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업 - 하 - 반룡, 용이 될 남자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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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상권을 재밌게 읽어서 그런지 나는 하권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하권의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내가 느끼는 솔직한 감정은 하권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나는 600쪽 되는 하권을 읽으면서 내가 재미를 느낄만한 내용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기승전결이 없는 지루한 이야기의 병렬적 나열에 지치고 말았다. 내 생각에 이 소설이 더욱더 흥미로웠으려면 소설의 분량을 반으로 줄이고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갖추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일단 하권이 재미없었던 근본적 이유는 등장인물 간의 밸런스가 너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소설이 왕현을 둘러싼 소기와 자담의 삼각관계라면 최소한 소기와 자담이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그러한 캐릭터로 묘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 소설에서 자담은 왕현과의 어릴 적 추억만 간직하고 소기와 맞서 싸울만한 그 어떤 역량도 없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자담을 너무나 문약한 캐릭터로 묘사하다 보니, 소기와 자담과의 싸움은 싸움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나는 소기를 용맹한 무장으로 저자가 그렸다면, 최소한 자담을 지략이 있는 책사 정도로 그렸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소설의 주인공은 왕현이기에, 저자는 왕현의 심리묘사와 내면 변화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금지옥엽으로 자란 왕현이 냉혹한 철혈 여인으로 변화되어 자신의 남편인 소기를 결국 황제의 자리에 앉히는 게 이 소설의 주된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현이라는 캐릭터 역시 얼마나 현대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캐릭터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녀의 행동 중에 이해가 가는 것도 있지만, 딱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왕현은 어느 때에는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어느 때에는 지나치게 잔인하여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임에는 분명하다.

간만에 두꺼운 소설책을 읽었는데,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얻은 게 많지 않은 것 같아 여러 아쉬움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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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상 - 아름답고 사나운 칼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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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중국 작가의 소설을 읽은 것 같다. 학창시절에 김용 작가의 '영웅문'을 읽고 한동안 중국 작가의 소설을 읽지 못한 것 같은데 이번에 메이위저의 '제왕업'을 읽으며 옛날에 중국 무협지를 읽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제왕업의 주인공은 명문 세가의 딸인 왕현이다. 왕현은 어릴 적에는 궁궐을 놀이터로 삼으면서 자유롭게 지내다가, 성인이 되고 나서는 가문의 영광을 위해 소기와 결혼하게 되었다. 그런데 소기는 왕현과 결혼하자마자 변방을 지키러 간다고 결혼식장을 바로 박차고 나갔고 왕현은 소기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왕현은 소기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3년의 세월이 속절없이 지나고 말았다. 어찌 보면 왕현과 소기는 이렇게 멀어지는 것인가 싶었는데, 왕현이 하란잠에게 납치를 당하면서 전혀 상상도 못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나는 왕현이 하란잠에게 납치를 당하면서 새로운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을 보면서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문득 떠올랐다. 마르틴 루터가 보름스의회에 참석하고 돌아가는 길에 납치를 당해 바르트부르크 성에 비밀리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왕현의 납치와 마르틴 루터의 납치의 공통점은 이 납치를 경험하고 왕현과 마르틴 루터의 정체성이 완전히 새로워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두 납치의 차이점이 있다면 마르틴 루터의 납치는 루터를 보호하기 위한 납치였고, 왕현의 납치는 왕현을 미끼로 삼는 납치였다는 것이다. 왕궁에서 금지옥엽으로 자란 왕현은 납치를 당해 온갖 수치와 모욕을 당하지만 결국 생명을 지켜 소기와 실질적 부부관계를 시작하게 된다.

'제왕업'은 기존의 중국 무협지에서 주로 본 것처럼, 거친 남성이 주인공이 아니라 부드러운 여성이 주인공이라 참신하게 느껴졌다. 소설에서 왕현은 심리전에 능하며, 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과연 그녀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제왕업' 하권을 통해 내용을 빨리 확인해보고 싶다.

#제왕업 #쌤앤파커스 #무협소설 #아름답고사나운칼 #메이위저 #중국소설 #왕현 #강산고인 #중국 #황제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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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교회사 걷기 - 109편의 스토리를 따라
임경근 지음 / 두란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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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을 처음 공부하다보면 교회사라는 과목이 참으로 흥미롭기는 한데, 공부하기는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왜냐하면 교회사에서 다루는 대략 2,000년 동안의 교회 역사가 워낙 방대하여 공부할게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신학생이나 목회자는 교회사에서 일어난 중요한 사건을 부분적으로 알뿐, 초대교회부터 지금의 현대교회까지의 큰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은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성도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네덜란드에서 교회사를 전공한 임경근 목사가 집필한 ‘세계 교회사 걷기’는 초대교회부터 시작해 현대교회까지 세계 교회의 역사에서 어떤 큰 흐름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책으로 보인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저자가 교회에서 성도들에게 직접 교회사를 가르치기 위해서 준비한 강의안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서 그 어떤 교회사 책보다 쉽고 재밌다.

이 책은 2,000년의 세계 교회사를 109편의 스토리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아무래도 제한된 지면에 많은 사건을 다루려다보니, 각각의 스토리를 깊이 있게 다루지는 못한다. 그러나 기존에 다른 교회사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교회사 내용도 이 책에서 간간히 볼 수 있어,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많은 책을 참고하였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기독교인은 교회 역사를 공부해야할까? 기독교인으로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만 열심히 공부하고 믿으면 그만 아닐까? 저자는 이 책에서 기독교인이 교회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교회는 시공을 초월한다는 점에서 보편적이다. 반면에 역사는 시공 안에 일어난다. 즉 ‘교회 역사’는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 교회가 시공 속에서 살아온 구체적 발자국이다. ‘교회 역사’는 교인이 걸어간 삶의 실체이다. 그러니 우리가 교회 역사를 안다는 것은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동일하게 일하실 하나님의 섭리를 알아 가는 것과 같다. 반대로 교인이 교회 역사를 알지 못하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일하시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13쪽)

사실 우리가 지금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의 형태는 오랜 교회 전통에서부터 이어져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지금 우리가 교회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문제는 과거 교회에서도 이미 발생한 문제인 경우가 많다. 즉 지금 우리는 과거의 교회와 분리된 새로운 방식의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 지금 한국 교회가 고민하는 여러 문제를 아마 수백 년 전에 세계 교회에서 고민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세계 교회사를 공부함으로써 현대의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구원 역사를 이해할뿐더러, 현재 우리가 당면한 교회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전에 일반 성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한 것처럼, 한국 교회 내에서 교회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더욱더 불타올라야 한다. ‘세계 교회사 걷기’는 빽빽하게 글만 있는 교회사 책이 아니라, 중간에 그림과 사진이 많이 실려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쉽게 교회사에 대해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교회사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거나 공부하고자 하는 모든 기독교인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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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빨간지구 -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
조천호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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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에 청와대는 NSC 회의를 주재하고 이후 한일간 지소미아를 파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청와대가 지난 8월 말에 발표한 것처럼 일본과의 지소미아를 파기하기로 강행했을 경우 맞이할 정치적 위험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이루어진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석 달간 한일간 지소미아 파기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라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일본은 지소미아 파기가 코앞에 다가오는 순간에도 수출규제를 철회할 그 어떤 눈곱만 한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일본은 실제로 변한 게 없는데, 지소미아 파기를 놓고 한국의 태도가 급격하게 변하게 된 것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의 급격한 방향 선회가 지소미아 파기와 관련된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한다. 특히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만약 한국이 미국의 압박을 무시하고 지소미아 파기를 강행한다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를 철회한 것을 보면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로 불어올 미국 발 '퍼펙트 스톰'을 두려워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퍼펙트 스톰'은 원래 무슨 뜻일까?

조천호 전 국립과학기상원장이 쓴 '파란하늘 빨간지구'를 읽다 보니, 책에서 '퍼펙트 스톰'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었다. 저자는 '퍼펙트 스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원래 '퍼펙트 스톰'은 개별적으로 보면 위력이 크지 않은 태풍 등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하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갖게 되는 기상 현상을 의미했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를 예견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교 교수가 악재가 한꺼번에 밀려와 손쓸 수 없는 경제 위기를 이에 빗대어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이후 '퍼펙트 스톰'은 안 좋은 요소들이 겹쳐 최악의 상황이 닥친 경우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용어가 되었다." (146쪽)

'퍼펙트 스톰'은 그리 크지 않은 태풍이 여러 악조건을 만나며 최악의 상황을 야기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라고 한다. 사실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파기가 그렇게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지소미아 파기가 한일간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과 미국의 삼각동맹의 기둥을 뿌리째 뽑는 위험한 행동이며, 이러한 행동이 나중에 한국안보와 한국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퍼펙트 스톰'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었다. 나중에 역사에서 이 지소미아와 관련된 한국 정부의 행동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알지 못하나, 지금 당장은 '퍼펙트 스톰'을 피하기로 결정한 한국 정부의 행동이 이상적이라기보다는 다분히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내가 만약 '파란하늘 빨간지구'를 읽지 않았다면, 뉴스에서 '퍼펙트 스톰'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하더라도 그 단어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는 동안에 뉴스에서 연일 '퍼펙트 스톰'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니, 나는 이 단어에 더욱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파란하늘 빨간지구'는 날씨와 기상이 인간의 몸과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저자가 때로는 차가운 과학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뜨거운 인간의 시선으로 쓴 책이다. 일상 속에서 날씨와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을 통해 기상청이 왜 기상예보를 틀리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왜 기상청을 신뢰해야 하는지 배우게 될 것이다.

#퍼펙트스톰 #지소미아 #청와대 #GSOMIA #perfectstorm #날씨 #기상청 #파란하늘빨간지구 #동아시아 #조천호 #기후변화 #미세먼지 #황사 #과학 #기상과학원 #기상청 #지구온난화 #엘니뇨 #라니냐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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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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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F 소설을 읽은 게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정말로 오랜만에 김초엽 작가가 쓴 SF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었다. 김초엽 작가에 대해 나는 잘 알지 못했지만, 저자 소개를 잠깐 보니 그녀는 1993년 생으로서 포스텍화학과를 졸업하고 생화학 석사학위를 받은 과학도라고 하였다. 그녀는 2017년에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했다. 저자의 작가로서의 경력은 짧지만, 과학도로서의 경력은 길어서인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수록된 7편의 단편소설 모두 심오한 과학지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단편소설집보다는 장편소설을 읽는 것을 더 선호하는 데 오랜만에 이 책을 통해 SF 소설을 읽는 재미와 단편소설집을 읽는 재미를 동시에 누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 책에 수록된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 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실제로 소설을 읽기 전까지 제목만 봐서는 도대체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지 상상이 안되었다. 특히 전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단편 소설은 과연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 제 소설을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었다.

막상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어보니 이 소설은 우주의 한계를 초월하는 따뜻한 가족애를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을 몇 광년 떨어진 행성으로 먼저 보내고 자신도 이후에 따라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 행성으로 갈 수 있는 대중교통편이 경제적인 이유로 폐쇄되고, 그녀는 200년 가까이 그곳에 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대중교통으로도 가기 힘든 그곳을 자신의 고물 셔틀을 타고 출발하기로 결심했다. 아마도 그녀는 그 행성에 도달하지 못하고 셔틀에서 생을 마감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셔틀은 빛의 속도보다 훨씬 더 느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곳에 도달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렇게 무모한 도전을 감내하는 것에 행복을 느낄 지 모른다. 그곳에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 소설은 빛의 속도를 넘어서는 인간의 가족애를 감동적인 필체로 서술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SF 소설은 과학기술로 시간과 공간과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시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구상에서 시간은 한번 흘러가면 다시 돌아가지 않고, 공간은 너무 멀면 도달할 수 없고,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SF 소설에서 과학기술로 지나간 시간을 다시 돌이키고, 먼 거리를 짧은 시간에 도달하고, 인간의 죽음을 최대한 지연시키고자 하지만 실상 시간과 공간과 인간의 한계를 완전히 넘어서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수록된 단편소설을 하나하나씩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나의 감정은 아련함과 안타까움이었다. SF 소설은 무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쓰이지만, 동시에 유한한 인간의 한계를 명확하게 제시해주는 문학 장르이기도 하다. 오래간만에 SF 소설다운 SF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앞으로 김초엽 작가의 더 성숙한 문학 행보를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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