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서툴고, 내면적으로 요동치는 화자들이 등장한다. 그들에게는 필연적으로 이상화 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연민할 때조차 그 타자는 완전히 연민할만한 무결한 존재다) 쇼코나 순애언니, 한지, 미진 선배 같은 이들이 그런 이들이다. 화자 본인은 상처입고 불완전한 인간인데 반해, 타자에게 너무 고결함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이 어두운 버전의 오스카 와일드를 읽지 않고 그의 작품세계를 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 스스로 늘 외면했던 나머지 절반의 세계가 채워지기 때문이다.처음에는 분명 그의 연인에게 보내는 고통과 회한의 편지였지만, 어느 순간 그저 자신의 예술관을 스스로에게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삶의 밝은 부분(예술)이 고통이라는 어두운 부분(종교)과 만나 화해하고 하나가 된다. 예수는 고통의 왕이자 최고의 예술가가 된다. 하지만 오스카 와일드가 예수를 닮았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그는 오히려 삼손에 가깝다. 그리 될 줄 알았으면서도 연인 때문에 몰락하기를 선택하는. 그리고 무엇보다 당대의 최고 슈퍼스타였다는 면에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