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성당 (무선) - 개정판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작가 레이먼드 카버는 미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실제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작품을 쓰겠다"고 천명한 미국의 국민시인 워즈워드 이후 일상어로 작품을 쓰는데 성공한 이백 년 만의 작가로 기록되고 있다 한다.
총 12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이 책은 매우 단순하고 평이하게 서술되어 있다. 내용 또한 이게 뭐지? 하는 끝맺음이 아쉬운 작품도 있고, 은근 여운이 남는 작품도 있다.
블로그 이웃들의 리뷰를 보다가 발견하게 된 이 책 대성당은, 이 소설집의 마지막에 실려있는 작품이다. 미국의 소외된 계층 사람들의 삶인지, 대부분 이러한지는 모르겠으나... 알코올 중독에 관한, 극복하려고 애쓰기도 하나 쉽지 않은 사람들, 그로 인한 가정의 파탄, 혹은 경제적인 성취가 힘든 사람들의 노고, 가족이라는 가볍고도 무거운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 이별, 상처, 그리고 그런 일상 속에서의 외도에 관한 이야기들,,, 짧지만, 아쉽기도 하고, 뭔가 강렬하고 싱겁게 깔끔한 그런 느낌들이 든다.
화려한 묘사도, 멋진 은유도 없지만, 사실적이고 간결한 문체가 술술 잘 읽힌다. 남성작가 특유의 소설이라 하겠다.
마지막 대성당은 오랜 시간 동안 맹인의 남자 사람 친구를 둔 아내와 함께 사는 다소 단순하고 이기적인 나에게 자기의 아내와 사별한 그 맹인이 내 아내를 보러 우리 집에 방문하게 되는데, 맹인과 한 번도 친구해본 적이 없고, 또 실상 친구도 거의 없는 나는 그의 방문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고 ..
농담 투로 어색함을 모면해보고자 하지만 그 어리석은 말투는 아내에게 따가운 눈초리만 받게 된다. 다정하고, 따스한 아내와 그녀의 맹인 친구와의 대화를 듣다가 마리화나를 함께 피운 뒤 잠든 아내를 두고 컬러 TV를 시청하게 된다.
나는 맹인에게 화면에 보여지는 것들을 말로 묘사해주다가 그때 마침 각 나라의 대성당이 나오는 장면을 설명하는데 규모나, 모양새의 설명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게 되고 나의 설명에 한계를 느끼고 그에게 고백하게 된다. 별거 아니라며 맹인은 나의 손에 손을 얹고는 종이에 펜을 들고 대성당의 모습을 그리게 한다.
방송은 끝났으나 그의 이끌림대로 눈을 감고는 나머지(성당에 모여든 사람들)를 채워 넣게 된다. 나는 눈 감고 그린 내 그림을 눈을 뜨고 확인해보라는 그의 재촉에도 계속 눈을 감고는 맹인을 만나기 전, 눈을 감고 그림을 그리기 전과 그 이후가 같은 장소(우리 집) 안에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내가 어디 안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새로운 장소에 있음을, 새로운 경험을 통해 달라진 느낌을 강렬하게 인지하며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