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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내려놓기
도리스 볼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집 / 2026년 2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죄책감 내려놓기』는 마음속에 있는 다양한 짐을 내려놓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읽고 나니 나 역시 스스로를 얼마나 많이 탓했는지 알게 됐고, 거절하지 못해 불필요한 보험을 들었다가 손해를 봤던 일에 대한 자기비난도 줄어들었다.
“당신이 생각과 행동을 결정한다"라는 말은, 당신 스스로 죄책감을 만들 수도, 멈출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떻게 죄책감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 쉽고 이해가 쏙쏙 되게 알려준 책이었다. 특히 사례마다 A 상황, B 평가, C 감정과 행동으로 나누어 함께 생각해 보게 하는 구성이 복습도 돼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1. 죄책감이란?
1부에서는 죄책감이 어떻게 생기고, 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지 살펴본다. 죄책감은 양심의 가책으로, 스스로 나쁜 사람이라고 평가할 때 생긴다.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자신을 열등하고 실패한 존재처럼 느끼게 한다. 반면 후회는 실수를 인정하고 자신을 용서하며, 자존감을 바탕으로 더 나은 행동으로 나아가게 한다.
죄책감과 후회의 차이는 단순하다. 나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죄책감이고, 나는 실수했다고 생각하면 후회다. 죄책감은 내가 잘못했다는 상대의 비난에 동의하는 순간 죄책감이 생긴다. 죄책감을 만드는 건 나 자신이다.
죄책감은 타인을 조종하는 도구로도 쓰인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 당신은 최소한…"이라는 강요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죄책감을 일으키는 마음을 점검하지 않고, 상황 탓, 남 탓으로 넘겨버린다.
사회가 여성에게 씌우는 죄책감도 마찬가지다. 부탁을 거절하면 인정머리 없고, 집에만 있으면 무능하고, 아이를 두고 일하면 나쁜 엄마라는 시선. 이런 죄책감은 내가 뭔가를 잘못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기준에 내가 반응하는 것일 뿐이다.
p.91 우리 행동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만, 인간으로서의 가치는 그 행동으로 인해 달라지지 않는다.
2. 죄책감 해소 전략
2부에서는 죄책감을 내려놓는 방법과 예방법을 배운다. 작은 선물을 받았으니 나도 갚아야 한다는 생각, 보험설계사가 오랫동안 공들여 설명했는데 거절하기 미안한 것까지 모두 죄책감을 이용한 상술이었다. 나 역시 그 상술에 넘어간 적이 수두룩하다.
나의 평가도 점검해야 한다. 내 결론은 사실인가? 그 결론이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가? 아니라면 내 결론을 수정하고, 죄책감이 떠오를 때마다 수정한 평가를 읽으며 부정적인 생각을 멈춘다. 과거를 후회할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자신을 계속 괴롭히는 건 아무 소용 없다.
"그 순간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어. 나도 인간이야. 인간은 누구나 잘못을 하지. 그러니까 난 나를 용서할 거야."
이렇게 자신을 용서하는 말을 소리 내어 읽거나 책 중간에 있는 마음의 평화를 위해 하루 한 번씩 읽어 보라는 글을 매일 읽어보자. 남들에게는 다정하고 친절하면서 왜 나 자신에게는 그러지 않느냐는 말이 지금까지도 생각난다. 남을 용서할 수 있다면 자신도 용서할 수 있다.
일상 표현도 바꿔야 한다. '해야 해'를 '할 거야'로 바꾸어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기대하니까 해야 해'를 '내가 관심 있으니까 할 거야'로,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하는 거야'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로 바꾸는 것이다. 이 작은 전환이 자존감을 높여준다.
자기 말대로 해야만 좋아하는 사람은 진짜 친구가 아니다. 상대를 배려하되, 자신을 먼저 챙겨야 한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 헌신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3. 환자들의 사례
3부에서는 실례와 해결책이 나온다. 죄책감과 교육, 인간관계, 타인의 죽음 등 사례별로 저자가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카린의 사례는 나와 너무 비슷했다. 카린은 우울증으로 상담실을 찾아왔는데, 원인은 심각한 죄책감이었다. 어린 시절 실컷 놀지 못했던 자신과 달리 아들만큼은 자유롭게 키우려고 돈을 달라면 다 주고, 게임만 하고 게을러도 잔소리도 안 했다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엄마가 공부를 너무 강요해서, 내 아들은 게임도 마음껏 하게 하고, 피아노와 태권도 외에는 학원도 안 보냈다. 다행히 아들은 고등학교 때 정신 차렸지만, 카린의 아들처럼 20살이 넘도록 게임만 했다면 나도 똑같이 무너졌을 것이다.
저자는 카린을 감정의 ABC로 나누었다. A(상황)는 20살이 넘어도 게임만 하는 아들, B(평가)는 아들을 더 엄하게 키웠어야 했는데, 아들이 저렇게 무능한 건 다 내 탓이라는 카린의 평가다. C(감정과 행동)는 우울증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아들에게 계속 돈을 주고 잘못된 행동을 눈감아 주는 것이다.
문제는 B(평가)에 있다. 아들의 선택을 전부 자기 탓으로 돌리는 평가가 우울증을 만들어냈다. 이 평가를 바꾸면 감정과 행동도 달라진다.
저자는 독일인이지만, 읽다 보니 세계 어느 나라든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의 이야기를 읽었는데, 나도 모르게 옛날의 죄책감까지 치유되는 것 같았다. 이 책, 『죄책감 내려놓기』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