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늘 아프다
전병호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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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산 하나를 나란히 쓰고 걸어가는 남녀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가 참 정겹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 그림은 선을 끊지 않고 하나로 이어진 듯한 느낌을 준다. 마치 두 사람의 운명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아 책을 펼치기 전부터 마음이 따뜻해진다. 사랑은 늘 아프다는 제목과 달리, 그 안을 채우고 있는 문장들은 이 계절의 화창한 날씨처럼 화사하고 다정하다.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봄과 꽃으로 이어지는 단어들의 나열은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바꾸어 놓는 힘이 있다.


이 시집의 또 다른 매력은 시의 감성을 한층 깊게 만들어주는 이미지들이다. 페이지 곳곳에 담긴 사진과 그림들은 시인이 띄운 문장들이 독자의 가슴에 부드럽게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거창한 예술 작품이라기보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예쁜 풍경처럼 잔잔하게 마음의 바람을 일으킨다. 


시집 속에는 호흡이 짧은 시부터 서사적인 느낌이 가미된 긴 시까지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봄꽃이라는 시가 마음을 붙든다. 누군가 내 삶에 어느 날 봄꽃처럼 다가왔다는 표현은 그 자체만으로도 설렘을 준다. 화려하게 피어났다가 이내 지고 마는 꽃처럼 짧은 순간일지라도, 그 존재가 주는 강렬한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처럼 꽃향기가 만연한 계절에 읽기에 더없이 좋은 구절이다.


기찻길을 소재로 한 시 또한 인상적이다. 평행선을 그리며 끝없이 이어지는 기찻길은 만남과 이별의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조금만 더 가까웠더라면 만남이 되었을 것이고, 조금만 더 멀어졌더라면 차라리 이별이 쉬웠을지도 모른다는 고백은 사랑의 본질적인 아픔을 관통한다.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상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철길 위로 고스란히 투영되어 읽는 내내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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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치핀 - 세상은 이들을 따른다
세스 고딘 지음, 윤영삼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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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결을 기억하는가. 결과는 1승 4패로 이세돌 9단의 패배였다. 당시 AI가 바둑에서 인간을 이기려면 수십 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은 이 사건은 전 세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그로부터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최근 보도된 기사들을 보면 AI 기술은 이제 상상을 초월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인간의 음성 명령만으로 실시간 바둑 모델을 구축하거나, 복잡한 법률 및 의료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해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이전틱 AI'가 일상화되었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우리에게 편리함과 효율성을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우리가 삶과 일을 대하는 방식에 깊은 혼란을 던졌다. 과연 세상에 내 자리가 계속 존재할 수 있을지, AI에 의해 내 일자리가 통째로 사라지지는 않을지 두려움이 밀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시대적 불안 앞에 세계적인 경영 전략가 세스 고딘은 단언한다. 어디서든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존재, 바로 '린치핀'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린치핀은 본래 마차나 자동차의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끼우는 핀을 뜻한다. 저자는 이 단어를 지속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과 조직에서 반드시 필요한 핵심 인재로 재정의한다. 린치핀은 새로운 길을 찾고 사람들을 리딩하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이들은 자신의 일을 단순한 노동이 아닌 '예술'로 승화시키는 존재들이다.


저자 세스 고딘은 마케팅 분야의 구루이자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써낸 작가로, 관습을 깨는 통찰력 있는 메시지로 전 세계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영감을 주어 왔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왜 스스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 길을 걸어야 하는지 명료하게 일깨워준다.


책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평균이 되기 위한 삶은 끝났다"는 선언이다. 로봇처럼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일만 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무의미한 정책을 만들며 기계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선물, 인간성, 그리고 진정한 인간관계다. 저자는 우리가 모두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남들과 확실히 다른 자신만의 색깔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과도할 정도로 많은 정보를 인터넷에 공유하며 자신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천하기, 관계 맺기, 베풀기를 통해 자신의 전문 영역에 대한 통찰력 있는 글을 올리고, 다른 사람들이 이를 계속해서 참고하고 인용하게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관계를 맺고 무리를 형성한 사람들은 당신을 끊임없이 찾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강력한 연대가 형성된다. 또한, 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았을 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는 방법 역시 린치핀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 제시된다.


특히 "사람들이 꿈꾸는 가장 행복한 미래는 대부분 자신의 과거"라는 부분에서 강한 충격을 받았다. 직장에서 인정받고 잘 나가던 시절, 많은 이들이 나를 찾던 그 영광스러운 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미래를 보는 대신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는 것은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일 뿐이다.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지 말고 현재의 혼란을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린치핀이 가진 일곱 가지 능력 또한 여러 번 곱씹어 볼 부분이다. 조직을 위해 감정 노동을 아끼지 않는 헌신, 스스로 지도를 그려내어 조직 구성원들만의 고유한 통로를 만드는 능력, 창의성을 발휘해 복잡한 상황을 관리하는 법 등 구체적인 지침들이 담겨 있다. 흥미로운 점은 책의 마지막에 저자가 집필하며 참고한 도서 목록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각 책이 담은 메시지를 요약해 준 덕분에, 독자로서 또 다른 지적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지도를 선물 받은 기분이 든다.


결국 이 책은 AI 시대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우리가 붙잡아야 할 유일한 닻은 바로 우리 자신의 '인간성'과 '창의성'임을 보여준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린치핀으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불안한 미래를 희망으로 바꾸는 유일한 열쇠가 아닐까 싶다.


#린치핀 #세스고딘 #필름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자기계발 #대체불가능한존재 #AI시대생존법 #퍼스널브랜딩 #비즈니스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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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가우디 - 흔들리는 나를 위로해 주는 건축 수업
유승준 지음 / 성안당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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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진 속의 건물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높디높은 산, 마치 절벽을 마주하듯 깎아내리는 듯한 산비탈에 위치한 건물 뒤로 옅은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경외감을 준다. 이 책은 가우디 서거 100주년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완공을 앞두고, 가우디의 흔적을 따라 걸어온 저자의 긴 여정을 담은 여행기다.


저자가 가우디를 처음 만나고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까지는 거의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2015년 9월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2023년의 재회, 그리고 2024년부터 써 내려간 글이 2026년에 이르러 마침표를 찍었다. 이토록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저자가 가우디라는 인물에게 얼마나 깊은 진심과 감정을 쏟아부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도대체 안토니 가우디는 누구이기에 저자로 하여금 그 먼 거리를 날아가 흔적을 쫓게 만들었을까. 흔히 건축가들이 그를 건축의 신이라 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우디는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의 건축가로, 자연의 곡선을 건축에 그대로 녹여낸 천재적인 인물이다.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라고 믿었던 그는 기하학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구조를 통해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독보적인 건축 세계를 구축했다.


이 책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인간 가우디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든다.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 안에는 빛나는 성취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가 추구하는 독창적인 방향 때문에 겪어야 했던 주변의 시기와 질투, 그리고 삶의 고단했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꺾이지 않았던 가우디만의 신념을 마주하다 보면 가우디라는 사람이 단순히 건물을 짓는 이가 아니라 자신의 영혼을 건축물에 이식한 예술가였음을 깨닫게 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가우디가 남긴 다양하고 신비로운 건축물들이 사진을 통해 펼쳐진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같은 웅장한 건물부터 기이한 모양의 굴뚝, 정원, 울타리, 공원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명소들을 방 안에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건축물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과 역사, 사회적 배경을 촘촘하게 엮어낸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멘델스존의 음악으로 이어지고, 다시 아라곤 왕국의 슬픈 신혼 이야기로 흘러가 가우디의 벨에스구아르에서 멈추는 식이다. 건축물 하나하나에 깃든 이 수많은 이야기는 그것이 단순히 벽돌을 쌓아 만든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 축적된 역사의 기록물임을 알려준다.


이 책은 가우디의 건축이 결국 신과 자연, 그리고 인간을 향한 깊은 사랑에서 비롯되었음을 말한다. 가우디의 흔적을 따라 걷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10년의 세월이 응축된 이 기록은 가우디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는 더없이 친절한 가이드가, 지친 일상에서 영감을 얻고 싶은 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내인생의가우디 #유승준 #도서출판성안당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가우디건축 #바르셀로나여행 #예술인문학 #건축여행기 #인생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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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폰만 보는데 왜 돈이 많을까
긍정필터 지음 / 모티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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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의 심리를 톡 하고 건드리는 매력적인 제목이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는 마음과 알게 모르게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 심리를 절묘하게 조합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왜 쟤는 하루 종일 폰만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보다 돈을 많이 벌고 있을까? 그 지독한 궁금증에 대해 저자는 아주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바로 인스타그램, 그중에서도 릴스다.


저자는 30대 초반에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3천만 원의 빚을 졌지만, 휴대폰 하나 들고 일단 영상을 찍기 시작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어느새 월 1,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게 되었고 지금은 숏폼 대행사 대표로 자리 잡았다. 그는 이제 갓생이 아니라 돈생을 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무작정 부지런하게 사는 것이 답이 아니라, 수익과 직결되는 행동을 하라는 의미다.


책은 총 4개의 파트로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다. 갓생 대신 돈생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부터 똥손이라도 가능한 릴스 제작 시스템, 팔로워를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하는 공식, 그리고 의지가 부족한 사람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마무리된다.


저자가 수많은 플랫폼 중에서도 릴스에 주목한 이유는 극강의 효율성 때문이다. 최소 3초에서 최대 90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부담 없이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반응이 없으면 금방 방식을 바꾸면 되고, 반응이 오면 그 흐름을 반복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화려한 기술이나 복잡한 효과가 아니다. 단순한 컷 편집이라도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힘이 핵심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완벽한 한 편보다 어설픈 열 편이 인생을 바꾼다는 조언이었다. 우리는 보통 완벽하게 준비해서 시작하려고 시간을 끈다. 하지만 저자는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수정해 나가는 사람이 훨씬 빠르게 성장한다고 강조한다. 내 머릿속의 계획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의 냉정한 반응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또한 릴스는 설명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로 시작해야 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영상이 길다고 좋은 게 아니라 시청자가 끝까지 보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장비 탓을 할 필요도 없다. 비싼 카메라보다 시청자의 시선을 붙드는 전달력이 우선이다.


팔로워 숫자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일침도 매섭다. 팔로워가 1만 명인데 반응률이 1%인 계정보다, 팔로워가 1,000명이라도 반응률이 10%인 계정이 훨씬 가치 있다. 소통하지 않는 유령 팔로워는 수익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수익화는 숫자가 아니라 내 콘텐츠에 반응하고 연결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이 책은 단순히 게으름을 찬양하지 않는다. 다만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돈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영리하게 움직이라고 말한다. 열심히 살되 그 노력이 반드시 수익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철학이 담백하게 녹아 있다.


읽고 나서 덮어버리는 책이 아니라 읽자마자 바로 실행에 옮기게 만드는 힘이 있다. 저자가 실제로 효과를 봤던 실전 노하우들만 꽉꽉 눌러 담았기에,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나도 이제 돈생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폰만 보던 시간을 돈이 되는 시간으로 바꾸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재는폰만보는데왜돈이많을까 #긍정필터 #모티브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릴스수익화 #인스타그램마케팅 #숏폼제작 #디지털노마드 #퍼스널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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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아닌 법 앞에서 - 4·3 법정 일기
허영선 지음 / 마음의숲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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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짙은 하늘색 표지 위에 고요히 피어난 꽃 한 송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꽃이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고 먹먹한 분위기가 감도는 그림이다. 그 위로 정갈하게 박힌 문구 하나가 시선을 붙잡는다. "4.3 법정일기". 이 짧은 글귀는 표지의 고요함을 깨고 우리가 마주해야 할 무거운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이 시집의 저자인 허영선 시인은 제주의 아픔을 집요하게 기록해 온 작가다. 제주 출생으로 시인이자 소설가, 그리고 연구자로서 4.3의 진실을 알리는 데 평생을 바쳐왔다. 현재 제주 4.3 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며,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목소리를 복원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시집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주 4.3 사건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당시 제주도 인구의 10분의 1에 달하는 약 2만 5천 명에서 3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비극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가장 깊은 흉터이자 여전히 치유되어야 할 현재진행형의 아픔이다.


보통의 시들이 사랑이나 희망, 이별과 그리움 같은 보편적인 감정을 노래한다면, 법 아닌 법 앞에서는 철저히 아픔과 고통, 그리고 짓밟힌 삶의 궤적을 쫓는다.


시인은 그 시대의 기억과 멈춰버린 시간을 시라는 형식을 빌려 대변한다. 시집의 목차를 채운 단어들조차 연좌제, 내란죄, 유죄, 수인, 구덩이, 죄책감처럼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무거운 언어들로 가득 차 있다.


기억나는 몇 편의 시를 적어보자면...


연좌제는 한 개인의 잘못이 아닌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씌워진 가혹한 굴레를 다룬다. 대를 이어 전해지는 공포와 차별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보여준다. 


내란죄는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 앞에서 평범한 농민들이 순식간에 죄인이 되어야 했던 부조리함을 고발한다. 죄의 유무가 아니라 권력의 논리에 의해 결정된 그날의 판결들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 되묻는다.


구덩이는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렸던 현장의 공포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차디찬 땅 밑으로 사라져간 수많은 생명과 그들을 지켜봐야 했던 이들의 죄책감을 시적인 언어로 형상화하여 독자의 가슴을 후벼판다.


이 시집은 단순히 슬픈 역사에 대한 기록이 아니다. 법 아닌 법 앞에 무릎 꿇어야 했던 수많은 영혼을 위로하고, 다시는 그런 야만의 시간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절박한 기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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