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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의 딸 (양장)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이영의 옮김 / 새움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벨킨이야기 스페이드여왕 이후 두 번째로 접한 푸시킨의 소설이다.
지방 귀족의 자제가 태어날 때부터 군인이 되기로 정해지고 어느새 소년이 되어 청년으로 성장해가는 시점에서 군대를 찾아 길을 나서면서 착하고 현명하지만 늙은 하인 사빌리치와 함께 그 여정에서 우연찮게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어찌 보면 호구 노릇을 하면서 베푼 은덕으로 인해 여러 인물들과 여러 사건들과 엮이게 되나 운 좋게 풀려나가는 수기 형식의 소설이다.
먼저 소설과 마찬가지로 중간중간 작가가 막 개입하고, 독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1836년에 발표한 소설로, 푸가초프의 반란을 정점으로 주인공이 진정한 군인이 되어가는 과정과 마리야 이바 노브나를 향한 순수한 사랑이 주된 내용이다.
얼마 전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에도 언급된 바 있던 이 소설을 가리켜 그는 가장 위험한 시인의 가장 위험한 정치소설이라고 극찬했다는 띠지가 붙어있다.
스스로를 황제라 칭하고 탈옥범, 도적떼들과 함께 지방들을 기습해서 전쟁을 통해 정복하는 푸가초프는 1773년에 실제로 반란을 일으켰던 실존 인물이었다고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을 비롯해서 등장인물들과 이웃들은 모두 순수하고 열정적이다. 또한 주인공과 여러 면에서 악연으로 엮이는 교활한 시바브린 조차도 순수해 보인다.
결론 부분의 많은 서사를 '집안에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으로 간추린 한 페이지가 교훈과 해피엔딩의 좋은 예를 보여주어, 황당함이나 뻔함, 다소 작위적인 스토리의 전개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알렉산드로 황제의 태평성대를 살고 있는 지금, 이런 일이 내가 살았던 시대에도 있었다는 것을 회고해 보면, 문명의 급속한 발달과 박애주의 사상의 확산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젊은이들이여! 만일 나의 수기가 그대의 손에 들어간다면 이것을 반드시 기억하시라. 가장 확고한 최선의 개혁은 온갖 강제된 변혁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풍속의 개선에서 온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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