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마이너리티 히어로 안전가옥 앤솔로지 6
범유진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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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작품들의 완성도가 많이 떨어져서 깜짝 놀랐다.

<캡틴 그랜마, 오미자>는 손 가는 대로 쓴 작품같다. 주제나 빌런, 결말 모두 이야기 흐름에 따라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느낌이 강하다. 좋게 보면 의외의 전개이고, 나쁘게 보면 짜임새가 헐거워 보인다.

<서프 비트>와 <메타몽>은 설정이 용두사미가 된 경우로, 끝에 가서는 처음의 설정이 큰 의미가 없어진다.
<서프 비트>는 청소년물 특유의 감수성으로 뭉뚱그리며 마무리 한다면, <메타몽>은 나이브한 해피엔딩으로 뭉뚱그린다.
<천 개의 파랑>에서도 그랬지만, 천선란 작가는 누군가의 죽음에서 오는 슬픈 감정으로 작품을 마무리 짓는 경향이 있는 듯. 이번 작품의 경우는 그 슬픔이 좀 더 갑작스럽고 그것이 가져야 할 필연적인 의미가 부족해 보였다. 엔딩을 맺기 위한 슬픔 같은 느낌.
<메타몽>의 경우는 후반부가 너무 뻔해 문장들이 아무런 인상도 남기지 못한다. 그 초능력자들은 왜 모였어야 했을까. 모든 게 기능적이다. 제대로 된 안타고니스트가 없다는 게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고보면 앞의 세 작품 모두 부족한 서사를 감정으로 만회하려한 것 같다.

<피클>도 용두사미의 혐의가 짙지만, 적어도 초능력을 뻔하지 않게 그리는 데 성공한다. (뻔하지 않은 초능력은 단순히 아무 말이나 갖다붙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구성도 감각적이고, 연속해서 일어나는 반전도 매력있었다. 후반부로 가면서 초능력의 범위가 너무 넓어지면서 긴장감이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 앞의 두 작품들도 그렇고 세계관의 규모를 통제하지 못한 마무리가 아쉽다. 초능력이 너무 흔해져버려 임팩트가 사라진다.

의외로 가장 재밌게 본 건 <사랑의 질량 병기>다. 자칫 불쾌감만 줄 수 있는 소재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설득하는 힘이 있었다. 무엇보다 많이 웃겼다. 글로 웃음을 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젊은 장르 작가들이 재치 있는(혹은 그런 척하는) 문장들로 얄팍한 유머 방식을 취하는 데 비해 이 작품은 잘 만들어진 상황 설정에서 웃음을 유발했기에 안정적이었다. 마무리까지 짜임새 있게 나아갈 수 있었던 힘은 바로 그런 탄탄한 상황 설정 때문이 아니었을까. 다른 작품들에서 볼 수 없었던 미덕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면 ‘슈퍼히어로‘라기 보다는 ‘초능력‘ 앤솔로지가 아닐까. 애당초 주최측의 슈퍼히어로에 대한 정의가 모호했던 게 아닐까 싶다. 어떤 작품들은 ‘슈퍼히어로‘의 요소를 억지로 우겨넣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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