면서 부인을 얻기 전에 몸을 파는 여인들에게 먼저 손을 뻗치게 되고, 대를 이어 하나같이 .. 어떤 창녀는 큰아들과의 관계에서 아들을 낳아주고, 작은 아들과의 관계에서도 아들을 낳아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설정이지만 그 외 더 황당한 사건들이나 인물에 대한 이야기들이 밀도 있게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음~~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니깐.. 좀 더 보태자면 비가 4년이 넘도록 내리는 일, 사랑하는 남자가 오면 나비들이 함께 등장하는 일, 140년이 넘도록 목숨을 유지하는 사람들,, 너무도 아름다운 딸은 자연 그대로 살다가 양탄자를 타고 하늘로 사라지고.. 기억력을 물려받아서 조상의 기억을 공유하고, 아내가 남편에게 잔소리를 1박2일에 걸쳐 하고,, 며칠씩 잠을 못자서 기억들을 잃어버리고..등등
'아르카디오' 계열의 아들들과 '아우렐리아노' 계열의 아들들의 기질을 나누어 설명하는 해설도 있으나 중간에 쌍둥이의 탄생으로 한번 섞이고 1대 '호세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서구 문물 연구를 위해 만들었던 연구실을 중심으로 틀어박혀서 무언가를 구상하고 만들고.. 이성의 눈 뜸을 창녀들을 통해 성장하고, 결혼하고 자손을 낳고, 전쟁을 하고, 집시들을 따라나섰다가 온몸에 문신을 하고 돌아오기도 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고 정부를 만들기도 하고, 닭싸움도 하고...
'우르슬라'라는 1대 조의 여인은 동물 과자를 만들어 돈을 벌고, 흙을 먹는 '레베카'는 남편이 죽고 난 후 은둔생활을 하고, '필라르'라는 몸을 파는 여인은 이 집안의 점을 치면서 아들들과 관계를 맺고 성장하는 아들마다 그녀를 찾게 되는데.., '레메디오스'는 어린 나이에 이 집안에 시집을 왔다가 죽어버리고, 이 '레메디오스'와 '레베카'의 남편이 죽은 것에는 한때 '레베카'의 절친이었던 '우르슬라'의 딸 '아마란타'의 한 남자를 둘러싼 질투와 복수가 원인이 되기도 하고 그리고 '아마란타'는 평생 독신으로 살고, 절세미인 미녀 '레메디오스'는 너무 아름답고 신비한 나머지 많은 남자들을 죽게 만들다 결국 승천(?)을 하게 된다.
후손 중 쌍둥이의 둘째로 태어난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왕녀가 되고자 했던 조화 만들던 '페르난다'와 결혼을 해서 세 자녀를 얻는데 그에겐 정부가 따로 있었다. 그의 장남 '호세 아르카디오'는 신부가 되어 교황이 되라는 할머니의 바람에 따라 유학을 갔고, 딸 '레메'는 불장난 끝에 아들(아우렐리아노)을 낳았으나 그 아들을 엄마 '페르난다'가 감금시키고 쉬쉬하면서 키우게 된다. 그리고 늦둥이 딸 '아마란타 우르슬라'는 '아우렐리아노'와 함께 장난을 치며 성장하지만 교육을 받으러 외국으로 떠나게 된다.
오랜 비와 함께 조상들의 죽음, 경제적인 몰락, '우르슬라'가 지었던 대저택이 조금씩 부서져 가는 가운데 사생아 '아우렐리아노'는 혼자 연구실에서 집시 '멜키아데스'의 원고(양피지 원고)를 해독하려고 애쓰게 된다.
그리고 신학교에 다니던 '호세 아르카디오'가 돌아오고, 창녀들을 통해 이성에 눈뜨고 타락의 길을 걷다가 죽게 되고, 떠났던 '아마란타 우르슬라'는 늙은 남편과 함께 '마콘도'로 돌아온다. 그리고 사생아 '아우렐리아노'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모른 채 어렴풋이 남매인 줄 추측했던 '아마란타 우르슬라'에게 남다른 감정을 갖게 되어 그녀를 유혹한다. 둘은 욕정에 빠지고 임신하고 불안하게 출산을 하고 난 후 그녀가 죽고 그에게 남은 것은 돼지꼬리가 달린 아들이었다.
마침내 '멜키아데스'의 양피지 원고를 모두 해석해 낸 '아우렐리아노'는 '아마란타 우르슬라'가 누나가 아닌 이모였음을 알았고, 이원고를 해독해 내는 순간 '마콘도'는 인간의 기억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고, 거기에 적힌 글들조차 되풀이될 수 없을 것이고 100년 동안의 고독에 시달린 종족은 다시 태어날 수 없다는 예언처럼 그 자신도 그 방에서 결코 나갈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의 100년에 걸친 자손들은 모두 고독하다. 100년을 넘게 산 사람들도 고독하다. 고독이란 단어가 읽는 내내 거룩하게 까지 느껴졌다. 어치피 많은 형제, 많은 친구, 많은 사람들에 둘러 쌓여있더라도 결국은 혼자서 가는 존재가 아니던가? 하며..
소설에 등장하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마술적인 요소들 외에 사실적(리얼리즘)인 요소인 '천일 전쟁'과 '바나나 농장 학살 사건'을 통해 기자였던 '마르케스'의 장치들이 그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진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길지않은 소설을 보름씩 걸려 읽어야만 했던 몇주의 삶을 반성하며.

그래서 그들은 함께 지난날의 광폭한 탕진 생활과 으리으리했던 부유함과 걷잡을 수 없었던 음탕한 삶이 결국은 역겨움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고, 고독을 나눌 수 있는 천국을 찾기 위해서 인생을 그토록 많이 낭비했어야만 했다는 사실을 슬퍼했다.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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