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우디 - 흔들리는 나를 위로해 주는 건축 수업
유승준 지음 / 성안당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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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진 속의 건물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높디높은 산, 마치 절벽을 마주하듯 깎아내리는 듯한 산비탈에 위치한 건물 뒤로 옅은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경외감을 준다. 이 책은 가우디 서거 100주년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완공을 앞두고, 가우디의 흔적을 따라 걸어온 저자의 긴 여정을 담은 여행기다.


저자가 가우디를 처음 만나고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까지는 거의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2015년 9월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2023년의 재회, 그리고 2024년부터 써 내려간 글이 2026년에 이르러 마침표를 찍었다. 이토록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저자가 가우디라는 인물에게 얼마나 깊은 진심과 감정을 쏟아부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도대체 안토니 가우디는 누구이기에 저자로 하여금 그 먼 거리를 날아가 흔적을 쫓게 만들었을까. 흔히 건축가들이 그를 건축의 신이라 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우디는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의 건축가로, 자연의 곡선을 건축에 그대로 녹여낸 천재적인 인물이다.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라고 믿었던 그는 기하학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구조를 통해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독보적인 건축 세계를 구축했다.


이 책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인간 가우디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든다.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 안에는 빛나는 성취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가 추구하는 독창적인 방향 때문에 겪어야 했던 주변의 시기와 질투, 그리고 삶의 고단했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꺾이지 않았던 가우디만의 신념을 마주하다 보면 가우디라는 사람이 단순히 건물을 짓는 이가 아니라 자신의 영혼을 건축물에 이식한 예술가였음을 깨닫게 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가우디가 남긴 다양하고 신비로운 건축물들이 사진을 통해 펼쳐진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같은 웅장한 건물부터 기이한 모양의 굴뚝, 정원, 울타리, 공원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명소들을 방 안에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건축물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과 역사, 사회적 배경을 촘촘하게 엮어낸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멘델스존의 음악으로 이어지고, 다시 아라곤 왕국의 슬픈 신혼 이야기로 흘러가 가우디의 벨에스구아르에서 멈추는 식이다. 건축물 하나하나에 깃든 이 수많은 이야기는 그것이 단순히 벽돌을 쌓아 만든 물리적 실체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 축적된 역사의 기록물임을 알려준다.


이 책은 가우디의 건축이 결국 신과 자연, 그리고 인간을 향한 깊은 사랑에서 비롯되었음을 말한다. 가우디의 흔적을 따라 걷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10년의 세월이 응축된 이 기록은 가우디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는 더없이 친절한 가이드가, 지친 일상에서 영감을 얻고 싶은 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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