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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무선) ㅣ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평점 :
'탐미주의' 소설의 결정체, 책을 덮은 후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 세 차례나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는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생애는,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어떤 사람들은 또라이였노라고,,, 어쨌건, 이 소설 금각사는 그의 대표 소설이 된다. '다자이 오사무'의 자살을 비웃었다는 그는 용감무쌍하게 할복자살을 한다.
실제 방화 사건을 모티브로 한, 시사 소설이라고도 한다. 문장 하나하나가 참으로 아름답고 화려하다.
주인공 '미조구치'는 가난한 스님의 아들로, 태어날 때부터 말을 더듬고, 허약한 체질이며, 내성적인 데다가 못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라면서 내내 친구들의 놀림감이 된다. 하지만 '미조구치'는 자신의 신체적인 결함으로 인한 놀림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자기스러운 것이라고 여긴다. 시골의 절이라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친척 집에 맡겨져서 학교를 다니는 동안, '우이코'라는 예쁘고, 도도한 태도를 갖고 있는 부잣집 외동딸을 연모하게 된다. 어느 새벽 그녀 앞에 용기 있게 나타나지만, 그녀에게 무시를 당하고 상처를 받는다. 시대적 배경이 태평양 전쟁이다. 탈영한 군인을 애인으로 둔 '우이코'는 결국 그의 총에 맞아 죽게 된다. 죽기 직전의 '우이코'의 아름다움은 '미조구치'에게 각인된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미조구치'에게 "금각처럼 아름다운 것은 이 세상에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미조구치'에게 금각은 美의 절대적인 기준이고 관념으로서의 '금각사'를 통해 현실 속 자신의 추한 모습을 딛고, 인생에 있어서의 美와 직면하게 된다.
결핵으로 죽기 전 아버지와 금각을 가본 '미조구치'는 심상의 금각과 현실의 금각간의 괴리에 다소 실망하지만,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금각의 도제로 들어가게 된다. 한때 아버지의 친구였던 노사(주지스님)의 마음에 들어 금각의 주지가 되라는 어머니(어릴 때 어떤 사건으로 인해 환멸 하게 된)의 바램도 알게 된다.
동료 도제 '쓰루 카와'는 투명하고 단순한 마음을 가진 친구이다. 금각에의 집념을 자신의 추한 모습 탓으로도 돌려보지만, 점점 금각, 그리고 美에 대해 기묘한 집념을 갖게 된다. 한편 교토의 공습으로 인해 금각이 재가 될 운명이라는 걱정을 하지만 금각이 불타면 금각 꼭대기에 있는 봉황이(형태에 속박되어 있던 ) 가벼운 몸놀림으로 자유로이 떠다닐 거란 상상을 하기도 한다.
'미조구치'는 시시각각 변하는 금각의 미와 함께 자신도 변해가고 종전의 선언 이후엔 금각과의 관계가 변함을 느낀다.
'쓰루 카와'와 함께 대학에 입학에 하게 된 후 안짱다리의 '가시와기'에게 끌린다. 자신의 모습처럼, 아름답지 않은 모습의 그는 '미조구치'에게 어두운 샛길을 가르쳐주는 친구로 기괴한 철학과 독살스러운 역설, 美를 모독하는 독설가이다. 그와 함께 수업을 빼먹으며 성장한다. '가시와기'에게 끌려다니는 동안 '쓰루 카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알게 된다.
자신의 동정을 떼어버리고자 시도하는 여인들의 모습에서 금각이 떠오르고 '우이코'가 떠올라서 번번이 실패를 하자 점점 더 금각을 제외한 어떤 것에도 친근감을 품지 못하게 된다.
노사의 부정을 목격한 후 또 자신의 부정을 알고 있는 노사가 인간적인 감정을 노출하기를 기대했으나, 여전하자 갑자기 금각이 모든 무력의 근원이 되고, 무력함에 쫓겨 바다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흡족한 마음으로 잔학한 상념을 품게 된다. 바로'금각을 불태워야 한다.'라는..
어느 이웃이 내게 물었더랬다. 왜 일본은 그다지도 탐미주의에 집착하는 걸까요?
그야 역사적이며 민족적이고, 문화적인 배경이 있었겠지요~~
이 책에서 잠깐 스쳤던 말, 美라 하기도 하고, 虛無라 하기도 하겠지..
*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는 인물의 복잡한 심리 검증등으로 외국에서 많은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한다.

달과 별, 밤하늘의 구름, 즐비한 삼나무 능선이 하늘에 접하는 산, 얼룩 같은 달그림자와 허옇게 솟아 있는 건물, 이러한 것들 속에서 우이코의 배신이라는 투명할 정도로 맑은 아름다움이 나를 도취시켰다 - P27
나의 연약하고 보기 흉한 육체와 마찬가지로 금각은 단단하면서도 불타기 쉬운 탄소의 육체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때로는 도망치는 도둑이 고귀한 보석을 삼켜서 숨기듯이. 내 육체와 조직 속에 금각을 숨겨 도망칠 수도 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 P70
어째서 노출된 창자는 처참한 것일까? 어째서 인간의 내부를 보면 끔찍해서 눈을 가려야만 하는가? 어째서 흐르는 피는 남들에게 충격을 줄까? 어째서 인간의 내장이 추한 것일까? 그것은 매끄럽고 젊음에 넘치는 피부의 아름다움과 완전히 동질의 것이 아닌가? - P86
"나는 너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구. 이 세계를 변모시키는 건 인식이라고, 알겠냐, 다른 것들은 무엇 하나 세계를 바꾸지 못해. 인식만이 세계를 불변인 채로 그대로의 상태에서 변모시키지. 인식의 눈으로 보면 세계는 영원히 불변이고 또한 영원히 변모하니까.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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