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 보호받지 못한 이들에 대하여
모먼트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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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의 내용도 감동, 처음 받아본 작가님의 손편지와 싸인도 감동이었다. 한 권의 책에 작가님의 진심까지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이 책은 세상이 아직도 따듯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눈물이 메마른 요즘 혼자서 울고 싶을 때 읽어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 실화 같아서 이렇게 억울한 일이 또 있을까 싶은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이 소설을 통해 '비의도적 범죄자'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동시에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에서 스스로 희망이 되어가는 주인공 지안이 너무 멋있었다.


p.167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숨결 가까이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가, 나에게 삶을 가르친다."


주인공 지안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면서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어 간다. 처음에는 피하거나 엮이고 싶지 않은 방관자의 마음이었지만, 점점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변한다. 지켜보는 사람에서 더욱더 단단한 돕는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지안의 친구 은주는 살인자의 딸이다. 아버지가 살인자인데 그 벌은 딸도 함께 받아야 했다. '죄는 한 사람이 지었지만, 벌은 한 가족이 나눠 받는다'는 작가님의 말이 맘 아팠다. 모두의 따돌림과 조롱은 한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세웠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전염된다. 친척들도 다 피하고, 결국 '내가 없어지면, 다 괜찮아지겠지'라는 쪽지 한 장을 남기고 떠난다. 


어떤 사람들은 빛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너무 쉽게 잊고 산다. 죄는 한 사람이 지었는데 벌은 온 가족이 받는 세상이,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간 사람들의 시선이 가증스럽고 화가 났다. 


지안은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직접 바꾸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은주와 같은 이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가 되어 보호받지 못한 이들을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의 잔혹한 시선을 정면으로 묻는다.


만약 범죄를 저지른 클라이언트가 온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교수님의 질문에 지안은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대답하는 부분에서 가슴이 뭉클했다. 


소년원으로 실습을 갔는데, 어린아이들까지 범죄자의 낙인을 안고 있었다. 한 아이가 우리 보고 안 무섭냐는 말에 "너희가 무서운 세상에서 혼자 버텼다는 게 더 무서워"라고 한다. 무기징역처럼 끝도 없이 이어지는 시선과 속삭임이 가득했다. 


석사학위를 받은 지안은 자신만의 심리 상담소 '다시'를 차린다. 그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사연은 읽는 내내 분통이 터진다. '당당한 범죄자들'이라는 표현이 딱이었다. 


전단지를 뜯었다가 고소를 당하고, 임신한 아내를 구하려다 살인자가 됐다. 자동차 사고로 범죄자가 된 아버지, 마치 드라마 <글로리>를 보는 듯한 이야기, 잘못된 모성애로 죽은 엄마, 어르신께 진심을 다했는데 고소를 당한 이야기까지. 


책을 읽는 내내 세상에 이렇게 황당한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억울함의 무게가 페이지마다 쌓여 있었다. 그래도 지안의 도움으로, 그들은 조금씩 희망을 되찾는다. 


범죄의 시작은 늘 상처에서 비롯된다. 지안은 상황에 내몰려 죄를 지은 아이들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볼 수 없었다. 누군가는 이 어두운 곳에 있어야 한다. 누군가는 여기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빛이 닿지 않는 곳에도 사람은 있어야 하니까. 


어떤 학생이 수용자를 돕는 일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형벌은 과거를 위한 것이지만, 복지는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답한다. 


사회복지는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문이 아니라,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제도 언어로 번역하는 실천이었다. 


이 책을 덮고 나서야 알았다.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 힘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려는 태도 하나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주는 마음만으로도 이미 한 사람의 빛이 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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