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도시적인 삶 - 무지개떡 건축 탐사 프로젝트
황두진 글.사진 / 반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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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대한민국에서 인구가 가장 밀집되어 있는 도시다. 경제 성장기에, 서울은 도시로 유입되는 수많은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점점 건물을 높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인구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지 않고, 대도시 주변으로 밀집되어 있는 한 고층 아파트의 출현은 거의 필연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층 아파트 단지는 '베드타운(bed town)'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주민들의 실질적인 경제생활과는 아무 상관없는 건물이 되어버렸다. 황두진 건축가는 그런 건축을 가리켜 '시루떡 건축'이라고 부른다. 건물은 많지만 그 건물에 아무런 생동감이 없음을 가리키는 말이겠다. 그렇다면 '시루떡 건축'의 대안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무지개떡 건축'이다. '무지개떡 건축'이란 일종의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걸 의미한다. 이 건물은 저층에는 상업시설이 고층에는 주거시설이 위치하게 된다. 황두진 건축가는 '무지개떡 건축'이 개성 없는 도시를 다시 활력 있게 만들고, 출퇴근 시간으로 인한 소모성 낭비를 줄여줄 것이라 주장한다.

[가장 도시적인 삶]은 황두진 건축가가 직접 발품을 팔아 현재 '무지개떡 건축'으로 지어진 건물들을 답사하고 그것을 인문학적으로 풀어쓴 책이다. 그가 다녀온 건물들 중에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낙원상가'와 '세운상가'도 있다. 나는 최근에 낙원상가를 갔을 때, 낙원상가에 악기를 파는 층의 위쪽에 일반 주민들이 사는 아파트가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던 적이 있다. '이런 도심에 아파트가 있다니?'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낙원상가는 참으로 놀라운 건물이었다. 일단 낙원상가의 지하에는 시장이 있고, 그 위에는 도로가 있으며, 도로 위에는 악기상이 있고, 그 위에는 영화관이 있고, 그 위에는 아파트가 있다. 이보다 엄청난 무지개떡 건축물이 대한민국에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나는 낙원상가를 다시 보게 되었다. 역시 낙원상가는 이름 그대로 낙원이었다.

지난 여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갔을 때, 그곳에 있는 대부분의 건물이 100년이 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놀랐었다. 실제로 거기 있는 건물은 대부분이 돌로 지어져서 스코틀랜드의 거친 기후에도 끄떡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오랜 역사를 간직한 에든버러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이 되었다고 한다. 만약 우리가 짓는 이 건물을지금 당장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소중한 문화유산을 남기는 마음으로 짓는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까? 동물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죽어서 건물을 남긴다는데 우리가 물려줄 건물에 우리의 탐욕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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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시집 - 오감도와 날개 그리고 권태 윤동주가 사랑한 시인
이상 지음 / 스타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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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시인에게는 천재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그런데 이상 시인이 유명하긴 하지만, 실제 그의 시집을 전부 다 읽어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는 최근에 스타북스에서 새롭게 출간된 [이상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 봤다. 시집을 읽고 나서 나는 도저히 이 시집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상 시인의 시는 마치 암호 같았다. 혹은 보물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알려주는 보물지도 같았다. 이상 시인이 이 시를 통해 도대체 무엇을 의도하는지 알아차리는 게 거의 불가능하게 여겨졌다.

그런데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의 시와 소설과 수필이 모두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문학은 그의 삶과 분리될 수 없다. 특히 그가 쓴 '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 연작시는 그가 건축을 전공하였기에 쓸 수 있는 시였다. 그는 1929년에 경성고등학교 건축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학교 추천으로 조선총독부 내무국의 건축과 기수로 취직하였다. 이해 12월 조선 건축회 학회지 <조선과 건축>의 표지 도안 현상 모집에 1등과 3등으로 각각 당선되었다. 즉 살아 있을 때, 이상 시인은 문학가가 아니라 김해경이라는 건축가로 더 유명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1933년에 폐결핵을 앓으며 건축가 김해경의 삶을 접고, 문학가 이상의 삶을 시작하였다. 이상의 시가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가 건축물의 도안을 그리듯이 글을 쓰기 때문이다. 

꽃나무 -이상

벌판한복판에 꽃나무하나가있소 근처에는 꽃나무가하나도없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 열심으로생각하는것처럼 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 나는막달나났소 한꽃나무를위하여 그러는것처럼 나는참그런이상스런흉내를내었소


이 책에는 이상 시인의 시뿐 만 아니라 소설 '날개'와 수필 '권태'가 같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의 시가 워낙 난해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그의 소설과 수필은 술술 읽혔다. 그의 문학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우울함과 권태로움은 그가 어떤 환경에서 글을 썼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그 어느 때보다 춥고 황량한 12월에 몸뿐만 아니라 정신의 서늘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이상의 시집을 추천하고 싶다. 어느 시대나 사람으로서 삶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누구라도 그의 시를 읽으며 절절히 체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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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신앙 - 기독교인을 시의성 없고 극단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세상에서 기독교인답게 사는 길
데이비드 키네먼 & 게이브 라이언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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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신앙이란 무엇일까?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가치 다원주의가 만연한 세상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성경의 가르침에 순종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의 풍조 속에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은 때로는 어리석고 미련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때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쫓아감으로써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조롱당하는 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걸어가셨던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아니었는가?   

[좋은 신앙]의 저자 데이비드 키네먼과 게이브 라이언스는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기독교적 가치가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기독교적 가치가 무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가치는 무엇인가? 그것은 철저하게 개인의 만족과 행복만을 추구하는 새로운 도덕률이다. 새로운 도덕률에서 타인을 향한 공감과 배려는 일차적인 지향점이 아니다. 새로운 도덕률은 오직 나에 의한(by me), 나를 위한(for me), 나의(of me) 만족을 추구한다.

<새로운 도덕률> -75p.
1. 자아를 발견하려면 자기 내면을 보라.
2. 남이 어떤 삶을 선택하든 비판해서는 안 된다.
3. 삶의 만족을 위해 자신이 가장 갈망하는 것들을 추구하라.
4. 삶의 최고 목표는 즐기는 것이다.
5. 자신의 신념이 사회에 영향을 주지만 않는다면 무엇이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믿어도 된다.
6. 성인끼리 서로 동의하면 어떤 종류의 성적인 표현(sexual expression)도 괜찮다.

새로운 도덕률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YOLO'와 비슷하다. 'YOLO'는 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의 머리글자로서, 한 번뿐인 인생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후회 없이 살아가라는 뜻이다. 그렇다 우리는 오직 단 한번 산다. 그런데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오직 자기 자신의 쾌락과 만족을 위하여 사는 게 가치 있는 것일까? 욜로와 성경의 가르침은 양립 가능한 것인가? 과연 욜로와 그리스도의 제자가 가장 먼저 추구해야 할 자기 부인(self denial)은 양립 가능한가? Nein. 나는 욜로의 길과 비아 돌로로사는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에 종착지도 다르다고 생각한다. 자기의 쾌락만을 추구하는 욜로의 길은 <헤벨>이고, 하나님의 영광을 추구하는 비아 돌로로사는 <이트론>이다. 역사적으로 예수 그리스도, 사도 바울, 디트리히 본회퍼는 자기를 부인하며 비아 돌로로사를 가르치고 몸소 걸어갔던 하나님의 사람이다. 당대에 그들의 삶은 실패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에게는 영원한 <이트론>이 있었다.

<하나님의 도덕 질서> -79p.
1. 자아를 발견하려면 자기 바깥의 예수 안에서 진리를 찾으라.
2. 남을 사랑한다 해서 늘 침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3. 기쁨은 자신의 갈망을 추구하는 데 있지 않고 자신을 내주어 남에게 복을 끼치는 데 있다.
4. 삶의 최고 목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다.
5. 하나님은 인간에게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믿을 자유를 주시지만 그런 신념은 언제나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6. 하나님은 인간을 번성하게 하시려고 성과 성 의식에 테두리를 정하셨다.

 [좋은 신앙]을 읽으며 미국에 닥친 여러 사회적 변화가 장차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에 머지않아 도래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LGBT의 인권과 동성 결혼 그리고 낙태 합법화와 같은 민감한 주제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에 벌어질 것이다. [좋은 신앙]은 우리가 민감한 주제와 관련되어서 가장자리는 유연하되 중심부는 견고하게 유지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Nachfol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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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류시화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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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번역이 필요합니다. 타고르의 기탄잘리(Gitanjali)는 매 시대마다 새롭게 번역될만한 가치가 있는 시집입니다. 왜냐하면 타고르는 기탄잘리로 인해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의 타고르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때 그것에 반대하는 유럽인들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타고르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기탄잘리에 담긴 풍성한 신성과 영성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을 겁니다. 

타고르는 인도 콜카타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문학과 예술이 풍성한 부잣집에서 막내아들로 자라났습니다. 그의 문학성과 예술성은 학교에서 길러지지 않고, 가정에서 길러졌습니다. 그의 형들과 누나들과 형수들 역시 천부적 예술성이 있었기에 그는 집에서 그들과 교제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찌 보면 타고르가 어릴 적부터 문학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부잣집의 막내아들로서 생계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는 어린 시절에 어머니를 병으로 잃고, 그의 아내와 자녀들마저도 먼저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여러 차례 사별하며, 타고르는 자신의 슬픔을 신을 향한 갈망과 열망으로 승화시켰습니다. 타고르가 믿었던 신은 사실 기독교의 하나님은 아닙니다. 그는 힌두교 신자였기 때문에, 기탄잘리에는 힌두교의 신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타종교인이 그의 시를 읽어도 거의 거부감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시는 신을 향한 깊고도 깊은 갈망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절망 속에서도 신의 흔적을 찾는 기탄잘리는 일견 성경의 시편과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이번에 무소의 뿔에서 새로 출간된 기탄잘리는 류시화 시인이 번역을 했습니다. 이 책은 기탄잘리 한글 번역본과 영어 원문이 실려있고, 타고르의 생애를 다룬 평전도 간략하게 실려 있습니다. 타고르를 아직 잘 모르거나, 타고르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 누구라도살면서 한 번쯤은 노벨문학상이 수여된 문학작품을 읽고 감동을 느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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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 -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가 들려주는 나무에게 배우는 지혜
유영만 지음 / 나무생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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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변화는 나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봄에는 나무에 하얀 꽃이 피고, 여름에는 나무에 푸른 잎이 무성하고, 가을에는 나무에 빨간 열매가 맺히고, 겨울에는 나무가 모든 잎을 떨구고 홀로 서있습니다. 나무는 존재 그 자체로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계절의 시계입니다. 

이 책의 저자 유영만 한양대 교수는 나무와는 상관없는 교육학자이지만, 나무의 특징을 자세히 연구하여 그것이 인간의 삶에 어떤 통찰을 주는지 글을 썼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 주변에 항상 있는 나무가 얼마나 신비한 존재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될 겁니다.

저자는 은행나무야말로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말합니다. 은행나무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나무이기에 공룡이 있을 때에도, 매머드가 있을 때에도, 고조선 시대에도 열매를 맺었을 겁니다. 은행나무가 세월의 흐름을 거슬러 오래 사는 이유는 나무의 질긴 생명력 덕분입니다. 어떤 척박한 환경 가운데서도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는 은행나무에서 우리는 고상한 이상도 중요하지만, 치열한 일상도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해봅니다. 어떤 현실 가운데서도 그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은행나무를 통해 강한 것이 오래 남는 게 아니라, 오래 남는 게 강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이 책에서 저는 맹그로브(Mangrove)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맹그로브는 열대 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나무인데 땅과 바다의 경계에서 뿌리를 내리고 숲을 이룬다고 합니다. 생태학적으로 맹그로브가 중요한 이유는 이 맹그로브의 뿌리가 물고기들에게는 피난처가 되고, 맹그로브의 가지가 날짐승에게는 둥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맹그로브는 땅과 바다의 경계에 서, 물고기와 날짐승의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 단 한그루도 없기때문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열대지방에 가서 맹그로브를 직접 보고 싶습니다. 

어느덧 풍성했던 가을 낙엽도 다 떨어지고 황량한 겨울의 문턱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나무에게 겨울은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이 겨울에 춥다고 무조건 웅크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열어 내년 봄을 어떻게 준비할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무가 모든 잎을 떨구더라도 봄을 내다보며 새싹을 틔울 준비를 하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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