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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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에 진짜 행복한 독서를 했다. 이런 책도 있구나,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가끔은 은유나 직유, 화려한 묘사를 좋아하기도 하나 그것이 독이 되기도 함을 느낀다. 그러나 너무도 심플한 묘사와 비유가 이렇게 아름답기까지만 할 수 가~~

지난해 봄에 힘들었던 일이 있었다. 그때 우연히 듣게 된 차이콥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를  들으며 위로가 됐던 일을 계기로 고전 클래식을 좀 들어볼까 하고 cd를 사고, 책들을 읽기도 했더랬는데 역시 나는 막귀임을 실감하고 그래도 듣고 또 듣다 보면 귀가 트이나?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에 책을 읽으며 듣노라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유튜브를 검색해 들어가며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천재들이 연주하는 곡들에 대한 주인공들, 심사자들의 느낌이 정말 흥미진진하다.

본의 요시가에에서 펼쳐지는 세계 피아노 콩쿨대회에 출전한 연주가들의 이야기와 심사자 들의 이야기 조금이 가미되었다.

세계적인 음악가 유지폰 호프만에게 5세 때부터 사사받은 '가자마 진',  훌륭하지만 선정적인 연주로 특이한 분위기와 특이한 음악관으로 놀랍게 등장하는 15세의 천재 연주가이다. 양봉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유랑하며 지내고 정규교육은커녕 집에 피아노도 없다. 그러나 항상 함께하는 꿀벌들의 소리를 세상을 축복하는 음표라고 생각하며 사람들에게 꿀벌 왕자로 불리운다.

그 소년은 자기의 스승과 음악을 넓은 곳으로 데리고 나가자고 약속을 한다. 그의 스승은 가자마 진을 '재앙'이 되거나 '기프트'가  될것이라고 추천을 한다.

13세에 엄마를 잃고는 콘서트를 포기해 버렸던 또 다른 천재 '에이덴 아야', 비가 함석 지붕위에 내리는 소리를 말발굽 소리로 느끼며 모든 사물에서 음악을 듣는 그녀는 이번 대회에서 가자마 진의 연주를 들으며 자신을 찾아가고, 가자마 진 안에서 자신을 보게 된다.

아야가 어렸을 때 재능을 발견해준, '마사루 카를로스 레비 아나톨', 그는 신체와 외모와 인격까지 갖춘 천재 연주가이다. 이번 콩쿠르 에서 그의 뮤즈 아야와 재회한다.

그의 스승은 너새니얼 실버 버그로 유지폰 호프만의 제자였으나 끝내 인정받지 못한 이번 콩쿨의 심사자로 이혼한 아내와 재회를 도모 한다.

리고 28세의 유부남, 악기상에서 가계를 책임지고 있는 '다카시마 아카시', 그는 자기주장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양장 농가를 하는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음악을 했지만, 클래식이 가진 자들만의 향유가 아닌 보통 사람으로서의 음악을 지향하는 연주가이다. 그는 남에게 다정하고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으로 음악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출전한다.

음악이 본능인 사람들, 아카시는 전부터 아야의 팬이었고, 아야는 아카시를 잘 모르는데 아야의 연주를 마치고 둘이 붙들고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던 대목이다.

연주자들의 압박감과 그들의 삶과 경쟁.. 그들의 음악에 대한 재능과 태도에 대한 나의 경외감이 폭발하던 대목이었다. 그 연주가들이 서로의 음악을 감상하며 감동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리고 작곡가 히시누마의 봄과 수라의 카텐차를 제각각 연주하는 묘사 등등 음악에 대한 사연과 묘사들 그리고 마음속의 대화들이 감동적이다. 정말로 간만에 행복한 독서.... 

그 울림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니 나라는 존재 자체를 포근히 감싸주는 것만 같아 마음이 차분해졌다. 지금 다시 한 번 그 시절의 광경을 볼 수 있다면 분명 이렇게 말했으리라. 환한 들판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꿀벌은 세상을 축복하는 음표라고. 그리고 세상은 언제나 지고한 음악으로 가득 차 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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