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작품들의 완성도가 많이 떨어져서 깜짝 놀랐다.<캡틴 그랜마, 오미자>는 손 가는 대로 쓴 작품같다. 주제나 빌런, 결말 모두 이야기 흐름에 따라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느낌이 강하다. 좋게 보면 의외의 전개이고, 나쁘게 보면 짜임새가 헐거워 보인다.<서프 비트>와 <메타몽>은 설정이 용두사미가 된 경우로, 끝에 가서는 처음의 설정이 큰 의미가 없어진다.<서프 비트>는 청소년물 특유의 감수성으로 뭉뚱그리며 마무리 한다면, <메타몽>은 나이브한 해피엔딩으로 뭉뚱그린다.<천 개의 파랑>에서도 그랬지만, 천선란 작가는 누군가의 죽음에서 오는 슬픈 감정으로 작품을 마무리 짓는 경향이 있는 듯. 이번 작품의 경우는 그 슬픔이 좀 더 갑작스럽고 그것이 가져야 할 필연적인 의미가 부족해 보였다. 엔딩을 맺기 위한 슬픔 같은 느낌.<메타몽>의 경우는 후반부가 너무 뻔해 문장들이 아무런 인상도 남기지 못한다. 그 초능력자들은 왜 모였어야 했을까. 모든 게 기능적이다. 제대로 된 안타고니스트가 없다는 게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고보면 앞의 세 작품 모두 부족한 서사를 감정으로 만회하려한 것 같다.<피클>도 용두사미의 혐의가 짙지만, 적어도 초능력을 뻔하지 않게 그리는 데 성공한다. (뻔하지 않은 초능력은 단순히 아무 말이나 갖다붙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구성도 감각적이고, 연속해서 일어나는 반전도 매력있었다. 후반부로 가면서 초능력의 범위가 너무 넓어지면서 긴장감이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 앞의 두 작품들도 그렇고 세계관의 규모를 통제하지 못한 마무리가 아쉽다. 초능력이 너무 흔해져버려 임팩트가 사라진다.의외로 가장 재밌게 본 건 <사랑의 질량 병기>다. 자칫 불쾌감만 줄 수 있는 소재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설득하는 힘이 있었다. 무엇보다 많이 웃겼다. 글로 웃음을 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젊은 장르 작가들이 재치 있는(혹은 그런 척하는) 문장들로 얄팍한 유머 방식을 취하는 데 비해 이 작품은 잘 만들어진 상황 설정에서 웃음을 유발했기에 안정적이었다. 마무리까지 짜임새 있게 나아갈 수 있었던 힘은 바로 그런 탄탄한 상황 설정 때문이 아니었을까. 다른 작품들에서 볼 수 없었던 미덕이었다.그런데 이 정도면 ‘슈퍼히어로‘라기 보다는 ‘초능력‘ 앤솔로지가 아닐까. 애당초 주최측의 슈퍼히어로에 대한 정의가 모호했던 게 아닐까 싶다. 어떤 작품들은 ‘슈퍼히어로‘의 요소를 억지로 우겨넣고 있기도 하다.알량한 블로그(http://blog.naver.com/bouvard)
자극적이지 않은 게 미덕인 우아한 환상 문학. 작가는 스산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 조성에 공을 들인다. 인물들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꽁꽁 숨기는 데서 서스펜스와 공포가 생기는데, 그런 면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부부 사이에서 특히 도드라진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미스터리를 슬쩍 내보이는 편. 그래서 수록작들 중 가장 직접적이었던 <충만한 삶>이 좋았던 건지 모르겠다.
글의 결론보다, 결론에 이르는 저자의 지적 과시, 혹은 지적 생각의 흐름이 더 중요해 보인다. 때문에 모든 챕터의 결론이 굉장히 초라하거나, (교훈적이라는 의미에서)따분하거나, 조금은 꼰대스럽다. 미래를 내다보는 결론들이 특히 그런데, 과거(고전)에 얽매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만약 미래는 과거의 반복이라고 가정한다면 우선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다. 하지만 세상과 인생은 변곡점과 특이점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함정으로 가득하다. 과거는 미래에 대한 힌트는 될 수 있겠지만, 미래는 언제나 반복성과 랜덤의 조합이다. // -본문 중에서주제와 함께 제시된 미술 작품들도 그 연결이 억지스러울 때가 많다. 장식이나 과시에 머무르는 느낌. (표지와 삽입된 그래픽은 세련됐다) 저자의 지적인 유희에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것이 독자의 지적 유희와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