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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빨간지구 -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
조천호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3월
평점 :
지난 22일에 청와대는 NSC 회의를 주재하고 이후 한일간 지소미아를 파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청와대가 지난 8월 말에 발표한 것처럼 일본과의 지소미아를 파기하기로 강행했을 경우 맞이할 정치적 위험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이루어진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석 달간 한일간 지소미아 파기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라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일본은 지소미아 파기가 코앞에 다가오는 순간에도 수출규제를 철회할 그 어떤 눈곱만 한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일본은 실제로 변한 게 없는데, 지소미아 파기를 놓고 한국의 태도가 급격하게 변하게 된 것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의 급격한 방향 선회가 지소미아 파기와 관련된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한다. 특히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만약 한국이 미국의 압박을 무시하고 지소미아 파기를 강행한다면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를 철회한 것을 보면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로 불어올 미국 발 '퍼펙트 스톰'을 두려워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퍼펙트 스톰'은 원래 무슨 뜻일까?
조천호 전 국립과학기상원장이 쓴 '파란하늘 빨간지구'를 읽다 보니, 책에서 '퍼펙트 스톰'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었다. 저자는 '퍼펙트 스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원래 '퍼펙트 스톰'은 개별적으로 보면 위력이 크지 않은 태풍 등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하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갖게 되는 기상 현상을 의미했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를 예견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교 교수가 악재가 한꺼번에 밀려와 손쓸 수 없는 경제 위기를 이에 빗대어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이후 '퍼펙트 스톰'은 안 좋은 요소들이 겹쳐 최악의 상황이 닥친 경우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용어가 되었다." (146쪽)
'퍼펙트 스톰'은 그리 크지 않은 태풍이 여러 악조건을 만나며 최악의 상황을 야기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라고 한다. 사실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파기가 그렇게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지소미아 파기가 한일간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과 미국의 삼각동맹의 기둥을 뿌리째 뽑는 위험한 행동이며, 이러한 행동이 나중에 한국안보와 한국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퍼펙트 스톰'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었다. 나중에 역사에서 이 지소미아와 관련된 한국 정부의 행동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알지 못하나, 지금 당장은 '퍼펙트 스톰'을 피하기로 결정한 한국 정부의 행동이 이상적이라기보다는 다분히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내가 만약 '파란하늘 빨간지구'를 읽지 않았다면, 뉴스에서 '퍼펙트 스톰'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하더라도 그 단어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는 동안에 뉴스에서 연일 '퍼펙트 스톰'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니, 나는 이 단어에 더욱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파란하늘 빨간지구'는 날씨와 기상이 인간의 몸과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저자가 때로는 차가운 과학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뜨거운 인간의 시선으로 쓴 책이다. 일상 속에서 날씨와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을 통해 기상청이 왜 기상예보를 틀리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왜 기상청을 신뢰해야 하는지 배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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