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나인 - 9개의 거대기업이 인류의 미래를 지배한다
에이미 웹 지음, 채인택 옮김 / 토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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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AI 전문가인 에이미 웹이 쓴 '빅 나인'은 여러모로 내가 이 책을 처음 읽기 전에 가진 선입견을 깨준 책이었다. 나는 사실 이 책이 세계의 AI를 주름 잡는 빅 나인 즉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아마존(Amazon), 페이스북(Facebook), IBM, 애플(Apple),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의 독과점을 비판하는 책이라 생각했었다. 이제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 세계 그 어디든 이 빅 나인의 개입과 간섭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만 하더라도, 구글이 만든 크롬 웹브라우저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빅 나인의 독과점은 앞으로도 경계해야 될 심각한 문제는 틀림없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단순히 빅나인의 독과점을 문제 삼는 수준이 아니라, 이 AI의 미래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결국에는 우리가 지금껏 누려온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까지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AI를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한단 말인가? 그것이 과연 가능하단 말인가?

이 책에서는 AI와 관련된 세 가지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첫 번째 제시되는 시나리오는 낙관적 시나리오이고, 두 번째 제시되는 시나리오는 실용적 시나리오다. 마지막으로 제시되는 세 번째 시나리오는 '런공지넝의 시대' 즉 파국적 종말의 시나리오다. 그 시나리오는 중국 공산당이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AI 기술을 가지고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통치하는 것이다. 사실 이 파국적 시나리오를 책으로 보면 AI의 결말이 단순히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수준이 아니라, 사람들의 자유를 빼앗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에 조금 놀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라 현재 중국과 홍콩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중국 공산당은 자신의 영속적인 통치를 위해 지금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금의 현실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AI는 앞으로도 중국 공산당을 위해 충실하게 봉사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벌어질 일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어떤 폭탄보다 더 위협적이다. 폭탄은 즉각적이고 정확하다. AI에 의한 폐해는 느리고 막을 수 없다. 아이들이 눈앞에서 숨을 거둬도 속수무책이다. 동료들이 책상 앞에서 쓰러지는 걸 보면서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당신은 현기증을 느낀다. 마지막 숨을 빠르고 얕게 들이쉰다. 미국의 종말이다. 미국 동맹국의 종말이다. 민주주의의 종말이다. 런공지넝 왕조의 즉위, 그것은 잔인하고 돌이킬 수 없으며 절대적이다." (279쪽)

현재 전 세계에는 크게 두 가지 흐름의 AI가 존재한다. 첫 번째 흐름은 미국식 AI이고, 두 번째 흐름은 중국식 AI이다. 미국식 AI는 더 나은 경제를 만들기 위해 존재하고, 중국식 AI는 더 나은 통제를 위해 존재한다. 지금 AI의 현주소는 바로 경제와 통제 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식 AI가 나아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문득 '홍익인간'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라는 '홍익인간'의 정신이야말로 앞으로 한국식 AI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닐까? AI가 자본의 불평등을 가속화하는 도구도 아니고, 인간을 향한 전방위 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도 아닌 모든 인간을 이롭게 하는 도구로서 쓰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홍익인간 AI가 아닐까?

AI의 미래는 근본적으로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있다. 결국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기'위해서 인류는 다시 인문학과 신학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문학과 신학을 통해 인간의 인간 됨이 무엇인지 근원에서부터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 #인공지능 #AI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IBM #애플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빅나인 #에이미웹 #토트 #thebignine #AI #인공지능 #중국 #미국 #공산당 #미래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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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지식문화사 - 세상 모든 지식의 자리, 6000년의 시간을 걷다
윤희윤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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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없으면 신은 침묵하고, 정의는 잠자며, 자연과학은 정체되고, 철학은 불구가 되고, 문학은 벙어리가 되며, 모든 것은 키메리안의 어둠 속에 묻힌다." (바르톨리니)

덴마크 의사 바르톨리니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하는 윤희윤 교수의 '도서관 지식문화사'는 책의 어느 한 쪽도 버릴 부분이 없는 참으로 알찬 책이다. 이 책은 일단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나 도서관에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고, 혹시 책을 사랑하지 않고, 도서관에 자주 가지도 않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 도서관을 바라보는 관점이 새롭게 바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는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놀랄 수 있다. 첫 번째로 독자는 아마도 이 책의 깊이에 놀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도서관의 역사를 다루며 신아시리아 제국(기원전 934~609년)의 아슈르바니팔 왕립 도서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구약성경에 '앗수르'라고 등장하는 신앗시리아 제국에 이러한 도서관이 있는 지도 몰랐는데 저자는 이 아슈르바니팔 도서관이 그 당시 신전 도서관, 왕립 도서관, 개인 도서관으로서의 중추적 역할을 감당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세계를 호령한 신앗시리아 제국뿐 아니라 바벨론, 이집트, 그리스, 로마와 같은 제국들은 모두 그 당시 세계 최고의 도서관을 각각 소유하였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세계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도서관이 국력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책과 도서관을 하찮게 여긴 나라치고, 오래 간 나라를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독자는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며 이 책의 넓이에 놀랄 것이다. 아무래도 공공 도서관의 역사는 동양보다는 서양의 역사가 훨씬 더 길기에 도서관의 역사를 쓰다 보면 불가피하게 서양의 역사 특히 서구 유럽의 역사에 지면을 많이 할애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그런 서구 유럽 중심의 도서관사를 탈피하고자 노력하며 이슬람 지역과 동아시아 지역의 도서관 역사를 이 책에서 많이 소개한다. 만약 이 책에서 이슬람 지역의 도서관 역사를 서술하지 않았다면 나는 과거 이슬람교가 얼마나 책을 숭상하고 도서관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잘 보존하는 문화를 가졌는지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자칫 서구 유럽 일변도의 도서관사를 탈피하고자 이 책에서 최대한 넓게 다양한 지역과 나라의 도서관 역사를 다루고자 애썼다.

마지막으로 독자는 한국도서관의 현주소에 대한 저자의 비판에 많은 부분 공감할 것이다. 부천으로 최근에 이사 오고 나서 나는 집 근처 역곡도서관을 자주 이용한다. 역곡도서관은 원미산 기슭에 지어진 신축 도서관으로서 깔끔한 외관과 쾌적한 내관을 자랑한다. 그런데 하드웨어로서의 역곡도서관은 나무랄 데 없지만, 소프트웨어로서의 역곡도서관은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역곡도서관이 아무리 신축이어도 결국 그곳을 이용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곳에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준비하는 '시험'의 종류는 다양하다. 대학생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공시생은 공무원시험, 취준생은 취업준비 등 '시험'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 사람들이 앉아있는 책상을 지나가면 이곳이 도서관이라기보다는 그저 노량진 입시학원의 독서실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내가 도서관을 들락날락하며 느끼는 이러한 문제의식은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문제의식과 궤를 같이 한다.

"한국 공공도서관의 가장 큰 효용 가치는 '수험생을 위한 독서실'이다. 현재 도서관 열람실은 독서실처럼 운영되고 있고, 문화프로그램은 주입식 교육으로 변질했다. 공공도서관의 의미가 책이 있는 문화 공간보다 대형 독서실이라는 느낌이 강하다라는 비판에 도서관계는 침묵한다. 게다가 도서관 스스로 민원의 온상인 독점형 일반열람실을 유지함으로써 도서관은 곧 취업 준비 장소임을 사회에 각인시킨다." (397쪽)

도서관에서 사람들이 주로 시험을 준비하는 경향은 단지 역곡도서관의 문제는 아니다. 이는 내가 전에 거주했던 관악구의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관악도서관에 가보면 저자가 이 책에서 비판했던 것처럼 한 층 전체가 시험공부를 위한 독서실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시험을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일 자유롭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이야말로 최고의 공부 장소 일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한국의 공공도서관이 시험 준비 장소로만 머무는 것은 처음 도서관이 건립되었을 때의 그 거창한 이념과 목표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공공도서관은 앞으로도 이렇게 거대한 독서실로만 머무는데 만족할 것인가? 사람들이 책상 앞에서 건조하고 삭막하게 문제집만 푸는 도서관에서 역설적으로 책의 향기를 맡으며 책을 읽는 게 때때로 어색하게 느껴진다. 결국 공공도서관을 짓는 것은 공공기관의 몫이지만, 그것을 온전히 완성하는 것은 시민의 몫이라 할 수 있다. '도서관 지식문화사'를 다 읽었다고 해서 도서관에 대한 질문을 멈추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더 좋은 도서관, 더 온전한 도서관 그리고 더 아름다운 도서관은 시민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스스로 질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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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는 명함을 돌리지 않는다 -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도 일과 인생이 성공하는 핀포인트 인간관계 법칙
라이언 다케시타 지음, 정은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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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된 시대에는 변화된 인간관계 공식이 필요하다. 변화된 시대에 과거의 인간관계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시대에 뒤떨어져 사람들과의 소통은 더욱더 멀어질 뿐이다. '스탠퍼드는 명함을 돌리지 않는다'는 일본의 언론인 라이언 다케시다가 쓴 책으로서, 변화된 시대에 어떤 인간관계 공식이 필요한지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새로운 인간관계 공식은 핀포인트 인간관계 법칙이다.

핀포인트 인간관계 법칙은 넓고 얇은 인간관계가 아닌,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일곱 사람이 그려져 있지만, 단 한 사람에게만 핀포인트가 비추어져 있다. 핀포인트 인간관계는 과거처럼 수많은 명함을 돌리며 무분별하게 인맥을 확장하기 보다 나에게 필요하고 잘 맞는 사람과 선택적으로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장은 '지금 당신의 일터는 변하고 있다', 2장은 '핀포인트, 좁고 깊은 인간관계의 힘, 3장은 '스탠퍼드에서 배운 핀포인트 인간관계의 기술', 4장은 '핀포인트 인간관계로 영향력 있는 조직을 만드는 법'이라는 제목이 각각 붙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라이언 다케시타는 평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사람들을 만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그러던 그가 미국 실리콘밸리와 스탠퍼드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니, 그들은 일본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고 인간관계를 맺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과 업무적으로나 성격적으로 잘 맞는 사람들과 주로 어울리며 그들과의 협업과 창업을 통해 행복하게 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러한 저자의 핀포인트 인간관계 법칙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이다.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로 매우 힘들어한다. 이 직장을 계속 다닐지, 안 다닐지를 결정할 때 회사의 간판이나 연봉보다는 매일 얼굴을 맞대고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 동료와의 관계가 직장인들에게 더 중요하다고 한다. 인간관계에 대한 나름대로의 원칙과 기준이 있을 때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로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본인에게 성장에 대한 자극을 주는 사람을 만나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이런 혁신이 1.1배 정도의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1.1배라면 내일 10퍼센트 더 성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루도 빼지 않고 매일 꾸준하게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이 쌓여 언젠가는 2.0배, 3.0배 더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인생 자체가 변하지 않을까. 나는 핀포인트 인간관계로 1.1배 정도의 개혁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애쓴다. 매번 하던 방식을 고수하면서 왜 일이 잘 안되지라며 고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변화를 시도하며 조금씩 바꿔나가려는 사람들 말이다. 비록 소수라도 이런 사람과 교류하면 타인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자극을 받을 수 있고, 덩달아 우리 자신도 변할 수 있다." (158쪽)

나는 여태껏 수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냈지만, 과거의 추억팔이식 만남보다는 나에게 얼마나 큰 지적, 영적 도전을 주는 지가 그 사람과 계속 관계를 이어나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동창회나 홈커밍데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곳에서는 내가 특별히 도전받을 게 없기 때문이다. 핀포인트 인간관계를 모든 사람이 모든 직종에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삶에 새로운 인간관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의 여러 조언들이 실질적 도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인간관계 #스탠퍼드는명함을돌리지않는다 #라이언다케시타 #인플루엔셜 #핀포인트인간관계 #실리콘밸리 #동창회 #명함 #직장 #회사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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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디모데 - 지금 여기, 초대교회를 살아가는 위그노의 후예들
방선기.신광은 지음 / 두란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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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17년에 수업의 일환으로 종교개혁지 답사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종교개혁지 답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소 중에 하나는 바로 박해받은 위그노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프랑스의 ‘광야박물관’이었다. 나는 개혁교회의 후손인 위그노가 그 당시 프랑스 당국의 박해를 받으며 산과 들로 도망 다니면서도 성경을 버리지 않고 성경을 깊이 사랑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필자는 그 당시 광야박물관에서 위그노 십자가 목걸이를 사서 한동안 목에 걸고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는 한동안 광야박물관의 감동을 잠시 잊고 지냈는데, 방선기 목사와 신광은 목사가 공저한 ‘미션디모데’의 프롤로그에서 광야박물관 이야기가 나와서 너무나 반가웠다. 프랑스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미션디모데라는 교회가 바로 광야박물관 근처에 본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미션디모데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단체지만 그들의 전통과 문화는 위그노의 전통을 고스란히 계승하는 것으로 보인다.

방선기 목사와 신광은 목사는 프랑스의 미션디모데라는 공동체를 약 10년 전에 처음 만나고 이 공동체를 한국교회에 처음 소개해야겠다는 목적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필자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미션디모데라는 공동체에 대해서는 잘 들어보지 못했었다. 프랑스의 떼제(Taize)는 너무나 유명한 신앙공동체지만, 미션디모데라는 공동체는 처음 이름만 들었을 때는 어떤 공동체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미션디모데는 파라처치와 로컬처치의 장점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교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선교단체를 파라처치라고 하는데, 파라처치는 선교라는 분명한 목적성을 띤 신앙 공동체를 일반적으로 가리킨다. 그래서 파라처치는 한 곳에만 있지 않고 연합체로서 선교를 목적으로 각지에 흩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미션디모데 역시 기본적으로 로컬처치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34개의 지역교회들이 연합하여 파라처치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미션디모데는 로컬처치이면서 파라처치와 같은 구조를 가진 상당히 독특한 교회인 것이다.

미션디모데의 가장 중점적인 사역은 디모데 쉼터를 통한 환대사역이다. 이 디모데 쉼터는 ‘아꺼이’(Accueil)라고 부르는 사회적 약자들을 환대해 그들에게 잠자리와 음식과 사랑을 아낌없이 제공한다. 이 디모데 쉼터에서 ‘아꺼이'는 사랑받고 환영받는다는 느낌을 받으며 과거의 중독과 상처에서 복음으로 서서히 회복된다. 미션디모데는 신학적으로는 상당히 보수적이지만, 실천적으로는 상당히 급진적인 신앙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그들이 읽은 성경말씀 그대로 이웃사랑을 삶에서 실천하려 노력한다. 즉 미션디모데에게 예배와 일상과 선교는 분리되지 않는 온전한 하나인 것이다. 이러한 미션디모데의 사역에서 필자는 초대교회의 원형을 조금이나마 발견할 수 있었다.

이미 수 천년의 시간이 흘렀기에, 한국교회가 초대교회의 원형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초대교회가 지향했던 그 핵심가치를 오늘날 한국교회가 구현하는 것은 가능할지 모른다. 아직 설립 된지 50년 밖에 되지 않은 미션디모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완전무결의 신앙공동체는 아니다. 그러나 미션디모데는 세속화된 프랑스 사회에서 복음의 가치에 집중하는 신앙공동체를 생동감 있게 구현했다. 아직 한국교회에 미션디모데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한국교회와 미션디모데 간의 상호 교류가 더욱더 활성화되길 기대해본다.

#미션디모데 #초대교회 #위그노 #개혁교회 #칼빈 #두란노 #Calvin #reformedchurch #아꺼이 #환대 #떼제 #프랑스 #MissionTimothee #초대교회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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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 고민이 너무 많아서, 인생이 너무 팍팍해서
고바야시 쇼헤이 지음, 김복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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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019년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일본 작가 야마구치 슈가 쓴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란 책이 높은 순위를 오랫동안 차지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저자는 50명에 가까운 철학자들의 핵심 철학을 소개하며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철학의 가치에 대해 역설한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콘셉트의 책이 최근에 쌤앤파커스에서 또 한 권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일본 작가 고바야시 쇼헤이가 쓴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라는 책이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와 비교했을 때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는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실제로 두 책에서 소개하는 철학자들이 대부분 겹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아리스토텔레스, 한나 아렌트, 사르트르, 막스 베버, 미셸 푸코 등의 철학자들이 두 책에 모두 소개되어 있다.

사실 야마구치 슈와 고바야시 쇼헤이는 모두 직업 철학자는 아니다. 그들이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철학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깊이 있으면서도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는 책을 쓸 수 있었을까? 나는 그것을 일본인 특유의 실용주의에서 찾고 싶다. 일본인 작가가 쓴 책을 보면 실용주의 사고가 몸에 밴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와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는 상아탑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 철학자들의 철학이 어떤 유용성이 있는지 차근차근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단지 철학을 위한 철학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 대신 그들은 철학을 통해 얻게 될 실질적 이득에 관심이 있다. 실제 삶과는 가장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철학에서도 삶의 유용성을 찾는 일본인의 실용주의는 때때로 한국인에게 큰 자극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는 철학책이지만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아침에 지하철 탈 때 처음 읽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올 때에 다 읽었다. 이 책에 소개된 25명의 철학자가 내놓는 문제의 해결책은 대부분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철학의 알짬이 오롯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왜 항상 시간에 쫓기면서 사는지 모르겠어요'라는 질문에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인간은 홀로 농밀한 시간을 살면서 자유로워야 하는 존재이다'라고 답변한다. 이 앙리 베르그송의 답변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는 '시간과 자유의지'라는 앙리 베르그송의 박사학위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이다.

'생각하면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철학을 통해 사유의 틀을 확장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더욱더 풍성한 깊이와 넓이를 가진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쉬운 철학 입문서를 찾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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