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고양이
이성민 지음 / 풍백미디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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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학 고양이

저자는 도서관에서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몰라, 그저 제목이나 귀동냥으로 들었던 책을 고르면서 누가 좀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좋은 책을 모르고 지나칠까 봐 걱정도 됐다. 그런 아쉬움을 담아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책은 그렇게 탄생했다.

『문학 고양이』는 단순히 문학작품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고양이처럼 낯선 소리나 움직임에 반응하고, 새로운 물건은 냄새 맡고 건드려보는 호기심 많은 시선으로 문학작품을 안내한다. 그래서 내용도 다 알고 몇 번씩 읽었던 책인데도 낯설게 다가온다.

하루의 대부분을 햇볕을 받으며 자거나,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느긋한 고양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어쩌면 아무 생각 없이 따뜻한 햇볕을 느끼며 그저 행복한 것은 아닐까? 나도 이제까지 독서는 재밌고 감동을 느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작품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과 맥락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서 잔잔한 감동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저자는 문학작품을 감상할 때 고양이처럼 느긋하고 여유롭게, 더 넓게 감상하라고 『문학 고양이』라는 제목을 붙인 게 아닐까? 이렇게 맥락을 이해하며 천천히 읽으니, 내가 읽었던 작품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달라지고 독서의 즐거움이 더 커졌다.

2. 헤세의 편지

『문학 고양이』는 아빠가 아들에게 보내는 20통의 편지글이다. 마지막 편지에서는 작가가 헤르만 헤세의 시선으로 아들에게 당부를 전한다. 예를 들면 '내 친구가 편지를 썼다는 건, 답장을 바란다기보다 긴 인생을 통해 답변해 주기를 기다린다는 뜻'이라며 헤세의 입을 빌려 말하는데, 느리게 기지개를 켜는 고양이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이것이 『문학 고양이』의 방식이다. 세상을 천천히 응시한다. '내 친구가 어떤 방황을 하며 살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당신만큼은 그런 방황보다는 경험을 하기를 바랄 겁니다'라고 말하니, '너는 나처럼 방황하지 말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와닿는다.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저자는 그것을 알았기에 아들에게 <20주 편지 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그 편지들이 모여 이 책이 되었다.

3. 이 책의 특징

유명한 작품들을 저자만의 시각으로 비교해서 알려준다. 네 번째 편지를 보면, 조정래 vs 이병주의 태백산맥 vs 지리산, 한강 vs 산하의 경우, 세상을 빠짐없이 알고 싶었던 20대에는 조정래가 더 와닿았지만, 그 시대의 누군가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싶은 40대에는 이병주가 더 재밌게 느껴진다고 현재의 심정을 그대로 이야기해 주어 더 친근하기에 느껴졌다.

p.41 민주화 운동과 올림픽을 거치며 사회문제보다 나 하나의 성공과 쾌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 사회주의와 자유주의의 대결이 끝나고 자본주의가 득세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지.

이런 설명 덕분에 문학작품이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품은 생생한 경험으로 다가온다. 최근 BTS의 광화문 광장 공연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생중계되고, 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사고 없이 마무리된 일 역시 언젠가는 누군가의 문학작품 속에 시대적 배경으로 생생히 담기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소개하는 모든 문학 작품들이 정말 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진심 어린 마음이었다. 이런 책을 미리 만났더라면, 나도 입시를 위한 문학 작품 읽기가 아니라 문학작품을 그 자체로 좋아했을 것 같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양시론의 태도는 결국 아무런 의견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처럼 어려운 단어는 뜻도 알려준다. 하지만 꼰대 같은 생각인 교조주의적 비판이나, 서양이 동양보다 우월하다는 오리엔탈리즘 같은 단어처럼 바로 이해가 안 되는데 뜻풀이가 없는 단어는 직접 찾아가며 읽었다.

4. 사회과학과 인문학은 함께 할 때 완성된다

에코토피아는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는 이상적인 생태 사회다. 하지만 누군가는 인간에게 유리한 개발이 중요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자연과 공존해야 한다고 한다. 에코토피아와 개발주의의 충돌이다. 개발과 생태 보존이 충돌하는 지점에 놓인 도요새를 통해 왜 사회과학과 인문학은 함께할 때 완성되는지 알 수 있다.

저자 역시 <도요새에 관한 명상>을 읽으며 이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사회 생태주의자인 첫째와 심층 생태주의자인 아버지가 비슷한 듯 다르게 도요새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이나, 부동산 투기에 밝은 개발주의자인 엄마와 생각 없이 개발주의에 동조하는 둘째가 겪는 갈등 장면은 사회과학적 이론으로 설명 못하는 생생함을 지니기 때문이었다.

이는 사회과학적 분석과 인문학적 상상이 함께할 때 비로소 이해가 완성됨을 보여준다. 생태사상의 차이를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로 읽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그 개념이 내 안에 진짜로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과학적 분석과 인문학적 사유 모두 필요한 거였다!

『문학 고양이』는 당신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묵묵히 우리 곁에서 문학을 통해 타인의 고통과 방황을 보여주며 스스로 깨닫게 한다. 문학작품은 딱딱한 지식의 세계가 아니라, 고양이 털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생생한 경험이다.

오늘은 이 책 맨 뒤에 정리되어 있는 『문학 고양이』 추천 도서 중에서 내가 읽었던 책 한 권을 꺼내, 그 안에 담긴 시대와 사상을 다시 읽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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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고래 2026-03-2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자 이성민입니다~^^ 성의 있는 서평을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비슷한 시대를 다르게 읽어내는 문학가들의 다양한 시선이 흥미로와서 독자의 시선으로 멋대로 비교해봤던 것 같아요~^^
 
나는 5년간 은퇴를 준비했다
이상수 지음 / 좋은땅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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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각

매일 6시간씩 5년을 노력하면 1만 시간이다. 『나는 5년간 은퇴를 준비했다』라는 제목에서의 5년은 인생 2 막을 준비하느라 오랫동안 생각하고 노력했다는 뜻이다. 생각, 준비, 실행을 통해 우물형 자산 구조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은퇴의 막연함을 실행계획으로 바꿀 수 있는 팁을 찾아보자.

지속 가능한 방향을 찾기 위해 저자는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즐겁고 에너지가 솟는가?"라는 질문을 매일 스스로에게 던지며 읽고, 쓰고, 정리하는 자기 탐구를 했다. 은퇴 이후의 많은 날들을 살아가려면 자기 탐구가 기본이며, 진정한 성취는 내면의 탐구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자기 탐구의 중요한 도구로는 독서를 택했다. 독서량이 많아질수록 선택하는 책의 범위가 점점 좁아지면서 스스로의 방향과 철학이 명확해졌고, 이를 바탕으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실행에 옮겼다.

저자처럼 충분히 생각하고 방향을 잡은 뒤에야 비로소 계획이 의미를 갖는다. 앞서 은퇴한 많은 지인을 통해 계획과 시스템이 없는 자유는 결국 방황이 된다는 것을 목격한 저자는 은퇴를 준비하며 계획을 아주 작고 촘촘하게 세웠다.

작은 목표를 꾸준히 이루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하루 혹은 일주일 단위의 작은 계획과 실행은 꾸준히 자신감을 준다. 이런 하루하루의 작은 결과들이 모여 결국 큰 성취로 이어진다.

이제까지는 회사를 다니며 수동적으로 살았지만, 은퇴 이후는 내 삶의 주도권을 능동적으로 되찾아야 한다. 그래서 방향을 잃기 쉬운 큰 목표보다, 다음 단계를 향한 강력한 에너지가 되어주는 작은 성과와 실행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2. 준비

은퇴를 하면 나 대신 인생 2 막을 준비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혼자서도 해낼 수 있도록 나만의 계획을 세워 준비해야 한다. 누군가의 도움에 기대면 나중에 잘 안될 때 그 사람 탓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함께 계획하기 보다, 혼자 해낼 수 있는 힘을 갖춘 뒤 협업을 해야 한다.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끝까지 해낸다. 혼자 가면 더 견고하게, 멀리, 높이 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측근이자 나와 가장 잘 맞는 동반자는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p.65 준비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작은 실천의 반복과 지속이다.

저자는 조금씩 시간을 내어 평소 관심 있던 분야의 세미나와 강의를 찾아보며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본인에게 맞는 커리큘럼을 발견하고 조금씩 수준을 높여가며 경험과 공부를 이어갔고, 결국 스스로 콘텐츠를 구성하고 강연을 하게 되었다.

p.102 '나는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이 말이 실행하기가 가장 어렵지 싶다. 다녔던 직장과 전공 분야는 나는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 남편에게 회사를 다니면서 천직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냐니까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저자의 말대로, 가족 부양을 위해 헌신했던 30년이었던 것.

그래서 나는 은퇴 후 가장 먼저 할 일은 독서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 먼저 찾기.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즐겁고, 에너지가 넘치는지를 알아야 앞으로 남은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 2 막은 나의 자존감을 지속해서 성장시켜 주는 일을 하며 살고 싶지 않은가?

3. 실행

시작보다 중요한 것은 끝이다. 시작했다면 반드시 끝을 봐야 한다. 실행만 열심히 하며 과정을 즐겼다 하더라도 결과가 없다면 그 과정은 기록되거나 기억되지 않는다.

저자 역시 어떤 일이든 시작했다면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결과를 못 내고 멈추면 시간 낭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삶이란 과정에서 배우고, 결과로 자신을 증명하는 여정이다.

은퇴 후 기존 커리어가 연결되는 재취업은 잠시 완충 역할만 해 줄 뿐이다. 그래서 재취업이 아닌 새로운 커리어의 방향을 설계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은퇴 이후는 많은 소득보다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일상을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p.145 은퇴 이후는 조급함 대신 평정심을, 과도한 열정 대신 지속적인 실행을 권합니다.

저자는 타인을 설득하거나, 이해시키거나, 사정해야 하는 일은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과 노력으로 지속 가능한 구조와 시스템을 만들어 가기로 한 것이다. 처자의 첫걸음은 생각이었고 그 생각이 준비로 이어졌으며, 결국 실행으로 연결 연결되어 지금이 있게 된 것이다.

자산이 일을 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란 단순한 투자보다 훨씬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방향만 제대로 잡는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저자의 경험을 거울삼아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도 지속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우물형 자산 구조 시스템을 구축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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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내려놓기
도리스 볼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집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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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내려놓기』는 마음속에 있는 다양한 짐을 내려놓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읽고 나니 나 역시 스스로를 얼마나 많이 탓했지 알게 됐고, 거절하지 못해 불필요한 보험을 들었다가 손해를 봤던 일에 대한 자기비난도 줄어들었다.

“당신이 생각과 행동을 결정한다"라는 말은, 당신 스스로 죄책감을 만들 수도, 멈출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떻게 죄책감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 쉽고 이해가 쏙쏙 되게 알려준 책이었다. 특히 사례마다 A 상황, B 평가, C 감정과 행동으로 나누어 함께 생각해 보게 하는 구성이 복습도 돼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1. 죄책감이란?

1부에서는 죄책감이 어떻게 생기고, 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지 살펴본다. 죄책감은 양심의 가책으로, 스스로 나쁜 사람이라고 평가할 때 생긴다.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자신을 열등하고 실패한 존재처럼 느끼게 한다. 반면 후회는 실수를 인정하고 자신을 용서하며, 자존감을 바탕으로 더 나은 행동으로 나아가게 한다.

죄책감과 후회의 차이는 단순하다. 나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죄책감이고, 나는 실수했다고 생각하면 후회다. 죄책감은 내가 잘못했다는 상대의 비난에 동의하는 순간 죄책감이 생긴다. 죄책감을 만드는 건 나 자신이다.

죄책감은 타인을 조종하는 도구로도 쓰인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 당신은 최소한…"이라는 강요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죄책감을 일으키는 마음을 점검하지 않고, 상황 탓, 남 탓으로 넘겨버린다.

사회가 여성에게 씌우는 죄책감도 마찬가지다. 부탁을 거절하면 인정머리 없고, 집에만 있으면 무능하고, 아이를 두고 일하면 나쁜 엄마라는 시선. 이런 죄책감은 내가 뭔가를 잘못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기준에 내가 반응하는 것일 뿐이다.

p.91 우리 행동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만, 인간으로서의 가치는 그 행동으로 인해 달라지지 않는다.

2. 죄책감 해소 전략

2부에서는 죄책감을 내려놓는 방법과 예방법을 배운다. 작은 선물을 받았으니 나도 갚아야 한다는 생각, 보험설계사가 오랫동안 공들여 설명했는데 거절하기 미안한 것까지 모두 죄책감을 이용한 상술이었다. 나 역시 그 상술에 넘어간 적이 수두룩하다.

나의 평가도 점검해야 한다. 내 결론은 사실인가? 그 결론이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가? 아니라면 내 결론을 수정하고, 죄책감이 떠오를 때마다 수정한 평가를 읽으며 부정적인 생각을 멈춘다. 과거를 후회할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자신을 계속 괴롭히는 건 아무 소용 없다.

"그 순간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어. 나도 인간이야. 인간은 누구나 잘못을 하지. 그러니까 난 나를 용서할 거야."

이렇게 자신을 용서하는 말을 소리 내어 읽거나 책 중간에 있는 마음의 평화를 위해 하루 한 번씩 읽어 보라는 글을 매일 읽어보자. 남들에게는 다정하고 친절하면서 왜 나 자신에게는 그러지 않느냐는 말이 지금까지도 생각난다. 남을 용서할 수 있다면 자신도 용서할 수 있다.

일상 표현도 바꿔야 한다. '해야 해'를 '할 거야'로 바꾸어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기대하니까 해야 해'를 '내가 관심 있으니까 할 거야'로,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하는 거야'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로 바꾸는 것이다. 이 작은 전환이 자존감을 높여준다.

자기 말대로 해야만 좋아하는 사람은 진짜 친구가 아니다. 상대를 배려하되, 자신을 먼저 챙겨야 한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 헌신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3. 환자들의 사례

3부에서는 실례와 해결책이 나온다. 죄책감과 교육, 인간관계, 타인의 죽음 등 사례별로 저자가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카린의 사례는 나와 너무 비슷했다. 카린은 우울증으로 상담실을 찾아왔는데, 원인은 심각한 죄책감이었다. 어린 시절 실컷 놀지 못했던 자신과 달리 아들만큼은 자유롭게 키우려고 돈을 달라면 다 주고, 게임만 하고 게을러도 잔소리도 안 했다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엄마가 공부를 너무 강요해서, 내 아들은 게임도 마음껏 하게 하고, 피아노와 태권도 외에는 학원도 안 보냈다. 다행히 아들은 고등학교 때 정신 차렸지만, 카린의 아들처럼 20살이 넘도록 게임만 했다면 나도 똑같이 무너졌을 것이다.

저자는 카린을 감정의 ABC로 나누었다. A(상황)는 20살이 넘어도 게임만 하는 아들, B(평가)는 아들을 더 엄하게 키웠어야 했는데, 아들이 저렇게 무능한 건 다 내 탓이라는 카린의 평가다. C(감정과 행동)는 우울증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아들에게 계속 돈을 주고 잘못된 행동을 눈감아 주는 것이다.

문제는 B(평가)에 있다. 아들의 선택을 전부 자기 탓으로 돌리는 평가가 우울증을 만들어냈다. 이 평가를 바꾸면 감정과 행동도 달라진다.

저자는 독일인이지만, 읽다 보니 세계 어느 나라든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의 이야기를 읽었는데, 나도 모르게 옛날의 죄책감까지 치유되는 것 같았다. 이 책, 『죄책감 내려놓기』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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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 보호받지 못한 이들에 대하여
모먼트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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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도 감동, 처음 받아본 작가님의 손편지와 싸인도 감동이었다. 한 권의 책에 작가님의 진심까지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이 책은 세상이 아직도 따듯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눈물이 메마른 요즘 혼자서 울고 싶을 때 읽어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 실화 같아서 이렇게 억울한 일이 또 있을까 싶은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이 소설을 통해 '비의도적 범죄자'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동시에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에서 스스로 희망이 되어가는 주인공 지안이 너무 멋있었다.


p.167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숨결 가까이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가, 나에게 삶을 가르친다."


주인공 지안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면서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어 간다. 처음에는 피하거나 엮이고 싶지 않은 방관자의 마음이었지만, 점점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변한다. 지켜보는 사람에서 더욱더 단단한 돕는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지안의 친구 은주는 살인자의 딸이다. 아버지가 살인자인데 그 벌은 딸도 함께 받아야 했다. '죄는 한 사람이 지었지만, 벌은 한 가족이 나눠 받는다'는 작가님의 말이 맘 아팠다. 모두의 따돌림과 조롱은 한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세웠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전염된다. 친척들도 다 피하고, 결국 '내가 없어지면, 다 괜찮아지겠지'라는 쪽지 한 장을 남기고 떠난다. 


어떤 사람들은 빛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너무 쉽게 잊고 산다. 죄는 한 사람이 지었는데 벌은 온 가족이 받는 세상이,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간 사람들의 시선이 가증스럽고 화가 났다. 


지안은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직접 바꾸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은주와 같은 이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가 되어 보호받지 못한 이들을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의 잔혹한 시선을 정면으로 묻는다.


만약 범죄를 저지른 클라이언트가 온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교수님의 질문에 지안은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대답하는 부분에서 가슴이 뭉클했다. 


소년원으로 실습을 갔는데, 어린아이들까지 범죄자의 낙인을 안고 있었다. 한 아이가 우리 보고 안 무섭냐는 말에 "너희가 무서운 세상에서 혼자 버텼다는 게 더 무서워"라고 한다. 무기징역처럼 끝도 없이 이어지는 시선과 속삭임이 가득했다. 


석사학위를 받은 지안은 자신만의 심리 상담소 '다시'를 차린다. 그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사연은 읽는 내내 분통이 터진다. '당당한 범죄자들'이라는 표현이 딱이었다. 


전단지를 뜯었다가 고소를 당하고, 임신한 아내를 구하려다 살인자가 됐다. 자동차 사고로 범죄자가 된 아버지, 마치 드라마 <글로리>를 보는 듯한 이야기, 잘못된 모성애로 죽은 엄마, 어르신께 진심을 다했는데 고소를 당한 이야기까지. 


책을 읽는 내내 세상에 이렇게 황당한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억울함의 무게가 페이지마다 쌓여 있었다. 그래도 지안의 도움으로, 그들은 조금씩 희망을 되찾는다. 


범죄의 시작은 늘 상처에서 비롯된다. 지안은 상황에 내몰려 죄를 지은 아이들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볼 수 없었다. 누군가는 이 어두운 곳에 있어야 한다. 누군가는 여기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빛이 닿지 않는 곳에도 사람은 있어야 하니까. 


어떤 학생이 수용자를 돕는 일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형벌은 과거를 위한 것이지만, 복지는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답한다. 


사회복지는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문이 아니라,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제도 언어로 번역하는 실천이었다. 


이 책을 덮고 나서야 알았다.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 힘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려는 태도 하나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주는 마음만으로도 이미 한 사람의 빛이 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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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나처럼 살지말아라
이재철 지음 / 좋은땅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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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자와 우리 엄마

『너희는 나처럼 살지 말아라』는 39세에 찾아온 뇌경색에서 회복된 승리의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뇌졸중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엄마였다. 엄마도 저자처럼 진심으로 환자를 위하는 재활 선생님을 만났었다면 어땠을까? 우리 엄마도 걸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 당시 병원에서 본 재활 치료는 그저 시간만 때우고 있는 느낌이었다. 재활뿐만이 아니다. 이비인후과, 치과, 내과 등 그동안 내가 가본 병원은 모두 나를 사람이 아닌 돈으로만 보는 휴머노이드 같았다. 다행히 최근에 환자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친절한 치과와 내과를 찾았다. 무엇보다 신뢰감이 들어서 마음 든든하다.


저자는 의사로부터 걷는 게 어려울 수 있고, 앞으로 평생 지팡이를 짚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절망적인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 말은 오히려 더욱더 열심히 운동하게 만든 동기가 되었다. 지금은 뒤뚱뒤뚱 걷고 뛰더라도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한다.


p.90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왔을까? 그동안 재미있게 살기는 한 걸까? 그저 눈치만 보며 살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2. 뇌졸중이란?

뇌졸중과 뇌경색이 헷갈려서 찾아봤다. 뇌졸중(腦卒中)은 '뇌가 갑자기 쓰러진다'는 뜻으로,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腦梗塞)과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腦出血)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다. 옛날 어른들이 풍 맞았다고 했는데, 중풍(中風)은 뇌졸중보다 더 넓은 범위다. 뇌졸중 ⊂ 중풍.


왜 뇌졸증이 아니고 뇌졸중이냐 하면, 뇌(腦)가 졸(卒, 갑자기) (中, 맞다/당하다)한, 갑자기 (충격을) 맞은 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에 질병의 증상을 뜻하는 '증(症)'이 아닌 가운데 중(中) 자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


3. 몸이 보내는 신호

저자는 자신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후배 세대들에게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절대 놓치지 말라고 당부한다. 수축기 혈압이 200mmHg을 넘거나, 두통이 자주 반복되거나 오랜 두통으로 타이레놀 달고 사는 사람, 한동안 눈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사물이 두 개로 보이거나, 그림자가 생겨 겹쳐 보이는 복시현상이 일어나면 무조건 병원에 간다. 


삐~ 하는 이명, 코피가 멈추지 않거나, 왼쪽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고, 혀가 목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면서 말이 어눌해지기 시작하면 뇌경색 초기 증상이다. 저자 역시 대표님이 응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가라고 하지 않았다면 골든타임을 놓쳐 이 글을 쓰고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4. 새로운 도전

중환자실에서 눈을 뜬 저자는 곁에 있는 환우와 함께 서로를 응원하며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양손을 번갈아 가며 쥐었다 폈다를 100번 했다고 해서 나도 따라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것은 뇌 건강과 말초 신경 자극에 정말 좋은 습관이라고 한다.


저자는 39세라는 너무 젊은 나이에 찾아온 뇌경색을 이겨내는 과정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두통이 계속되도 그냥 진통제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혈압이 뭔지도 몰라서 200이 넘어도 혈압약 처방을 받지 않을 정도로 건강에 무지했던 과거를 솔직히 고백한다. 


후배 세대들은 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고, 『너희는 나처럼 살지 말아라』 당부한다. 내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말라는 진심 어린 조언은 건강에 별로 관심이 없던 나를 일깨웠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다. 나 자신과 소중한 가족을 위해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  


같은 병을 함께 이겨내고 있는 분이나 건강의 소중함을 잊고 바쁘게 사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정말 회복된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희망의 증거다. 이 책을 통해 회복의 용기가 샘솟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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