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중국 작가의 소설을 읽은 것 같다. 학창시절에 김용 작가의 '영웅문'을 읽고 한동안 중국 작가의 소설을 읽지 못한 것 같은데 이번에 메이위저의 '제왕업'을 읽으며 옛날에 중국 무협지를 읽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제왕업의 주인공은 명문 세가의 딸인 왕현이다. 왕현은 어릴 적에는 궁궐을 놀이터로 삼으면서 자유롭게 지내다가, 성인이 되고 나서는 가문의 영광을 위해 소기와 결혼하게 되었다. 그런데 소기는 왕현과 결혼하자마자 변방을 지키러 간다고 결혼식장을 바로 박차고 나갔고 왕현은 소기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왕현은 소기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3년의 세월이 속절없이 지나고 말았다. 어찌 보면 왕현과 소기는 이렇게 멀어지는 것인가 싶었는데, 왕현이 하란잠에게 납치를 당하면서 전혀 상상도 못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나는 왕현이 하란잠에게 납치를 당하면서 새로운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을 보면서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문득 떠올랐다. 마르틴 루터가 보름스의회에 참석하고 돌아가는 길에 납치를 당해 바르트부르크 성에 비밀리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왕현의 납치와 마르틴 루터의 납치의 공통점은 이 납치를 경험하고 왕현과 마르틴 루터의 정체성이 완전히 새로워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두 납치의 차이점이 있다면 마르틴 루터의 납치는 루터를 보호하기 위한 납치였고, 왕현의 납치는 왕현을 미끼로 삼는 납치였다는 것이다. 왕궁에서 금지옥엽으로 자란 왕현은 납치를 당해 온갖 수치와 모욕을 당하지만 결국 생명을 지켜 소기와 실질적 부부관계를 시작하게 된다.
'제왕업'은 기존의 중국 무협지에서 주로 본 것처럼, 거친 남성이 주인공이 아니라 부드러운 여성이 주인공이라 참신하게 느껴졌다. 소설에서 왕현은 심리전에 능하며, 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과연 그녀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제왕업' 하권을 통해 내용을 빨리 확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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