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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이 소설은 토니 웹스터라는 사람이 그의 고등학교 학창 시절 일부와 대학의 연애 사건, 그리고 노년의 은퇴자가 되기까지 비교적 무난한 삶을 잔잔하게 그리는 이야기이다가 문득 얼마 안 되는 돈과, 20대 초반에 자살한 친구의 일기장을 자신에게 유산으로 남긴다는 전 여자친구의 어머니의 법률대리인에게 연락을 받으면서 돌아보는 구성으로 전개된다.
원래 세 명의 영국 중산층 가정의 친구들이 고교 졸업반에 전학을 온 에이드리언 핀이라는 친구와 합류하게 되면서 결손가정에서 자랐 으나 가족을 사랑하고 깊은 사유와 심리적 평형 상태를 이룬 새로운 친구에게 반하게 되고 부러워하게 되다가 주인공이 대학 때 사귄 베로니카와 그의 집에서 지낸 일주일 동안, 그녀의 어머니 아버지 오빠로부터 의아하고 불쾌한 느낌을 받은 채 그녀와 헤어졌는데
그녀가 그의 친구 에이드리언 핀과 사귀게 되면서 두 커플로부터 둘이 사귀게 되었다는 편지를 받고는 그저 상처를 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닥치는 대로 휘갈긴 저주의 편지를 자신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나 훗날 다시 읽게 되면서 자신의 그 편지가 다른 사람의 인생에 저주가 되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또 회한에 젖게 하는 내용이다.
작가는 인생과, 시간이라는 것, 그리고 역사, 기억이라는 것의 기만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고 단숨에 읽히는 책이었으나 잔잔한 감동과 함께 친절하지 않은? 결말에 대해서 독자의 몫으로 맡겨버린 여백에 대해 끄덕이며 곱씹으며 만만치 않은 사유의 무게를 감당하며 오전 시간을 왔다 갔다 했더랬다.
줄리언 반스는 전후 영국이 나은 가장 지성적이고 재기 넘치는 작가라고 소개되어있다. 냉소적이며 잔잔한 유머가 인상적이기도 하다.
세계 3대 문학상( 스웨덴의 노벨상, 프랑스의 공쿠르상, 영국의 맨 부커 상 ) 중 우리의 한강 작가가 받았던 맨 부커상 수상작이라, 그리고 블로그 이웃님들의 리뷰를 보고 선택하게 되었는데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ㅎㅎ
그리고 알게 된 사실 하나 알콜중독자들은 대머리가 없다고ᆢ 술의 어떤성분이 머리카락을 빠지지 않게한다는 40년만에 재회한 베로니카와 토니의 대화가 인상적이다.

연극적이고 자기 반영적이고 눈물을 자아내는 자전적인 문학, 하지만 그런 건 지루한 자위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문학은 주인공들의 행위와 사유를 통해 심리적이고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진실을 드러내야 했다. 소설은 등장인물이 시간을 거쳐 형성되어가는 것이니까
" 왜 안돼?" 진도를 나가려던 손이 제지당하면 그렇게 묻게 된다.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런 대화는 주로 경보음을 울리는 주전자를 짊어진, 픽픽 소리 나는 가스난로 불앞에서 오갔다. 그리고 그 ‘느낌‘을 두고 입씨름이 벌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감정 문제에서 여자들은 전문가였고, 남자들인 거친 초보일 뿐이었다. 따라서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란 말은 교리나 어머니의 권고보다 훨씬 더 설득력이 있고 반박 불가능했다.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이 아니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역사는 살아남은 자 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는 것을.
우리는 살면서 우리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얼마나 자주 할까. 그러면서 얼마나 가감하고, 윤색하고 교묘히 가지를 쳐내는 걸까. 그러나 살아온 날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이야기에 제동을 걸고, 우리의 삶이 실제 우리가 산 삶과는 다르며 다만 이제까지 우리 스스로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우리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도 적어진다. 타인에게 얘기했다 해도 결국은 주로 우리 자신에게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배반당한 청춘의 심장, 농락당한 청춘의 육체, 전락한 청춘의 사회적 자아, 내가 아는 체하며 역사는 승자의 거짓말이라고 주장했을 때, 조 헌트 영감이 뭐라고 대답했던가? 그는 ‘그게 또한 패배자들의 자기 기만이 기도하다는 것 기억하고 있나?‘라고 했다. 우리의 개인적 삶을 대입해야 할 때 그 말을 제대로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인간은 생의 종말을 향해 간다. 아니다, 생 자체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 그 생에서 가능한 모든 변화의 닫힘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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