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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와인 이야기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나이토 히로후미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6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인에게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문화를 즐기는지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으며, ‘느긋한 삶’, ‘취향 있는 소비’, ‘글로벌 감각’을 내포한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작동한다. 또한 와인은 스토리가 있는 음료이기에, ‘마신다’는 행위는 곧 ‘읽는다’는 체험이 된다.
요즘 열광하는 위스키와 다른 점은 와인은 포도라는 자연 재료 그대로를 발효시키는 데 반해, 위스키는 곡물을 증류하여
만들어진다. 즉, 와인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는 술이라면, 위스키는 인간의 기술이 담긴 술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인류 역사와 권력, 문화, 경제를 형성해온 핵심 도구”라는 점이다.
나이토 히로후미는 와인을 단순한 취미나 식도락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시대를 뒤흔든 정치적 결정과 국제 관계의 흐름 속에서 와인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조망한다. 이 책은 결국 "와인을 이해하는 것은 세계사를 새롭게 읽는 일"이라는
명제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많은 와인 관련 도서가 맛, 품종, 생산지, 테이스팅 방법 등 실용적인 정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이 책은 와인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을 취한다. 특히, 각 시대와 지역에서 와인이 어떤 상징이었고, 어떤 정치적·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단순한 역사서도 아니며, 단순한 와인 서적도 아닌 이 독특한 조합은 ‘지적인
유희’를 제공하는 동시에 ‘음료 이상의 와인’이라는 철학적 울림을 전한다.
기억에 남는 내용을 정리하자면,
교황과 아비뇽, 와인의 정치적 위상
14세기 아비뇽 유수
기간 동안, 교황청이 로마에서 프랑스로 옮겨간 사건은 단지 종교적 사건이 아니라 와인의 정치적 위상 변화를 이끈 계기가 된다. 아비뇽 주변에서
생산된 와인은 교황청의 후원을 통해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와인은 신성성과 권력의 상징이 되었다. 이 장면은 ‘누가 마셨는가’가 곧 ‘누가
권력을 가졌는가’를 설명해주는 사례이다.
나폴레옹 3세와 보르도 와인의 격상
1855년, 나폴레옹
3세는 파리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보르도 와인에 공식적인 등급 체계를 부여한다. 이는 프랑스 와인을 단지 지역 특산물 수준이 아니라 ‘국가
브랜드’로 격상시킨 사건이었다. 이 분류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와인의 상업성과 권위, 그리고 국가 간 경쟁의 본질을 보여준다.
파리의 심판 – 캘리포니아의 반란
1976년 ‘파리의
심판’이라 불리는 시음회에서 미국의 캘리포니아 와인이 프랑스 보르도와 부르고뉴 와인을 제치고 최고의 평가를 받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는
‘와인의 중심은 유럽’이라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와인의 글로벌화 시대를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저자는 이 장면을 통해 전통과 혁신,
권위와 대항의 힘이 와인이라는 매개를 통해 어떻게 충돌하고 변형되는지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기억에 남는 문장은 “와인은 늘 권력자의 곁에 있었다. 그들이 무슨 술을 마셨는지를 보면, 그 시대의
힘의 방향이 보인다.” 와인을 단지 미식의 요소가 아닌,
역사의 증언자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을 응축한 표현이다. 독자로 하여금 와인을 마시기 전에 '역사 한 모금'을 음미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와인의
역사에 대한 책이 아니라, 와인을 매개로 세계사의
흐름을 다시 읽게 해주는 인문학적 성찰의 도구이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도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특히 각
사건마다 와인이 등장하는 방식이 달라서, "같은 술이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읽는 내내 입 안에 와인의 풍미가 감돌듯, 사건마다 문화와 시대의 향취가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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