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1960,미국)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앵무새 죽이기'라는 제목은 사춘기 때부터 끌렸더 랬는데 이제 와서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은 1930년대 미국의 남부 앨라배마 주의 메이콤군이라는 곳에서 그곳에 사는 네 종류의 인간들, 주인공이 속한 핀치 가문처럼 평범한 사람들, 숲 속에 사는 커닝햄 집안 사람들, 쓰레기 장에 사는 이웰 집안사람들, 그리고 흑인들의 삶을 초등학교 1학년 소녀의 눈으로 바라보는 삼 년간의 사건과 생각과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성장소설이며, 흑인에 대한 무지막지한 차별과 여성성과 숙녀의 삶에 대해서도 소녀의 관점이 뜨끔하게 펼쳐진다. 소설의 중반부까지는 핀치 가문의 소년 '젬'과, 소녀 '스카웃', 그리고 미시시피에서 방학마다 놀러 오는 소년 '딜'의 개구지고, 기발하고, 모험 가득한, 특히나 '스카웃'이라는 삶의 이면을 볼 줄아는 나이보다 성숙한 소녀의 주위 어른들 이야기와 그리고 세 꼬마들이 호기심의 대상으로 삼았던 이교도 집안 출신인, 사춘기 때 거친 친구들과 어울리다 물의를 일으키게 된 사건으로 평생 집안에서 은둔 생활을 하는 부 래들리를 중심축으로 소소한 일상들로 전개되다가

변호사인 아빠가 젊은 흑인 가장이 이웰집안의 딸을 폭행하고 강간했다는 사건의 흑인, 즉 로빈슨의 변호를 맡게 되며 겪게 되는 마을 사람들과의 갈등, 가족과의 갈등, 그로 인해 본인뿐 아니라 그의 자녀들까지도 따돌림과 지탄의 대상이 되는 이야기, 누가 봐도 이웰집안 부녀의 거짓임이 분명하나 배심원들이 결국은 유죄 선고를 하고 그 후 '톰 로빈슨'이 감옥에서 도주하다 죽는 사건과 이웰집안의 아버지가 '핀치' 변호사에게 복수를 하려고 '핀치'의 두 자녀에게 비겁한 짓을 하려다 죽게 되는 사건 이후 매듭지어진다.

앵무새는 다른 새들과는 다르게 곡식을 먹거나 창고에 둥지를 틀지 않는 즉 해를 끼치지 않는 착한 새로 소설 속의 '부래들리'나, 흑인 '톰 로빈슨' 같은 약한 사람들로 비유된다. 약한 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데도 저들의 편견이나 아집 때문에 고통을 받고 목숨도 잃게 된다는, 그러므로 앵무새를 쏘는 것은 죄가 된다는 아빠 '핀치'의 아들 '젬을 향한 조언이 있다.

'하퍼리'라는 여성 작가의 유일한 작품으로 미국 문학 작품 중에서도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작품이며, 이 책을 읽고 인생관을 바꾸게 되었다는 얘기도 있으며, 성경 다음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바꾸는데 이바지했다고도 한다. 간혹 뉴스를 통한, 미국 내에서의 폭동이나 총기 사고 등을 접하며 아직도 흑인 차별에 대한 원천적인 갈등의 존재에 대해 이웃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도 했더랬는데, 꼭 흑백 간의 차별, 꼭 미국 내에서만의 문제가 아닌, 다양한 나라와 사회에서의 다름에 대한, 차별과 선입견이 그 당시보다 더 다각적이고 심층적으로 존재함을 느끼며 마무리한다.

* 작품 속에서 흑인과 백인 하층민의 언어는 상류층과의 언어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나라 번역자는 그들의 언어를 '전라도 사투리'로 번역하였다. 그들끼리의 대화나 법정에서의 진술등에 쓰인 난데 없는 전라도 말투를 읽으면서 웃음이 나왔다.

 '번스타인'의 언어사회화와 계급에 대해서 표현하고 싶었으리라 추측해보면서, 또한 아빠 '핀치' 변호사의 자녀에 대한, 이웃에 대한, 약자에 대한 선함과 경건함, 품위 그리고 정의와 무엇보다도 쓸쓸한 유머가 꽤나 인상적였다. 외국 소설이나 외국 영화에서 느끼는 그들의 세련된 유머에 나는 늘 감동하고 부러워 하나 우리 땅 사람들은 그런 유머구사가 안된다고 느낀다. 문화적인 차이가 크겠지 허나 개그가 아닌 그런 유머, 이웃에게도 듣고 싶고, 나도 구사하고 싶다.

"딜, 너는 지금 거꾸로 알고 있는 거야, 광대들은 언제나 슬퍼. 그들을 보고 웃는 건 관객이란 말이야." 오빠가 말했다. " 그럼 난 새로운 종류의 광대가 될래, 무대 한가운데 서서 관객들을 쳐다보고 웃을 거야."

"무지개 색깔 중 어떤 피부색을 하고 있건 한 인간이 평등하게 대접받을 수 있는 곳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법정이란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원한을 배심 원석까지 가지고 가게 마련이지. 네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일상생활에서 매일 백인들이 흑인들을 속이는 걸 보게 될 거다. 하지만 너에게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이 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흑인을 속이는 백인은, 그 백인이 누구이건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건 아무리 명문 출신이건 쓰레기 같은 인간이다."

"스카웃, 우리가 궁극적으로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멋지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