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지만 여자라서, 노인이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보다 그들을 통해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요. 조금이라도 보통에서 벗어나면 ‘특이‘가 되어버리는 건 요상합니다.˝—뼈와피와살 작가 후기여성서사는 여성서사 보다 더 큰 보편성을 지향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명랑만화 분위기인데, 거기에 더해 주인공을 아주 빈번히 이등신 개그 캐릭터로 상상하게 된다. 과장된 낙천성과 덤벙거림의 ‘못 말리는’ 귀여운 캐릭터.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인물들은 그런 주인공의 캐릭터성을 즐기고 뒷받침 해준다. 주인공과 함께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만화 속 인물 같다. 그와중에 직장생활의 디테일(혹은 실재하는 가수의 노래나 구체적인 브랜드 노출)을 제시하며 현실성을 가까스로 유지시킨다. 대부분의 분량은 직장생활 하는 사회초년생의 모습을 모에화 하기 위한 현실도피적인 목적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마지막에 가서는, 그런 초년생의 모습을 정면 비판하며 이야기의 톤을 뒤집어 버린다. 비판이 너무 뼈아파서 애초에 이것이 목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자신과 주변을 모에화 하며 외면하고 있는 어른들의 진실을 지적한다. 에필로그 속에서 주인공은 여전히 모에화를 멈추지 않지만, 이전의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은 사라진다. 고단한 현실을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자양강장제를 마시듯이 모에화를 한다. 그 맛은 이전만큼 달달하지 못하다. 오히려 조금 씁쓸하다. 산포는 여전히 산포지만 이전의 산포와는 다르다. 조금 더 성장한 것이다. 자신을 모에화 하며 현실도피의 목적을 위해 (제목과 표지에 속아) 이 책을 든 사람이 있다면 그도 또한 성장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