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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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스의 후기 인상파 화가인 고갱의 이야기를 소설답게 더 극적으로 쓴 작품인데, 소설이라는 느낌보다는 한편의 전기를 본 것 같다. 그래서 작가의 작위적인 개입이 많고 대놓고 독자의 반응에 대한 염려도 드러내놓고 있다.

본인의 예술혼을 위해 가정과 직업을 모두 버리고 현실의 안락한 것들을 포기하고 경멸하면서 태평양의 타히티 섬으로 들어가서 원주민 여인과 살면서 몹쓸 병에 걸려 눈이 멀고 죽어가면서 작품을 완성한 고갱의 이야기가 현실의 그보다는 더 과장되어서 펼쳐진다.

 가는 고갱의 작품과 그의 생에 대해서 '신비감'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에 대한 소설을 쓰기로 하면서, 아니 이전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이미 신비감에 둘러싸인 채로, 이미 세상에 속한 인간다운 것에서 너무 먼 한 광기 어린 천재 화가의 삶에 대해 작가 스스로가 그러함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이 높겠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고갱의 분신인 스트릭랜드에 대해 그의 아내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비롯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로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엮어 나간다.

몇 번 그를 만난 적이 있으나 스트릭 랜드는 과묵하고, 투박하고 냉소적인 사람이며 내면의 부대낌이 많은 사람이라 말로 표현하는 것이 별로 없으므로, 추측을 하고, 작가 자신의 생각을 정정해나가며 이야기를 이끈다. 작가의 친구 천재 외과 의사 아브라함의 삶을 통해서 또 스트릭랜드를 이해하기도 하며, 소설에서 등장하는 그의 여인들, 교양 있고 지극히 세속적인 아내와, 어리석은 블란치, 그리고 원주민 아타를 통해서 그의 여성관과 사랑관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특히 블란치의 남편, '가엽고 우습기까지 한 네덜란드인'이라고 표현한 더크 스트로브에 대한 묘사는 해학적이고 슬프고 잔인하기까지 해서 인상적이다.

품의 해설에서 제목 '달과 6펜스'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세계를 가리킨다고 한다. 달은 영혼을 설레게 하며 삶의 비밀에 이르는 신비로운 통로, 상상의 세계나 광적인 열정을 상징하는 것이고, 6펜스는 영국에서 가장 낮은 단위로 유통되었던 은화이다. 둘 다 둥글지만, 달이 영혼과 관능의 세계, 또는 본원적 감성의 삶에 대한 지향을 암시한다면, 6펜스는 돈과 물질의 세계, 천박한 세속적 가치를 가리키는 것으로 한 중년의 사내가 달빛 세계의 마력에 끌려 6펜스의 세계를 탈출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자초한 것이지만 배고프고 고된 삶을 살면서 병들고 죽어가면서도 의연하게 작품에만 몰입하던 스트릭랜드는 마침내 진정한 자유와 열반의 경지에 이르러 위대한 그림들을 남기는데 인간의 의지보다 어떤 계시 같은 것에 움직여지는 천재 예술가의 삶이란 것이 다분히 공감되는 스토리였다. 그리고 그 천재의 육체적인 것을 넘어선 그 무엇, 더불어 천재가 아닌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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