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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오브 엑스
A. J. 몰로이 지음, 정영란 옮김 / 타래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판타지"책이란 어떤 정의를 내리는지 모르겠지만 꼭 드래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중간 세계에서 절대반지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거나, 마법의 가루나 스프를 만들고, 빗자루를 타고 하늘에서 축구를 해야만 판타지일까? 우리는 흔히 이런 내용이 있다면 '판타지'라고 한다.
하지만 이 <스토리 오브 엑스>도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에로스의 판타지'.
세상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상상으로 꿈꾸는 판타지. 19세 미만은 읽을 수 없는 판타지.
이런 책에서 볼 수 있는 나약한 여자의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의 의지가 없는 듯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머릿속에선 벗어나야한다, 이겨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 행동은 그러지 못하는 그런 나약한 사람들 말이다.
사랑에 목숨 걸고, 자신의 모든 행동을 사랑이라고 포장하는 주인공들....현실성은 떨어진다.
그리고 비슷한 종류로 <50가지...>의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고 신작으로 읽었었다.
그땐 '판타지'라는 정보가 없었기에 제일 불편하게 생각했던 점이 여주인공이 자신을 토마스 하디의 '테스'에 비유하는 것이었다. 테스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언급하며 마치 자신이 '현대판' 테스인것 처럼 말은 하지만 실제 행동이나 상황은 에로스를 쫒는 사람일 뿐이었다.
토마스 하디의 '테스' 개정판을 읽은지 얼마 안된 때라 여주인공의 비유가 너무 불편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스토리 오브 엑스>의 여주인공 알렉스(X)는 자신을 고전 문학속의 주인공으로 미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아가씨 알렉스(알렉산드리아 or 엑스(X))는 이탈리아에서 마크라는 남자를 만난다.
멋진 부잣집 남자 마크를 보고 한 눈에 반하고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그 사랑으로 인생의 변화를 맞는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사실 딱 한줄에 옮겨도 될 듯한 뻔한 줄거리다.
모든 것이 다 "사랑" 때문이라고. 로맨스라는 책의 장르상 그런 것이라 생각된다.
오직 쾌락적인 에로스가 가득한 내용이다.
그런데 <50가지....>와 너무 비슷한 설정이라 흥미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둘 다 사랑은 모르는 공부벌레들에 대학 졸업을 앞두고 논문을 쓰기위해 이탈리아로 가거나 남자를 만나 취재를 한다. 이렇게 시작된 관계도 비슷하고 가학적인 에로스를 즐기는 것도, 금방 사랑에 빠져 남자의 가학적인 성향도 다 받아들이는 순종(?)적인 여자로 변하게 된다는 설정이 불편하다.
그리고 사랑에 빠지는 그 대상도 하나같이 부자에 베일에 쌓인 과거(그것도 사랑에 실패하고 슬픔이 있는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과거)가 있고, 사랑의 대가로 비싼 차와 명품 옷을 선물하는 남자란 현실에서 존재할까? 만약 남자가 평범하고 평범한 월급쟁이 남자였다면 첫눈에 반했을까?
단순한 재미만을 추구하는 로맨스에 너무나 많은 의문을 가지는 것일수도 있지만 많은 시간과 지적인 질문을 품기엔 단순하고 불편했다. 아무리 좋은 미사어구, '기존의 로맨스 소설에서 진보한', '운명적이고 절대적 사랑', '성의 참된 원형을 찾는' 등등의 미사어구를 붙여도 불편함을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작가는 '이런' 책에 왜 필명으로 책을 썼을까? ('50가지...'도 마찬가지지만.)
'그는 누구일까?'라는 작가소개를 보면 이 소설 역시 "그(남자)"의 시선에 의해 쓰여진 것일까?
그럼 이 책의 모든 것은 남자들의 판타지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