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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4년 5월
평점 :
블로그 이웃들이 저마다 감동해 마지않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책 읽는 중간중간 너무나 잘 지어진 제목임을 인정해야 했던.. 나의 영혼조차 따뜻해지길 바랐고 읽는 내내 따뜻해짐을 느꼈었다.
주인공 나는 인디언 체로키족의 후예인 다섯 살이 채 안 된 소년이다. 아빠와 엄마를 1년 간격으로 사별하고는 친척들 중에 역시나 체로키 인디언인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라 숲속에서 살게 된다.
너무 이른 나이 슬픔이 뭔지도 모르는 천진한 소년은 부모의 부재를 숲과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으로 채워간다.
70대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 아름답게 사랑하고 그들의 사랑 표현 방식이 낯선 인디언들의 생활방식과 어우러져 인상 깊다. 나이 든 노부부의 삶, 무엇보다도 예의를 중요시하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고 필요한 것 이상을 취하지 않는 욕심 없음과 어린 손자에게 체험으로 가르치는 지혜에 놀란다. 대안교육과 홈스쿨링의 시작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숲에서 살며 배우는 것들, 계절의 변화와 숲의 변화 그리고 개들과의 우정과 교감이 너무 짠했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로, 대공황을 겪는 사람들은 이유도 모르고 괜히 가난하다. 그것도 몹시.. 그리고 소년과 할아버지가 한 달에 한 번 방문하면서 위스키를 팔고 사 오는 생필품과 까막눈 할아버지이지만 할머니와 손자를 위해 빌려 오는 책들이 있는 마을 '개척촌'은 온갖 이웃의 안부와 정보를 얻는 곳이기도 하다. 이름 그대로 개척되어진, 개척되어야 하는 장소인 것이다.
실제로 1838년에서 1839년 동안 1만 3천여 명의 체로키족 인디언들을 강제로 이주시켰는데 그 여정에서 4천여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1861년에서 1865년 남북전쟁 때는 남부연합에 인디언 부족들을 가담시켰고 북부의 승리로 인해 인디언 부족들의 조약상 권리를 대부분 빼앗겼다고 한다. 그 시대와 함께 한 할머니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버지 이야기들이 있다.
처음 고아가 된 손자를 데리고 버스를 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버스기사에게 모욕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문명에 익숙하지 않으나 문명을 거부할 수 없고 차별로 인해 억울하고 고되게 살지만 정작 이들 조부모는 매우 낭만적이고 겸손하고 감사하며 겸허한 삶을 살아간다. 핍박당하는 삶을 그들 방식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그들만의 대화가 너무 아름답고 숭고하다 못해 눈물이 나기도 한다.
법과 종교와 각종 제도들은 사람이 사는 질서와 정의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인디언의 후예들에겐 차별이고 결코 향유할 수 없는 것들이다. 문명이란 것이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문명에 부합된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쓰레기 문제니 환경 문제 등에 보태온 것들에 대해 반성되기도 한다.
자연과 그들의 삶에 대한 묘사가 너무도 진솔하고 아름다우며 스토리 또한 기교도 없고 담백하며 많은 울림을 준다. 성장 소설, 에세이 같은 소설이라 하겠다.
윌로 존과 할아버지의 승화된 분노가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그들의 서로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아름답다. ‘kin’이라는 단어는 ‘이해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래서 ‘친척’이란 뜻도 되는데 이들 인디언들에게는 이 단어가 ‘사랑’ 이라고 쓰여진다. 즉 사랑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는,,, 이해를 기반하지 않는 사랑은 쉽게 부서져 버린다는 뜻도 되겠다. 그들이 고백하는 사랑한다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할머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두 개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셨다. 하나의 마음은 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꾸려가는 마음이다. 몸을 위해서 잠자리나 먹을 것 따위를 마련할 때는 이 마음을 써야 한다. 그리고 짝짓기를 하고 아이를 가지려 할 때도 이 마음을 써야 한다. 자기 몸이 살아가려면 누구나 이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런 것들과 전혀 관계없는 또 다른 마음이 있다. 할머니는 이 마음을 영혼의 마음이라고 부르셨다 - P114
영혼의 마음이 자꾸자꾸 커지고 튼튼해지면 결국에는 지나온 모든 전생의 삶들이 보이고 더 이상 육신의 죽음을 겪지 않는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고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모든 것이 새롭게 탄생하는 봄이 되면 흔들림과 소란이 일어난다. 영혼이 다시 한 번 물질적인 형태를 갖추려고 발버둥 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에 부는 매서운 바람은 아기가 피와 고통 속에서 태어나는 것처럼 탄생을 위한 시련이다. p116
우리는 그 남은 시간 동안 충실히 살았다. 우리는 가을이면 가장 새빨간 단풍잎을 찾아냈고, 또 봄이면 가장 푸른 제비꽃을 가리키며 서로에게 알려주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그 느낌을 함께 맛보고 서로 나누었던 것이다. p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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