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 - 창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민 해결 프로젝트
에릭 메이젤 지음, 안종설 옮김 / 심플라이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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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은 작가가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또렷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대부분의 소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작가는 몇 년에 걸쳐 다섯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가 아홉 걸음을 후진해 원점으로 돌아오는 롤러코스터를 수없이 경험해야 한다. 처음부터 그런 사태가 생길 줄 알았다면, 그래도 그 롤러코스터에 몸을 맡겼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p.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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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 세계 지구종말 시리즈 3
J. G. 밸러드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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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바로크풍 그림과 건축물뿐만 아니라 진귀한 보석들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매력을 발산하는 것도 바로 그와 같은 시간의 선물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와 같은 예술품들의 복잡한 깃장식과 소용돌이 무늬는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주위의 시간을 보다 더 많이 끌어모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성 베드로 성당이나 님펜부르크 궁전에서는 그곳에 감도는 영원성을 분명하게 감지할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0세기 건축물은 장식 없이 단순한 직사각형 외관이 특징이며, 유클리드의 단순한 시간과 공간 개념을 반영한 결과물이자 신세계의 산물이다. 이 건축물들은 미래의 발판을 굳건히 마련했다는 자부심만 과시할 뿐, 고대 유럽 사람들의 정신을 장악했던 인간의 숙명, 즉 죽음에 대한 고뇌를 전혀 표현하지 않는다. p. 260-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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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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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좋게 출발해도 세상이 그들을 비열하게 만든다. 세상은 시작부터 비열하고 날마다 더 비열해진다. 죽음만을 꿈꿀 때까지 당신을 부려먹는다. p. 328-329

세상은 비열해도 사람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그러기로 선택하지 않는 한. p.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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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친 짐승 - 잃어버린 사랑 할란 엘리슨 걸작선 3
할란 엘리슨 지음, 신해경.이수현 옮김 / 아작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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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대중의 의지를 따르지.” 리나가 말했다.
“그 말을 믿어야 한다는 게 싫군.” 셈프가 재빨리 대꾸했다. p.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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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
전건우 지음 / 엘릭시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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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
마실 나온 노인네처럼 운전하는 앞차에다가 경적과 하이빔을 먹여준 다음 차선을 바꿔 가속페달을 밟았다. 쏘나타가 앓는 소리를 냈지만 발을 떼지 않았다. 속력을 줄이면, 끝도 없는 불안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속도계가 140을 가리켰다. 차체가 떨렸다. 한여름의 찬란한 풍경이 휙휙 지나갔다.
그때도 여름이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모기가 몸을 불려가던 칠월. 여름방학, 수영, 서리, 저수지, 비밀 아지트, 독수리 오형제, 그리고.......
내 인생을 바꿔놓았던 1991년 여름,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

어른이 된 주인공이 잊고 있던 어린시절을 떠올리는 초반 부분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던 주인공이 속도를 높이면서 시속 140을 육박하고,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어린시절 기억이 이어진다.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어 찾아보니 시속 141킬로가 88마일이었다. 88마일은 영화 <백 투 더 퓨쳐>에서 타임머신 ‘드로리안‘이 작동하는 속도다. 의도한 게 아닐 수도 있지만 재미있는 디테일이라고 생각했다.

,

능숙하게 소재와 플롯을 다루는 솜씨 좋은 작가이다. 아주 안정적이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이런 류의 ‘스티븐 킹스러운‘ 이야기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어느 시골로 구조를 거의 그대로 옮겨와서 이식했고, 그 이식은 꽤나 성공적으로 보인다.
단지 그 이상의 새로움이나 재미가 없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예측가능하고 읽는 내내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떨칠 수가 없다. 등장인물들은 뻔한 말을 하고 뻔한 반응을 보이며, 문장은 상투적인 표현을 쏟아낸다. 잘 읽힌다는 말은 그래서 칭찬이 아닐 수도 있겠다.
이 정도로 능숙하게 이야기를 엮는 사람이 그 자리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아주 많은 새로움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조금이라도 새롭기를 바랐고 최소한 뒤틀기라도 해서 변주를 느끼기만 해도 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까지 그런 건 없었다.

재밌고 익숙한 요소들이 많은데, 그 요소들이 헐겁게 배치 되어있다. 죽음을 찍는 사진작가, 독수리오형제와 남박사, 20세기소년 혹은 기묘한 이야기, 저수지에 나오는 물귀신, 빙의와 퇴마...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요소들 사이의 연관성이 부족한 편이다. 하나의 의도를 가지고 요소들이 선별됐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재미 요소가 적당히 나열되어 있는 느낌. 그래서 반드시 그것이야만 했다는 필연성은 느낄 수 없다. 구실을 위한 구실이고 배치를 위한 배치다. 그래서 마지막에 주제의식도 드러나긴 하지만 인상적이진 않다.

수많은 레퍼런스들로 인해 톤앤매너가 휙휙 바꾸는 것도 문제다. 일본 만화에서 미국 소설로, 일본 공포 영화에서 헐리우드 공포 영화로.. 서로 다른 매체들은 리얼리티를 다루는 방식과 기준이 모두 다르다. 그런데 그걸 작가의 편의에 의해 한 작품 안에서 바꿔버린다면 그건 능숙함을 가장한 게으름에 다름 아니다. 필요에 의해서 이야기의 결이 교체되는 느낌이었다. 잡탕처럼 막 뒤섞여 있는데 이 이야기만이 가져야할 분위기는 정작 느끼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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