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2
다자이 오사무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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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 오사무'는 일본 군의 대지주이며 귀족인 가문에서 태어났다. '너무도 부끄러운 삶을 살았다'고 소설의 도입 부분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그는 자기 자신을 주인공들을 통해 이 땅에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사는 일에는 실격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인간실격'과, '사양'이라는 두 편의 중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는데, 둘 다, 일본의 전쟁 이후 몰락하는 귀족과 사람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들의 삶과 죽음에 관한 퇴폐적인 이야기 들이다. 이른 바 퇴폐 문학 이라고 불려지기도 한다.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라는 인물 역시 전쟁 직후 기울어 가는 귀족 가문의 막내로 태어나 시장기라는 것을 모르고 사람을 좋아하거나 신뢰하지 못하며 자기 연민과 자기 비하 속에서 성장하는 사람이나 익살과 타고난 미모로 특히나 여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대체로 유부녀나 술집의 여자 등과 인연을 맺고 그녀들의 보호 아래 살아가게 되는 나약한 사람이며 마약과 공산당 모임 등에도 속해서 지내지만 대단한 뜻이 있는 것도 아닌, 지극히 자기 연민에만 빠져서 지낸다.

'요조'라는 캐릭터는 매우 깜찍하기도, 때론 끔찍하기도 한 재미있고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가 왜 그녀들에게 그렇게 먹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는 없으나 그가 보는 자신에게 환장하는 여성들에 대한 짧은 언급이나 그의 가식적인 익살 이면을 들여다볼 줄 아는 두 사람(다케 카즈, 호리키)에게 들켜서 그들을 통해 표현되는 부분으로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

처음 '요조'의 사진 석장을 들여다보는 화자가 '요조'가 쓴 수기를 엮어서 소설이 전개되는데, '요조'처럼 '다자이 오사무' 역시 몇 번의 자살시도 끝에 마침내 생을 마감한다.

'사양'역시 전쟁 직후 몰락해가는 귀족 가문의 이혼녀 '가즈키'와 문학 지망생이었으나 전쟁에 참여했다 돌아온 마약중독자 동생 '나오지'와 이 남매의 늙어도 우아하고 귀엽고 아름다운, 진정한 귀족 엄마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와 그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1948년 38세의 나이로 자살한 이후 전쟁의 폐허와 함께 일본에서는 다자이 열풍이 불었다 한다. 그를 천재라고도 하고, 아무튼 인간의 삶을 살 자격을 상실한, 다자이와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의 지극히 퇴폐적인 삶과 죽음이 남기는 이미지와 패망 전쟁의 가해자 일본의 시대를 살던 청춘들과 기성의 파괴가 안겼을 충격이 낳은 여러 상념들이 지금, 그리고 그 피해의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에게도 충분한 공감과 매력과 가치 있음으로 다가온 소설이었다.

* 다자이 오사무는 패전의 상실감과 혼란을 가장 비극적인 형태로 반영한 작가라고 한다

겁쟁이는 행복조차도 두려워하게 마련입니다. 솜에도 상처를 입습니다. 행복에 상처를 입는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끝까지 살아가야만 한다면, 이 사람들의 이러한 생활 방식 역시, 미워할 것이 못 될지도 모른다. 살아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아아, 그것은 얼마나 견디기 힘들고 숨 가쁜 대사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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