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밀밭의 파수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열일곱 살 홀든 콜필드의 성장소설이다. 1951년도 출간 작품으로 전후세대의 젊은 층을 사로잡은 책이며, 한때는 청소년에게 금서이기도 했다 한다.
존레논의 암살범이 암살 순간 이 책을 지니고 있었으며, 암살의 동기가 '거짓과 가식에 대한 콜필드의 절규'때문이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팬시 고등학교에 다니던 홀든은 펜싱팀 주장이었으나 시합을 나가는 날 지하철에서 운동장비를 모두 두고 내리는 실수로 공부에 관심도 의욕도 전혀 없었지만 그나마 유지되던 학교생활이 더 힘들어졌고, 이미 거의 전 과목에 낙제점을 받아 퇴학을 당하게 된다.
185cm의 키에, 흰머리가 난 그 스스로는 굉장히 성숙한 줄 알지만, 하여 매사에 대범하고 담담한 듯하지만 매우 여리고 유치한 캐릭터이다. 작가인 형이 영화일을 하겠다고 헐리우드로 진출한 것을 매우 못마땅히 여기며 사랑스런 동생 앨리가 백혈병으로 죽게 되며 다른 가족만큼 홀든도 아픈 상처와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막내 여동생 피비를 너무도 사랑하며 절절매는 바보 같은 오빠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그의 퇴학 날짜가 정해진 이후로 예민하고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결국은 다 채우지 못하고 뛰쳐나와 집으로 가기까지의 방황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홀든의, 자기를 찾아가는 사춘기 이야기이다. 그는 겁이 많고 결벽증에 시시때때로 우울해지고, 모두가 멍청하고 못마땅하며, 혼자 시비를 거는, 그러나 제대로 싸움도 못하는 아이다. 싫은 게 너무도 많고, 사소한 것에 염증을 느끼고 지루해 하는 변덕이 아주 들끓는 무모한 열혈 청춘이나 그런 모습이 엄마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사랑스런 주인공이기도 하다.
학교 친구들, 성적인 관심이 가는 여자들, 선생님들, 주위 어른들에 대해 진실하지 않고 가식적인 사람들로 모두 매도해 버리지만, 그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인 앤톨리니 선생님 집에서 자기로 했던 날의 해프닝을 겪고 뛰쳐나와서는 상대의 의도는 자기 생각과 달랐을 수도 있었음에 자신의 경솔함에 대해 뉘우치게 되며 방황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센트럴 파크 연못에 사는 오리들이 겨울엔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되는지?'가 여전히 궁금한 홀든은 아무도 모르는 서부로 가서 벙어리, 귀머거리인 채로, 차에 기름이나 넣으며 오두막에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꿈을 꾸지만 결국은 자신보다 훨씬 어리지만 그를 절절매게 하는 유일한 존재 여동생 피비로 인해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읽는 내내 숫자의 과장된 표현이 너무 어이없이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예를 들자면, '10시간을 흐른듯한'. '누군가 악수하면서 손가락 마흔 개가량은 부러뜨려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5천만 대의 시가 꽁초를 모아놓은 것 같은 냄새', '스웨터를 스무 개쯤은 입고 있는 것 같은', '천 피트는 펄쩍 뛰어오를 뻔한', '어느 노부부의 50만 년은 될 것처럼 긴 인생에 관한'.... 등등, 딱~~ 홀든의 심리상태의 어이없음을 그대로 은유한, 유난히 숫자적인 과장이 참 재미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급 우울해지고, 싫어지는 그의 팥죽 같은 변덕이 너무 어이없고, 측은하기도 하고, 사랑스러워서 오래 사랑할 것 같은 캐릭터를 간만에 만난 듯하다
정말로 나를 황홀하게 만드는 책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작가와 친한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어, 자기가 받은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이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먼저 인간들의 행위에 대해 놀라고 당황하고, 좌절한 인간이 네가 첫 번째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 그런 점에서 보면 넌 혼자가 아닌 거지. 그걸 깨닫게 되면 넌 흥분하게 될 거고, 자극받게 될 거야, 현재 네가 겪고 있는 것처럼, 윤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민했던 사람은 수없이 많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