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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옆 마음인문학 -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이안백 지음 / 미래북(MiraeBook) / 2025년 7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년 12월 모 신문사
기사가 기억난다. "MZ세대는 빠른 피드백과
확실한 결과를 선호하지만, 동시에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 탐색에도 깊은 갈증을 느낀다. 인문학은 이러한 내적 물음에 답할 실마리를
제공한다.” 즉, 인문학은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와 태도를 정립하는 도구가 되며, 단순히 정보를 넘어 삶의 방향을
설계하게 돕는다.
저자는 『화장실 옆
마음인문학』을 통해 인문학을 삶과 가장 가까운 자리, 바로 ‘화장실 옆’에 놓는다. 인문학은 거창하고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타인과의 소통,
갈등, 이해, 자존감, 사랑, 상처, 고독과 같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메시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 내면의 다양한 감정과 사고 방식을 성찰하고, 타인의 마음과 나의 마음을 어떻게 건강하게 연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한다.
많은 인문학 서적이
철학적 개념이나 문학 작품을 통해 사고를 유도하는 데 비해, 이 책은 심리학적 통찰과 실제 삶의 경험을 결합해 더 직접적인 공감과 적용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개인의 내면을 세심히 들여다보는 시선과 사회적 관계 속의 미묘한 심리 역학을 서사적으로 풀어내 독자에게 부담 없이
스며들 수 있게 한다. 어렵지 않은 언어, 평범한 사례, 명확한 논리로 인문학을 ‘생활 속 실천학’으로 끌어내린 점이 돋보인다.
기억에 남는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름과 틀림의 구분 – ‘우리는 왜 다름을 틀림이라고
주장하는가’
저자는 우리가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습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지점에서 갈등이 시작되며, 상대의 생각을 ‘틀렸다’고
판단하는 순간 상대를 고쳐야 할 대상으로 본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해와 존중의 시작은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
자기중심성과 착각의 구조 – ‘착각의 첫 번째 조건은
자기중심성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객관적이라 여기지만, 실제로는 자기 관점의 왜곡된 틀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러한 ‘주관의 객관화 착각’이 대부분의 오해와
갈등을 낳는 원인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중심에 둔 사고를 자각하고 조율할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관심의 역설 – ‘사람들은 다른 사람 인생에 별 관심이 없다’
저자는 인간이 타인의
말이나 행동에 지나치게 신경 쓰며 스스로를 억제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다른 사람은 대부분 자기 일에 더 몰두해 있음을 지적한다.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할 필요가 없으며, 그로 인한 자기검열은 오히려 삶의 가능성을 좁힌다고 경고한다.
기억에 남는 문장은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하는 이유는, 그가 자신만의 해석틀을 통해 상대의 말을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인간 관계에서 소통이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지를 드러낸다. 저자는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듣는 사람의 ‘해석’이 서로 충돌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진심을 전달하는 데 필요한
섬세함과 이해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 책은 심리학과 인문학, 관계학의 교차점에서 ‘나’를 돌아보게
한다. 저자의 따뜻하고 유연한 시선은 독자가 스스로를 과도하게 비판하거나 타인을 쉽게 판단하려 할 때 멈춰 서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나는 왜 저 말을 불편하게 느꼈을까’, ‘왜 나는 상대의 시선을 두려워할까’ 같은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삶을 인문학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은
결국 내 마음의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화장실 옆’이라는 친근한 비유처럼, 인문학은 멀리 있지 않다는 메시지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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