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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욕망 - 당신은 본능을 이길 수 있는가
최형진.김대수 지음 / 빛의서가 / 2025년 7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늘 뭐 먹을까? 사는데 이 질문처럼 매일매일 해야 하는 중요한 질문이 또 있을까? 나는 내 몸에 해가 되는 배달 음식과 외식 위주로 생활하다가 이제서야 먹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되어 식단을 바꾸고 조금씩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던 중에 이 책을 만났다.
오늘 뭐 먹을까? 이 질문은 이제 나의 행복을 채워주는 질문이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먹은 뒤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느끼는 선택을 더 많이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유는 무의식적으로 결정하는 본능에 대해서 알고, 이해하고, 조절하는 데 있었다!
이 책의 부제는 "당신은 본능을 이길 수 있는가"이다. 하지만 노력해서 식욕이라는 본능을 이겨야 한다는 책은 아니다. 본능을 이해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삶을 살자는 책이다. 처음에는 딱 과자 한 개만 먹고 그만 먹는다는 것이 결국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식욕에 끌려다니는 자신에게 의지력이 약하다며 실망한다.
책의 뒤표지에는 "바쁜 일상에서 먹는 욕망으로 견뎌내는 현대인을 위한 회복의 안내서"라는 말 밑에 "뇌과학적으로 냉철한 근거를 이해하고, 의학적으로 실천적 방법을 배운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 말은 저자 두 분이 뇌과학자인 김대수 교수와 의사인 최형진 교수가 함께 썼기에 더욱 신뢰가 간다.
먹는 행복이라는 말을 이 책에서 처음 접했다. 간헐적 단식, 소식, 채식을 해야 한다. 가공식품, 튀긴 음식, 빵, 떡, 케이크 등은 절대 먹으면 안 된다. 햄버거라도 한 번 먹으면, 나 자신에게 죽을죄를 짓는 느낌이다.
이 책은 단순히 먹는 욕망인 식욕뿐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의 신호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법을 알려준다. 덕분에 나는 스스로를 비난하는 대신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마음 챙김 식사였다.
마음 챙김 식사는 무의식적으로 먹는 습관을 줄이고, 의식적으로 먹는 즐거움을 통해 과식을 막는 방법이다. 이때 우리는 음식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을 느끼는 인지적 배부름을 경험한다. 이는 과식을 예방하면서도 먹는 행복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마음 챙김 식사(mindfulness eating)
마음 챙김이란 매 순간순간에 대한 알아차림이라는 뜻이다. 식사에도 마음 챙김 식사와 무신경 식사(mindless eating)가 있다. 마음 챙김 식사를 하면 과식을 하지 않게 되고, 먹는 행위 자체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스마트폰이나 TV를 보면서 과자를 먹다 보면, 다 먹고 나서야 알아차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생각 없이 먹는 게 무신경 식사다. 스트레스받거나, 우울할 때,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습관적으로 먹는 간식 역시 무신경 식사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먼저 밥그릇 크기를 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알고 보니 여기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있었다. 우리가 배부름을 느끼는 건 단순히 위에 들어간 음식량 때문이 아니다. 내가 얼마나 먹었나 눈으로 확인하고 인지할 때 포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어떤 실험에서는 아무리 수프를 많이 먹어도 그릇이 비워지지 않으면 배부르다고 느끼지 못했고, 그릇이 비워져야 비로소 포만감을 느꼈다는 결과가 나왔다. 배부름은 인지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밥그릇 크기를 줄이는 것은, 실제로 먹는 양도 줄지만, 한 그릇을 다 먹었다는 시각적인 만족감을 통해 배부름을 느끼게 해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마음 챙김 식사 대신 얼마나 먹는지 인지하지 않는 무신경 식사를 하면 인지적으로 배부름을 느끼지 못해 더 많이 먹게 된다. 따라서 식사에만 집중하기 위해 핸드폰 같은 방해 요소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을 먹기 전에 색깔, 모양, 냄새를 충분히 느끼고, 천천히 씹으면서 맛과 식감을 음미한다. 배가 얼마나 부른지, 맛은 어떤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습관을 들인다.
나도 꼬막 비빔밥을 먹으며 마음 챙김 식사를 시도해 보았다. 참기름 향과, 쫄깃한 꼬막, 콩나물의 식감, 서비스로 나온 미역국까지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었다. 솔직히 어떤 게 꼬막 식감인지도 느껴 본 적이 없다. 비빔밥 하나로 이렇게 먹는 행복을 느낄 수 있나니! 나에게는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탄산음료, 과자, 아이스크림이 몸에 나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먹는 쾌락과 갈망에 중독되어 스스로를 죽음으로 이끄는 치명적인 독을 끊임없이 먹고 있다. 계속 먹으면 죽을 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다.
이 책은 탐욕적인 식품 산업에 오염된, 먹는 욕망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람들은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아팠고, 아픈데도 끊지 못했고, 죽었다는 말을 듣는데 마치 내 얘기인 것 같았다.
우리는 스스로의 몸을 병들게 하고 있는 잘못된 <먹는 욕망>에 대해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개인과 사회 모두가 더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해 갈 수 있다. 이 욕망을 현명하게 다스리는 방법은 바로 마음 챙김 식사를 통해 인지적 배부름을 느끼는 데서 시작된다.
인지적 배부름(cognitive satiety)
이 책에 나오는 엠앤엄즈(m&m's) 실험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초코볼을 3번 먹는 상상을 하면 초코볼을 더 먹고 싶지만 30번이나 반복해서 먹는 상상을 하면, 너무 많이 상상해서 질려버리는 포만감이 생긴다. 이 포만감은 다른 음식도 덜먹고 싶게 만든다고 한다.
최형진 박사님은 인지적 배부름을 담당하는 뇌 신경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2024년엔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비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는데, 치킨을 입안 가득 넣고, 맛을 음미하게 한 후 배부름 점수를 측정했다. 그 결과, 음식을 삼키지 않고 맛만 보아도 인지적 배부름이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렇게 음식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뇌가 포만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함으로써 비만 치료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인지적 배부름은 과식을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가 무엇을 얼마나 먹고 있는지, 풍성하고 다양한 감각으로 충분히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더 배부르고 만족스럽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뇌는 왜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에너지를 끊임없이 추구할까? 그 이유는 아주 오래전, 자연에서 먹잇감이 늘 일정하게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기회가 있을 때 먹잇감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놓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이런 뇌의 본능 때문에, 단순히 "빵 먹지 마세요"라고 행동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면 대부분 실패한다. 생활을 재 세팅해야 한다. 직장 환경이나 사회적 환경과 같은 외부 환경은 그대로 둔 채 몸무게만 줄이면 다시 원래 대로 돌아간다. 그래서 단기간의 노력보다 근본적인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을 통해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법, 도움을 요청하는 법, 식단을 기록하는 법 등을 배워서 생활을 재설정 해보자.
"인간이 사는 삶의 목적은 더 많은 에너지를 사냥하며 축적하는 데 있는가, 아니면 자신의 에너지를 나누며 순환시키는 데 있는가?" (p.293)
뇌가 추구하는 진정한 자유란,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