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마일의 월 1,000만 원 버는 유튜브 첫걸음 가이드북 - 누구나 쉽게 따라 하는 AI 활용 유튜브 수익화 가이드
구스마일(구태한) 지음 / 한빛미디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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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꾸준히'라는 말을 듣자마자 생각나는 것이 매일 출근하는 남편과 매일 서평을 올리시는 인디캣님이었다. 매일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 이 세상 모든 학생들과 직장인들, 매일 아이들 챙기는 주부님들 이렇게 매일매일 꾸준히 무언가를 하시는 분들을 존경한다.

나도 올해 초에 1일 1책 리뷰에 도전해 봤는데 최고 기록 22권 쓰고 포기했다. 그래도 매일 리뷰하시는 인디캣님이 계셔서 자극이 되었는지 서평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작심삼일인 내가 이렇게 책 읽기를 포기하지 않은 것만 해도 아주 기특하다. 유튜브는 꾸준한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나에게는 무리인 것 같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시작했다 포기하는 이유가 실행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설령 실행력이 있더라도 꾸준히가 가장 어렵다. 어떤 일이든 처음의 열정은 시간이 지나면 식는다. 영상 하나를 만드는 것도, 꾸준히 업로드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인디캣님은 서평뿐만 아니라 동영상 리뷰까지 늘 꾸준함 그 자체가 귀감이 된다.

인디캣님의 동영상 리뷰를 볼 때마다 다양한 효과와 자막이 멋있어서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동영상 리뷰까지는 못하더라도, 동영상에 어떻게 글자도 넣고 편집을 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물어봐도 알려주시겠지만, 어떻게 질문을 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동영상 편집 어떻게 해요?"라고 물으면 "잘~"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동영상 편집은 캡컷, 다빈치 리졸브, 브루 같은 무료 프로그램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책은 딱 나와 같은 초보자들이 보는 책이다. 어렵지 않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학으로 유튜브를 시작해서 월 1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구스마일 님이 터득한 수익 다각화 전략 등의 저자가 직접 경험하고 알아낸 노하우와 AI를 활용해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유튜브 주제를 정해야 한다. 취미 생활, 게임, 프라모델이나 피규어 언박싱 리뷰, 테마 여행 리뷰 등 다양한 콘텐츠 아이디어 및 저작권 관련 내용과 제작사와 협의된 작품인 화이트 리스트를 받는 방법도 나온다.

그런데 나처럼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없다면? AI를 이용해서 마치 식물을 키우는 마음으로 천천히 채널을 성장시켜 나가라고 한다. 수익성 높은 주제,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업용으로 유튜브 활용하기, 채널 이름 정하기, 캔바에서 채널 로고 사진 만들기, 첫 영상을 올리기 전 채널에 적용하면 좋은 설정 등 꿀팁이 가득하다.

'구스마일의 돈 버는 유튜브 추천 노트'와 '초보 유튜버를 위한 Q&A 코너'도 딱 내가 궁금했던 내용들이었다. 예를 들면 영상은 일주일에 몇 개씩 올려야 하느냐는 질문에 초보자에게는 일주일에 2개의 영상이 가장 적당한 빈도라고 한다. 너무 적게 올리면 성장 속도가 느리고 너무 많이 올리면 채널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올리다가 몇 개월 쉬다가 또 하나 올리고 그러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유튜브 알고리즘은 일정한 업로드 패턴을 유지하는 채널을 선호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자신이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업로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내가 궁금했던 영상 편집은 기초 3단계만 알면 되었다. 컷 편집, 자막, 효과다. 효과는 필수 요소가 아니니 컷 편집과 자막 넣기만 배우면 된다. 특히 '구스마일의 돈 버는 유튜브 실천 노트'에서 PC 화면 녹화에 최적화된 OBS Studio라는 라이브 및 녹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는데, 무료라는 사실이 가장 좋았다. 사용 방법은 유튜브 검색.

브루(Vrew)는 배울 필요 없이 설치 과정에서 나오는 튜토리얼만 보고도 바로 사용할 수 있고 활용 방법도 무궁무진하다. 특히 AI로 자막 받아쓰기 기능이 뛰어나다. 유튜브를 돌아다니다가 AI 캐릭터가 책을 읽어주는 걸 봤는데 그것이 브루에 있는 AI 성우 기능이었다. 입력한 자막을 AI가 읽어주는 기능으로 퀄리티가 정말 놀랍다.

Gemini에서 검색을 하면 AI 가 검색 내용을 읽어주는데 사람 목소리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AI가 발전했음을 느낀다. 저자의 지인은 대본을 작성하고 AI로 더빙해서 영상을 업로드했는데, 댓글에 목소리가 예쁘고, 발음도 정확하다는 글이 있어 AI 목소리임을 눈치채지 못하는 분도 많다고 한다. 내 얼굴도 노출할 필요가 없고, 내 목소리도 노출할 필요가 없다. 이젠 개인 프라이버시 노출이 싫은 사람도 유튜브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네이버의 클로바 노트 앱으로 강의를 텍스트로 변환해서 내용을 정리할 때 사용한다. 그런데 클로바 더빙도 있다. 출처만 표기하면 비영리 채널에서 매월 다운로드 20회, 글자 수 15,000자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먼저 성공한 AI 더빙 서비스인 타입캐스트도 있고, 브루에서도 유료 구독을 하면 더욱 자연스러운 음성과 다양한 성우 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

클릭률을 높이는 방법과 시청 지속 시간 늘리는 방법, 숏폼과 롱폼의 효과적인 사용법, 알고리즘을 망치는 나쁜 습관, 채널 운영할 때 주의해야 할 점, 잘 되는 채널의 10가지 공통점, 유튜브 알고리즘이 상단 노출을 결정하는 기준들을 알려준다. 나는 뒷부분에 나온 다양한 용도별 AI 이용법이 큰 수확이었다. 프롬프트를 자세하게 입력하면 AI가 대본도 척척 써준다. 하지만 독창성이 중요하므로 센스 있게 AI를 이용하는 법을 배워보자.

특히 광고 제안 메일을 조심하라는 경고가 기억에 남는다. 해커들은 광고 제안을 하면서 첨부파일을 열도록 유튜버들을 유인한다. 첨부 파일을 클릭하면 멀웨어를 이용해서 계정을 탈취하고, 그 채널에 가짜 광고 영상을 올리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한다. 나도 옛날에 페이스북 계정을 해킹당해 이상한 사진들이 올라온 적이 있어서 바로 계정을 삭재한 경험이 있다. 채널이 성장할수록 해커들의 표적이 되기 쉬우니 아주 조심해야 한다.

그동안 유튜브를 보면서 왜 유튜브에는 영상을 올리는 곳이 없는지 궁금했는데, 이 책으로 궁금증이 해결됐다. 유튜브 스튜디오라는 별도의 앱을 이용해야 했던 것이다. 유튜브는 콘텐츠를 보는 곳이고, 유튜브 스튜디오는 콘텐츠를 만들고 운영하는 곳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이걸 나만 몰랐나?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읽는 순간 이미 절반은 시작한 것이라고. 왜냐하면 하고 싶다는 마음은 실행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유튜브를 시작하는 순간, 이미 다른 사람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나는 굳이 수익을 내지 않더라도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영상을 올린다면 뿌듯할 것 같다.

p.5 성공이란 남들보다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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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행 : 변경의 사람들 - 경계와 차이를 넘어 사람을 보다
김구용 지음 / 행복우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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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마주친 풍경,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서 무엇을 얻게 되는가? 여행은 자아를 대변하고 완성해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 글은 기행문이다. 단순히 중국의 변경을 여행하고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저자의 생각을 적었다. 여행이 너무 힘들면 나는 그냥 집으로 왔을 것이다. 하지만 온갖 고생을 다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작가님이 멋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평생 단 한 번도 경험할 수 없는 엄청 힘들고, 황당하고, 아슬아슬한 여행을 따라갔더니, 책장을 덮는 순간, 내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안전하고 축복받은 나라인지 새삼 감사의 마음이 솟구쳤다.

p.80 실상 여행은 종종 고행이나 다름없다. 그 과정 중에 무엇을 느끼고 남길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불쾌한 경험만 남길 것인가? 아니면 그 경험을 통해 사유를 확장하려 노력할 것인가? 티베트에서는 유난히 그 선택을 자주 해야 했다.

이 책에서 가장 독특한 풍습은 조장(鳥葬)이다. 처음에는 게으름을 조장한다? 아니면 우리 조의 조장? 을 생각했는데 한자를 보니 새 조(鳥) 자이다. 새🐦로 장례를 치른다고? 맞다. 그 새는 독수리다.

티베트고원 기후 특성상 시체가 안 썩어서 매장도 못하고, 척박한 고원이라 나무가 없어서 화장도 못하니까 조장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신을 토막 내고 썰어 독수리에게 먹인다. 다 먹고 난 뼈도 잘게 빻아 보릿가루와 섞어 독수리에게 준다.

시신은 윤회를 위해 버려진 껍질로, 독수리에게 보시함으로써 영혼이 극락 왕생할 수 있다고 믿으며, 새가 영혼을 극락으로 가도록 돕는다는 뜻도 있다. 하늘 장례라는 뜻의 천장(天葬)이라고도 한다. 시신을 독수리가 먹어서 하늘로 데려다준다는 의미이다.

처음 듣는 문화라 엽기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보시의 가장 높은 경지가 몸을 바치는 것으로, 불경에도 몸을 호랑이에게 줘서 먹게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후에 시신을 독수리에게 먹이는 것은 내 삶의 마지막 선행이라고 보는 것이다. 땅속에서 썩는 것보다는 조장이 나을 수도 있을까?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는데 이해를 하고 나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어찌 보면 내가 좋아하는 치킨은 닭의 시체이고 소고기나 돼지고는 역시 소와 돼지의 시신 아닌가.

위구르 족은 한족을 아주 싫어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한 족은 자부심이 엄청나다고 들었는데 내 위구르족은 한족을 '중국 것들'이라며 대놓고 비아냥거린다. 한족들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부터 들어와서 위구르 사람들이 살던 땅을 자기 땅이라고 우겨댄다는 것이다. 최고급 교육을 받은 인재에게 중국 정부는 농사를 지으라고 한다. 이게 말이 되냐며 울분을 토한다. 한족들은 그래서 다 나쁜 놈들이다.

좋은 직업은 다 한족이 차지하고, 위구르족에게는 아예 기회 자체가 없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다는 건 등골에서 뱀이 스멀거리듯 기분 나쁜 일이라는 표현이 확 와닿았다. 하물며 그 이유가 자기 잘못이 아닌 타고난 원죄라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이나 내가 선택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차별은 정말 서럽고 기분 나쁠 것 같다. 하지만 저자의 여행 중에는 내가 들어도 화가 나는 어이없는 사람들도 많았다. 차별이 아니라 아예 상종을 하고 싶지 않다.

서유기에 화염산이라는 곳이 나오나 보다. 저자가 이 화염산에 갔는데 차가 이상한 위구르족 토기 공예품 전시관에 내려줬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매표소 직원에게 화염산이 어디냐고 물으니, 매표소 아가씨가 저자를 멀뚱멀뚱 쳐다보며 '뭐 이런 병X이 다 있지?' 하는 듯한 표정으로 "네가 서 있는 곳이 화염산인데요."라고 대답했단 말에 생각 없이 읽다가 빵 터졌다.

화염산은 투루판 인근을 동서로 100km나 가로지르는 거대한 산맥이다. 거칠게 마모된 산 옆면이 세로 방향으로 지그재그 문양을 그리고 있었는데, 흙마저 붉은색이라 강한 햇빛 아래선 충분히 불꽃 모양으로 보일만했다. 가이드북에 나오는 사진은 아스타나 고분군에서 포도구 가는 길에 볼 수 있다.

투루판에서 누군가 '우루무치 - 이닝 - 쿠처' 구간을 버스로 가면 그 아름다움에 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로 가보니 정말 눈물이 났다고 한다. 그런데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허리가 아파서 눈물이 났단다. 생각 없이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이런 작은 유머에 웃게 된다.

나는 코라를 도는 동안 등에 포대를 멘 장족 아이들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열서너 살 남짓한 아이들은 코라를 돌면서 사람들이 버려 놓은 쓰레기를 수거한다. 학생들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니 이렇게 쓰레기를 주우면서 코라를 돌면 보람도 있고, 공덕을 쌓는 일이라며 안 힘들단다. 자기 덩치만 한 포대자루에 무거운 쓰레기를 가득 채워 코라를 도는 아이들. 비록 때가 고질 꼬질한 얼굴들이었지만, 눈은 티 없이 맑고, 미소는 싱그러운 그 아이들이 성자(聖者)였다는 저자의 말에 어쩌면 주어진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 기도가 아닐까 싶다.

일상에서 기쁨을 찾고 평범한 삶 속에서 성자의 모습을 보여 준 아이들. 저자는 삶의 원칙이 철저하게 신앙에 맞춰진 그들의 생활방식을 무의미한 삶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시대를 역행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은 언뜻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숭고함을 발견한 저자는, '과연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고 물으며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훌륭한 업적을 세운 사람만 가치 있는 인생을 산 것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환경과 일에 만족하며 기꺼이 받아들이는 삶도 참 아름답다.

티베트인들은 일생에 한 번은 라싸로 순례 가는 걸 꿈꾼다. 자신이 사는 곳에서부터 라싸 포탈라궁까지 수백, 수천 킬로미터를 두 팔꿈치와 무릎과 이마의 5가지 신체 부위를 땅에 붙이는 절인 오체투지(五體投地)로,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삼보일배(三步一拜)의 수행을 하며 걸어간다. 태어난 김에 세계 일주 8화에 오체투지가 나오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보니 더 실감 났다. 몸을 많이 쓰면 마음이 맑아질까?

넓은 초원에서 말타기를 배워서 말을 타는 승마체험은 드라마에서 초원에서 말 타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분명히 땅 위를 달리고 있는데 하늘을 나는 착각이 든다고 한다. 넓은 초원을 총알처럼 내달리는 그 짜릿한 기분은 말을 달려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하니, 나도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떨어지면 평생 불구로 살 수도 있으니 생각만 하기로.

여행 중에 만난 많은 사람 중에 결국 인연으로 남은 건 친절한 사람이다. 이기적이고 불쾌한 사람들에게 지쳐갈 때쯤 그런 인연들을 만났기에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말을 들으니, 새삼 이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이렇게 착하고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p.156 모든 삶에는 의미가 있다. 자신의 잣대로 남의 삶을 판단하는 건 오만이다. 반대로 남이 나의 삶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도 없다. 내 방향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나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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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대로 세상공부
장복남 지음 / 좋은땅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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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패드에 조그마한 나무 가시가 박혀 있다. 그 위에 누우면 따갑다. 그럼 그것을 발견한 사람이 제거하면 해결된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방치하면 불편함이 없어지지 않는다. 문제가 있으면 소통을 통해 적극적으로 가시를 빼 버려야 한다. 저자의 지도 교수였던 W 박사님의 말이다.

실험실 구성원 중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서 따돌림을 받게 된 친구가 있었다. W 박사님은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고 문제를 깔끔히 해결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내 생각에는 문제 행동을 지적하기 보다 경청을 통해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을까 싶다.

<멋대로 세상 공부>에서 말하는, 세상 공부란 어쩌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내 멋대로 해답을 찾고, 주체적으로 행동해 나가는 여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W 박사님의 발견한 사람이 가시를 빼버리라는, 문제가 있으면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라는 말 역시 주체적인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소신 있게 행동에 옳기는 실행력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내 방식대로, 줏대 있게, 내 멋대로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첫머리에 이야기를 꺼냈다.

이 책은 대기업 임원의 도쿄 주재원 생활 5년과 본사 귀임 후 2년간의 멋대로 인생 여행기다. 멋대로, 나만의 방식대로 지내온 저자의 인생 여정을 읽고 나니,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현재를 잡아라, 오늘을 즐기라는 뜻이다. 현재를 즐기는 현재에 충실한 삶은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책 속 이름은 J 상무다. 그는 단신부임이라 생활이 흐트러지기 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저 일만 하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꾸며 그것을 기록으로 남긴 점이 훌륭하다. 나같으면 일만 하기도 벅찼을 텐데, 등산, 여행, 좋아하는 TV 시청, 일본어 공부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채워나갔다. 특히,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사진들은, 여행 가이드북에 나오는 뻔한 사진이 아니라 저자만의 독특한 시선이 담겨 있어 친근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책에서 가끔 나오는 'J 상무는 운이 너무 좋다'는 표현을 접할 때마다, 나까지 운이 좋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책을 읽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되었다.

1. 도쿄

일본으로 주재원이나 장기 출장 가시는 분들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소소한 생활 꿀팁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을 하는 분들에게도 흔치 않은 여행지 추천 같은 팁들이 많다. 그래서 나도 일본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방문해 보려고 잘 보관해 놓았다

여행기가 참 좋은 게, 뇌리에 새겨진다고 할까?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레인보우 브릿지 사진도 기억나고, 알펜루트에서의 별들이 쏟아지는 하늘도 기억난다. 내 버킷 리스트 중에 하나는 몽고에 가서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보는 것이었는데, 이 책으로 알펜루트에서 별 보기로 바뀌었다.

일본 회사에는 사무실에 들어오고 나갈 때, 전체를 향해 인사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이것을 우리나라 식당에 도입해서 손님이 들어오고 나갈 때 종업원들이 다 함께 인사하는 식당이 있었나보다. 특히 일본 음식을 파는 술집에서는 일본어 인사말인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일본에는 47개의 도도부현(都道府県)이 있다. 우리나라는? 서울특별시, 세종특별자치시, 6광역시(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가 있고, 3특별자치도(제주, 강원, 전북)6일반도(경기도, 충청 남북도, 경상남북도, 전라남도)의 17개의 시와 도가 있다. 나도 저자분이 늘 검색을 하셔서 물들었는지 찾아보게 된 것이다. 일본 생활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사는 대전이 광역시인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냥 서울시, 세종시, 대전시인 줄?

주말마다 등산을 하다가 일본 돌아보기로 방향을 전환하며, 의욕적인 생활을 하던 저자는 2019년 코로나로 인해 일본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2. 코로나

47개 도도부현 돌아보기를 못 하게 되자, 토요일은 승용차로, 일요일은 대중교통으로 도쿄 근교 지역을 돌아보기로 한다. 나는 코로나 때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거의 집에만 있었는데, J 상무님은 주말마다 도쿄 주변 공원을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만의 멋대로 추억을 쌓아 나갔다.

일본은 매년 5월 1일을 중심으로 일주일 내외의 휴일이 이어지는데 이것을 골든 위크라고 한다. 1년 중 가장 여행을 많이 다니는 시기이다. 저자는 2020년 골든 위크 때 10시간 이상을 걷는 걷기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다. 2021년에도 했는데 한국에 있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거라고 한다. 물집때문에 고생은 했지만, 일본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인듯.

나는 돌아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지리를 잘 모른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처음 들어보는 장소를 말하면서 길을 물어보면 바로 핸드폰을 검색해서 알려드린다. 저자도 나처럼 어떤 할머니가 무사시 코야마 역까지 간다고 길을 물어보는데 지도 앱에서 찾아 알려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하지만 내가 감동한 것은 그다음이다. 백발의 거동도 완전치 못한 연세 지긋한 할머니가 왜 혼자서 움직여야 했을지 궁금해하는 모습에 나도 가슴이 뭉클했다. 그냥 기차에서 내려 알려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친절한데, 할머니의 이면에 담긴 사연까지 헤아리는 따뜻한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울(憂鬱)이라는 한자의 울()자는 쓰기가 너무 어렵다. 그 안의 울창주 창(鬯)자도 어려운데, 이 모든 글자를 합쳐 해서 울(鬱) 자를 외우셨다니 정말 그 집념에 감탄했다. 나도 재미 삼아서 네이버 한자 사전의 필순을 따라 쓰며 외워 보기로 했다.

저자는 일본인 K 씨와의 술자리에서 젓가락 포장지에 이 울(鬱) 자를 직접 써서 보여주었다. 그 일본인 K 씨는 울(鬱) 자가 적힌 젓가락 포장지를 달라고 하더니, 잘 접어서 지갑에 넣었다. 그 이후 일본인 K 씨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본인이 느슨해진다고 느껴질 때마다 울(鬱) 자를 꺼내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외국인도 한자 하나를 외우기 위해 이렇게 노력했다는 사실이 큰 동기부여가 되었을 것 같다.

작심삼일인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찾아본다고 독서를 시작했지만, 지속하기가 쉽지 않아서 서평단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워낙 게으른 나는 자꾸 꾀가 나서 서평단 안하고 드라마나 보며 놀고 싶었다. 이때 인디캣님의 꾸준한 포스팅과 동영상 리뷰를 보며, 남들이 말하는 블태기를 극복했다. 저자의 노력이 K 씨에게 도움이 되었듯, 나도 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

3. 퇴임

정년 퇴임을 앞두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파트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가장 확실한 퇴임 준비 방법을 알았다. 퇴임한 날부터, 평일과 주말로 나누어 스케줄을 촘촘하게 짜서 항상 바쁘게 생활하면 된다. 그래야 정년퇴임 후 겪는 우울증인 은퇴 증후군에 빠지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은퇴증후군을 퇴직 후 증후군(退職後症候群)이나 아내의 입장에서 표현한, 남편 재택 스트레스 증후군(主人在宅ストレス症候群)이라고 부른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인해 본인 스스로 심리적 불안감과 우울 증세를 겪게 되는 현상이 퇴직 후 증후군이다. 아내도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하던 남편이 정년 후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갈등을 겪게 된다.

입장이 있으면 퇴장이 있듯,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 언젠가는 현역에서 은퇴하는 것은 정해져 있다. 누구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정년 퇴임 다음에 오는 마지막 은퇴인,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떠날 때는 완전 하지는 않더라도, 행복하게 웃으며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

한국에 돌아온 저자는 업무 시간 이외의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다가, 철학사를 공부하는 것으로 그 답을 찾는다. '멋대로의 우주, 뇌, 철학사' 요약을 읽으니 나도 쉽게 이해가 되었다. 이참에 인문 교양으로 이 부분을 읽으며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2019년 초부터 시작한 47개 도도부현 여행이 코로나로 인해 2020년 34번째 현에서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13개 현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저자의 끈기가 정말 대단하다. 나 같으면 미련 없이 그만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여행을 계속 한 덕분에 나도 47개 도도부현 이름이라도 들어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리얼한 지진 경험담은 일본에서 살고 싶은 마음을 싹 없애 줘서 좋았다.

은퇴 후, 저자는 원령공주의 무대가 되었다는 가고시마 현의 야쿠시마로 가족여행을 떠난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통해 생의 다음 페이지를 쓸 준비를 하는 것도 굿아이디어다. 하지만 야쿠시마행 경비행기 이야기를 들으니 강풍이 불면 너무 위험해서, 만약 가게 된다면 배를 이용하자.

마지막은 도쿄에서 지인들과의 만남 이야기다. 지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직 젊으니 연봉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오래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으라고 했다. 결론은 "J 상무, 여전히 젊다. 뭔들 못 하겠어?"다.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말은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는 뜻이다. 현재는 선물이라더니, 그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한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것이 마음 챙김의 삶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버나드 쇼의 명언처럼 인생은 자기 만들기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나만의 방식대로, 내가 택한 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며 살아온, 후회 없는 마음 챙김의 인생을 담은 <멋대로 세상 공부>. 작가님의 은퇴 이후의 멋진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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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욕망 - 당신은 본능을 이길 수 있는가
최형진.김대수 지음 / 빛의서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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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늘 뭐 먹을까? 사는데 이 질문처럼 매일매일 해야 하는 중요한 질문이 또 있을까? 나는 내 몸에 해가 되는 배달 음식과 외식 위주로 생활하다가 이제서야 먹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되어 식단을 바꾸고 조금씩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던 중에 이 책을 만났다.

오늘 뭐 먹을까? 이 질문은 이제 나의 행복을 채워주는 질문이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먹은 뒤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느끼는 선택을 더 많이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유는 무의식적으로 결정하는 본능에 대해서 알고, 이해하고, 조절하는 데 있었다!

이 책의 부제는 "당신은 본능을 이길 수 있는가"이다. 하지만 노력해서 식욕이라는 본능을 이겨야 한다는 책은 아니다. 본능을 이해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삶을 살자는 책이다. 처음에는 딱 과자 한 개만 먹고 그만 먹는다는 것이 결국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식욕에 끌려다니는 자신에게 의지력이 약하다며 실망한다.

책의 뒤표지에는 "바쁜 일상에서 먹는 욕망으로 견뎌내는 현대인을 위한 회복의 안내서"라는 말 밑에 "뇌과학적으로 냉철한 근거를 이해하고, 의학적으로 실천적 방법을 배운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 말은 저자 두 분이 뇌과학자인 김대수 교수와 의사인 최형진 교수가 함께 썼기에 더욱 신뢰가 간다.

먹는 행복이라는 말을 이 책에서 처음 접했다. 간헐적 단식, 소식, 채식을 해야 한다. 가공식품, 튀긴 음식, 빵, 떡, 케이크 등은 절대 먹으면 안 된다. 햄버거라도 한 번 먹으면, 나 자신에게 죽을죄를 짓는 느낌이다.

이 책은 단순히 먹는 욕망인 식욕뿐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의 신호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법을 알려준다. 덕분에 나는 스스로를 비난하는 대신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마음 챙김 식사였다.

마음 챙김 식사는 무의식적으로 먹는 습관을 줄이고, 의식적으로 먹는 즐거움을 통해 과식을 막는 방법이다. 이때 우리는 음식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을 느끼는 인지적 배부름을 경험한다. 이는 과식을 예방하면서도 먹는 행복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마음 챙김 식사(mindfulness eating)

마음 챙김이란 매 순간순간에 대한 알아차림이라는 뜻이다. 식사에도 마음 챙김 식사와 무신경 식사(mindless eating)가 있다. 마음 챙김 식사를 하면 과식을 하지 않게 되고, 먹는 행위 자체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스마트폰이나 TV를 보면서 과자를 먹다 보면, 다 먹고 나서야 알아차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생각 없이 먹는 게 무신경 식사다. 스트레스받거나, 우울할 때,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습관적으로 먹는 간식 역시 무신경 식사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먼저 밥그릇 크기를 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알고 보니 여기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있었다. 우리가 배부름을 느끼는 건 단순히 위에 들어간 음식량 때문이 아니다. 내가 얼마나 먹었나 눈으로 확인하고 인지할 때 포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어떤 실험에서는 아무리 수프를 많이 먹어도 그릇이 비워지지 않으면 배부르다고 느끼지 못했고, 그릇이 비워져야 비로소 포만감을 느꼈다는 결과가 나왔다. 배부름은 인지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밥그릇 크기를 줄이는 것은, 실제로 먹는 양도 줄지만, 한 그릇을 다 먹었다는 시각적인 만족감을 통해 배부름을 느끼게 해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마음 챙김 식사 대신 얼마나 먹는지 인지하지 않는 무신경 식사를 하면 인지적으로 배부름을 느끼지 못해 더 많이 먹게 된다. 따라서 식사에만 집중하기 위해 핸드폰 같은 방해 요소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을 먹기 전에 색깔, 모양, 냄새를 충분히 느끼고, 천천히 씹으면서 맛과 식감을 음미한다. 배가 얼마나 부른지, 맛은 어떤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습관을 들인다.

나도 꼬막 비빔밥을 먹으며 마음 챙김 식사를 시도해 보았다. 참기름 향과, 쫄깃한 꼬막, 콩나물의 식감, 서비스로 나온 미역국까지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었다. 솔직히 어떤 게 꼬막 식감인지도 느껴 본 적이 없다. 비빔밥 하나로 이렇게 먹는 행복을 느낄 수 있나니! 나에게는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탄산음료, 과자, 아이스크림이 몸에 나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먹는 쾌락과 갈망에 중독되어 스스로를 죽음으로 이끄는 치명적인 독을 끊임없이 먹고 있다. 계속 먹으면 죽을 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다.

이 책은 탐욕적인 식품 산업에 오염된, 먹는 욕망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람들은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아팠고, 아픈데도 끊지 못했고, 죽었다는 말을 듣는데 마치 내 얘기인 것 같았다.

우리는 스스로의 몸을 병들게 하고 있는 잘못된 <먹는 욕망>에 대해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개인과 사회 모두가 더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해 갈 수 있다. 이 욕망을 현명하게 다스리는 방법은 바로 마음 챙김 식사를 통해 인지적 배부름을 느끼는 데서 시작된다.

인지적 배부름(cognitive satiety)

이 책에 나오는 엠앤엄즈(m&m's) 실험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초코볼을 3번 먹는 상상을 하면 초코볼을 더 먹고 싶지만 30번이나 반복해서 먹는 상상을 하면, 너무 많이 상상해서 질려버리는 포만감이 생긴다. 이 포만감은 다른 음식도 덜먹고 싶게 만든다고 한다.

최형진 박사님은 인지적 배부름을 담당하는 뇌 신경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2024년엔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비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는데, 치킨을 입안 가득 넣고, 맛을 음미하게 한 후 배부름 점수를 측정했다. 그 결과, 음식을 삼키지 않고 맛만 보아도 인지적 배부름이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렇게 음식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뇌가 포만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함으로써 비만 치료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인지적 배부름은 과식을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가 무엇을 얼마나 먹고 있는지, 풍성하고 다양한 감각으로 충분히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더 배부르고 만족스럽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뇌는 왜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에너지를 끊임없이 추구할까? 그 이유는 아주 오래전, 자연에서 먹잇감이 늘 일정하게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기회가 있을 때 먹잇감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놓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이런 뇌의 본능 때문에, 단순히 "빵 먹지 마세요"라고 행동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면 대부분 실패한다. 생활을 재 세팅해야 한다. 직장 환경이나 사회적 환경과 같은 외부 환경은 그대로 둔 채 몸무게만 줄이면 다시 원래 대로 돌아간다. 그래서 단기간의 노력보다 근본적인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을 통해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법, 도움을 요청하는 법, 식단을 기록하는 법 등을 배워서 생활을 재설정 해보자.

"인간이 사는 삶의 목적은 더 많은 에너지를 사냥하며 축적하는 데 있는가, 아니면 자신의 에너지를 나누며 순환시키는 데 있는가?" (p.293)

뇌가 추구하는 진정한 자유란,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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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리더십 - ESG 경영을 추구하는 CEO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장신애 지음 / 라온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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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번트 리더십

나는 ESG 경영의 핵심을 서번트 리더십으로 본다. 그래서 이 책을 서번트 리더십과 ESG 경영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 정리해 보았다. 남을 먼저 섬기려는 봉사의 마음에서 출발하는 서번트 리더십을 가진 리더는, 진심으로 타인의 성장을 돕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것이 곧 공동체의 번영으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성과 중심의 리더가 인정을 받았지만, 이제는 서번트 리더십을 가진 리더가 존경받는다. 나 같아도 나를 이렇게 챙겨주고 이끌어주고 사람대접해 주는 상사를 만난다면 충성할 것 같다. 서번트 리더십은 위에서 아래로가 아니라 옆에서 함께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저자도 서번트 리더십의 꽃은 리더와 구성원이 가진 서로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어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본다. 서로 귀 기울이고 마음을 나누는 소통이다. 서번트 리더는 조직 구성원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이 서번트 리더십 이야말로 ESG가 지향하는 장기적 가치 창출과 사회적 책임 실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리더십이 아닐까?

하지만 리더도 사람이기에 구성원들을 섬기다 보면 감정적으로 소진된다. 자신이 지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어떤 회사는 리더십 리플렉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리더들에게 휴대폰조차 터지지 않는 자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쉼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외부 자극에서 벗어나 자신의 리더십을 조용히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리더들은 긴장과 압박 속에 너무 예민해져 있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에는 팀원 한사람 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생겼다고 말한다. 조직은 정서적 지지와 자기 돌봄을 리더에게 먼저 제공하고, 리더는 그 에너지를 구성원에게 되돌려주는 구조다. 리더가 먼저 충분히 충전되어야 비로소 남을 돌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리더란 단순히 조직의 도구가 아닌 성장하는 존재이며, 리더의 마음과 컨디션 또한 돌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조직 안에 깊이 뿌리내릴 때, 진정으로 건강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서번트(servant)는 하인, 집사, 시종, 봉사자를 말한다. 공무원도 영어로 public servant라고 한다. 공익을 위해 일하니까. 나는 서번트라는 단어를 들으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장면이 생각난다. 모든 사람을 섬기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내 가족과 주위의 모든 사람을 섬긴다면 내 주위는 모두 행복으로 물들 지 않을까? 서번트의 마음으로 모든 직원을 대하는 사장이 이끄는 기업이 어떻게 성공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저자는 아버지의 동 대표 당선 이야기를 통해 남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도 서번트 리더십임을 알려준다. 저자의 아버님은 당선 후 약속에 집중하며 주민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을 시작으로 변화를 이끌었다고 한다. 진심으로 주민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자 사람들이 서로 말을 더 들어 주려 하고, 서로를 존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것이 서번트 리더가 만들어야 할 변화다.

서번트 리더십은 우리 모두가 속한 공간에서 실천할 수 있다. 먼저 일상 속에서 상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기부터 실천해 보자. 내가 먼저 실천할 때, 공동체도 함께 성장한다.

ESG 경영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다. 기업이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는데, 사회와 지배 구조가 이해가 안 돼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ESG라는 말을 들으면, 깨끗한 기업이 생각난다. 이제는 친환경 경영을 외면하고, 인권을 무시하며, 투명하고 올바른 지배 구조를 갖추지 않은 조직은 이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새로운 핵심 기준이자 강한 기업의 생존 전략이다.

환경(Environment)은 이해가 필요 없는 말이다. 친환경 제품, 재활용 소재 활용, 에너지 효율성 증대, 친환경 포장재 사용,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종이 빨대 사용, 텀블러 사용 등 이제는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말은 넷 제로(Net-Zero)다. 제로 슈거(Zero Sugar), 제로 칼로리(Zero Calorie),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라는 말처럼 넷 제로란 "순 배출량 0"이라는 뜻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량을 늘려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온실가스가 더 이상 대기 중에 쌓이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과 비슷하지만, 넷 제로가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메탄 등 모든 온실가스를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이다.

사회(Social)란 사회적 책임을 말한다. 넷플릭스의 여성 및 소외된 인종을 위해 창작 발전 기금 조성이나, 스타벅스의 원두 생산 농가에 대한 지원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한미 그룹의 중증 질환 이웃에게 전달하는 성금 등 기업이 오로지 이윤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것을 CSR,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고 한다.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 방식이다.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거나 나무를 심어 자연을 보호하고,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이나 수술비 등을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에 공헌한다거나, 파타고니아처럼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윤리적 경영을 하는 것이 CSR활동이다.

지배구조(Governance)란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고 윤리적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의 효율성과 건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여기서 윤리경영이란 말이 등장한다. 투명한 경영과 공정한 거래를 통해 부정부패를 방지한다.

1982년 존슨앤드존슨은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 발생 했을 때, 막대한 손실을 보면서도 미국 전역의 타이레놀을 모두 회수했다. 이는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윤리를 확립하여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크게 얻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기업의 윤리 의식은 필수가 되었다. 과거에는 아부나 빽으로 성공하는 일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ESG가 기업 평가의 주요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공정한 절차와 투명한 경영이 더욱 중요해 졌다. 이제 ESG 경영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성장과 경쟁력을 만들어낼 마법의 열쇠로 여겨진다.

유한 킴벌리도 4조 2교대와 같은 혁신적인 근무 시스템을 도입해서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였다. 부패, 공익, 인권침해 등을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는 것 또한 그 일환이다. 이제는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만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나 같아도 어떤 기업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학대한다면 그 기업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사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ESG 경영을 시작하려는 리더들을 위한 실천적인 지침서다. 유한양행과 월마트의 서번트 리더십의 실천 사례처럼 이론보다는 실제 경험과 실행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MZ 세대는 ESG를 유행이나 단순한 이론으로 생각하지 않고 실현 가능한 사회적 가치로 요구한다. 그래서 리더는 실행 계획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유함으로써 MZ 세대와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ESG는 결국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서 출발한다. ESG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문화다.'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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