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1
나쓰메 소세키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다. 1914년도에 발표된 소설이다. 그 시대 우리 문학은 뭐가 있었더라? 한국문학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갖자 하면서..

메이지 시대가 끝나가는 1900년대 초반 외롭고 고독한 지식인 청년이 더 외롭고 고독한, 자신이 선생님이라고 이름 지어 버린 그분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분 주변을 맴돌면서 그분과 산책하고 대화를 하며 지내다가 아버지의 병세가 깊어져 시골로 내려가 있는 동안 선생님의 긴 유서를 전달받고 다시 도쿄로 가는 도중에 그가 궁금해하던 선생님의 친구 k, 아가씨, 그 고독의 근원, 그리고 그가 인간을 사랑할 수없었던 이유 등을 그 유서를 읽어가면서 알게 되는 스토리이다.

장되지 않고 세련되고, 섬세한, 다분히 여성스런 문체에 사로잡혀 딱히 이 대목이 절정이다 하는 느낌이 없어도 팽팽한 긴장감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천황의 죽음과 순사한 노기 장군의 죽음이 이미 병이 깊어져 죽어가던 주인공의 아버지에게 주었던 불안과 죽음을 고민하며 살던 선생님에게 결심을 하게 만들고, 그 불안한 한 시대의 끝이 작가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끼쳤겠구나 한다.

소설 '마음'은 소세키의 전 작품과 일본의 근대 문학 중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고, 많이 읽힌 작품이라 한다소설 속 선생님의 아가씨, 그리고 아내가, 불안하고 고독한 선생님과 나누는 대화, 그런 사람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소소한 행동의 묘사가 인상적였고, 잘은 모르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일본 여성의 전형이던가 하는 생각... 그리고 선생님의 친척의 배신, 변절과 친구 k가 양자로 입양되었다 파양되고 다시 원래의 가족에게 돌아갔으나 의절하고 지냈다는 대목을 통해 그 시대 일본의 가족문화에 대해 우리와 조금은 다르기도, 다르지 않기도 하다는 것, 그리고 천황의 죽음으로 끝난 메이지 시대가 일본 사회에 미친 변화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사람의 죽음의 선택과, 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식인의  고뇌들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도 오버랩되었다. 시대적으로 영향을 받았음은 당연하다고 느끼면서 어쩌면 두 작품 다 내게는 인상적이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는 독서 추천 금지.. 아니 차라리 사춘기에는 괜찮을 라나? 하면서, 나의 사춘기 시절에 읽었던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독서 목록에 추가한다

 

나는 지금 이상으로 외로울 훗날의 나를 견디기보다 외로운 지금의 나를 견뎌 내고 싶은 겁니다. 자유와 자립과 자아가 넘치는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모두 그 대가로 이 고독을 맛보지 않으면 안 될 겁니다.

나는 냉철한 머리로 새로운 사실을 말하기 보다 뜨거운 혀로 평범한 견해를 말하는 편이 진짜 살아 있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피의 힘으로 몸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말은 공기에 진동을 전할 뿐 아니라 한층 더 강한 것에 강하게 부딪쳐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또다시 인간의 죄를 깊이 느꼈습니다. 그 느낌이 나를 매달 k의 무덤으로 가게 만듭니다. 그 느낌이 나로 하여금 장모님의 간호를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느낌이 아내에게 잘하라고 명령합니다. 나는 그 느낌 때문에 길 가는 모르는 이에게 채찍질 당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이런 단계를 지나는 사이에 남에게 채찍으로 맞기보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때려야 한다는 기분이 듭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보다 스스로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할 수 없이 죽은 목숨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자고 결심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