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베크는 몸을 곧추세웠다. ‘경찰관에게 필요한 세 가지 중요한 덕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는 속다짐을 했다. ‘나는 끈질기고, 논리적이고, 완벽하게 냉정하다. 평정을 잃지 않으며, 어떤 사건에서든 전문가답게 행동한다. 역겹다, 끔찍하다, 야만적이다, 이런 단어들은 신문기사에나 쓰일 뿐 내 머릿속에는 없다. 살인범도 인간이다. 남들보다 좀더 불운하고 좀더 부적응적인 인간일 뿐이다.’ p. 88
따지고 보면 점술이란 결국 덕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록 일회용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해주고, 어려운 순간을 넘길 자신감을 주고, 간단하지 않은 갈등을 바라보도록 돕는다는 면에서.어쩌면 점술자의 적중 능력이라는 것도 이러한 덕담적 가능성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한 부차적인 알리바이일 뿐, 그 자체가 핵심은 아닐지도 모른다. p. 237
사실이다. 비비언은 무엇을 택하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사람이었지만, 그녀는 정부 각료가 되는 것에도, 경찰 국장, 칙선 변호사(영국 최고 등급의 법정 변호사./ 옮긴이)에도 관심 없었다. 그녀는 엄마와 할머니로 불리면 족하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직업을 가진 여자는 운이 좋으면 일주일에 닷새를 자기를 칭찬해 주고 존경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지. 하지만 가족을 평생 직업으로 삼은 여자는 자기를 칭찬해 주고 존경해 주고 또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평생을 보낼 수 있단다. 그 무엇과도 비교가 안 돼. 내 어머니는 평생 직업을 가져 본 적이 없으셨다. 만약 어머니에게 직업이 있었다면 나는 결코 좋아하지 않았을 거야.” 그녀는 말했다. p. 170
살인 사건 수사라고 해서 지레 겁이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범죄자는 학교의 좀도둑이든 산속의 사슴 밀렵꾼이든 모두 똑같기 마련이었다. 누가 범인인지 알고 싶다면 말을 걸고 질문을 던지고 대답에 귀를 기울이고 관찰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p. 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