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욤 뮈소라는 프랑스 작가를 처음 만나는 작품이다. 비교적 젊은 세대, 여성층의 독자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표지는 만화 느낌이 나고 다소 산만한듯하기도 해서 가볍게 읽을 만 하겠다는 기대를 했더랬다. 책은 분명 쉽고 가볍게 읽힌다. 게다가 판타지이다. 그러나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책이다. 어쩌면 이런 무게를 주는 책을 이리도 재미나고 감각적이고 산뜻하게 써나갈 수 있는 건지, 우리나라 작가가 아님에 질투도 느껴진다. 번역도 매끄럽고 세련되고 간결한 문체이다. 쓱쓱 읽어가다가 한 번쯤 벅차와서 쉬는 호흡이 필요했다.

2006년, 60세의 앨리엇 쿠퍼는 샌프란시스코 소재 병원의 소아외과 과장이다. 실력 있고, 소명의식도 있는 그는, 폐암 선고를 받고, 사랑하는 딸 앤지와 친구 매트에게 말할 기회를 도모하며 삶을 정리해 나간다. 캄보디아 의료봉사에서 소녀의 언청이 수술을 해주고는 소녀의 할아버지로부터 '이승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이 무엇이냐'라는 질문과 함께, 아시아산 뽕잎과 모과 잎으로 만든 알약 열 개를 선물 받고는 덕분에 3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30년 전 그의 나이 30세, 소심하고 내성적인 그는, 알코올중독자 아버지의 폭력과 정신 과민증세인 어머니의 자살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다. 젊은 앨리엇은 그에게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하고, 타인을 향해 열린 마음과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그의 인생의 전부, 인생의 좌표이자 최고의 행운인 그녀, 수의사 일리나와 10년간 연인이며, 샌프란시스코와 플로리다를 오가며 장거리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 비교적 사랑이 많은 가정에서 자란 그녀는 그의 아이를 갖고 싶다고 제안하지만 여전히 아빠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그녀와의 관계가 소원해진다.

야기는 2006년과 1976년 사이를 그리고 60세의 그와 30세의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지만 굉장히 잘 짜여 있어서 명쾌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젊은 엘리엇과 시간여행자 앨리엇이 접점?을 이루고는 1977년부터 2006년까지 일기 같은 페이지가 계속된다. 이런 설정이 너무 산뜻하고 신선했다. 마지막 남겨놓은 알약 하나는 그의 유일한, 프랑스 출신 친구 매트의 시간여행을 도와준다. 그리고 앨리엇을 구원하게? 되는...

가정에서 소외된 그에게 도움을 준 멜든형사, 매력적인 여자에게 치근덕대는 게 삶의 낙이지만 그녀들과의 어떤 순간에도 친구의 부탁이라면 달려와 주는 무사태평한 친구 매트, 앨리엇이 일리나와 헤어지고 남은 인생을 견딜 수 있게 해준 존재인 딸 앤지, 너무도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그의 그녀 일리나, 그리고 그녀로 인해 건실하고 균형 잡힌 남자 엘리엇 쿠퍼 .. 맨해튼 열차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끌리는 세 사람의 사랑과 우정과 운명에 관한 이야기 ..

명적인 사랑, 친구와의 우정, 그리고 인생의 소명, 가정과 부모됨,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돌아봐야 할 소중한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무게가 많이 실렸다. 운명은 바꿀 수없다지만, 대처하는 방식은 선택할 수 있는가?라는.. 책을 읽는 동안,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해봐야겠다는 생각과 방황하는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절대적인 상대를 만나고 평생 잊지 못하고, 평생을 그리워하는 운명 같은 사랑에 대해 가슴이 미어져 왔다. 그리고 매트와의 우정도 ..서로에게 그런... 그런, '당신 없이 살아간다는 것'.. 그냥 일상이 흐르고 그런 일상을 살아가고 그리고 죽어간다는.. 그 일은 너무도 지겹고 지치고 외롭고 하여 힘든 삶이겠지 ..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 있으며, 인간은 단지 그 모든 상황을 견뎌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믿었다.

때로 운명이란 건 이렇게 결정된다. 머무는 눈길에, 눈꺼풀의 떨림에, 어깨 끈의 스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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