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내는 것 자체가 목적인 책 같은 느낌. 브런치를 통해 나온 수많은 글들과 비슷하다. 소소한 일상을 말하다가 소재가 떨어지면 결국은 회사 생활에 대한 통찰과 가족사를 늘어놓는다. 익숙한 패턴이다.특별해 보이는 제목과는 점점 멀어진다. 재밌는 에세이는 남다른 개성이나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작가를 꿈꾸는 직장인들의, ‘거기서 거기인‘ 이야기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호손 박사는 작은 변두리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높은 지성과 세련된 매너를 가진 사람이다. 의사인 그가 마을의 강력 사건을 도맡는 이유도 그런 우월한 위치 때문이다. 초반에는 마을에서 유일한 자동차 소유자로 나온다. 하지만 마지막 에피소드에 이르면 마을에는 영화 촬영을 위해 비행기가 들어온다. 자동차는 흔해진 이후다. 영화제작자는 어리숙한 시골 의사를 구하기 위해 호손을 택한다. 그는 더 이상 우월한 존재가 아니다. 마을은 급격한 현대화를 맞이하는 중이다. 마을과 캐릭터가 독자와 함께 시간을 지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당대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디테일도 살아있다.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편안하고 친근한 마음으로 읽게 되는 데는 그런 면에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박사가 사건을 해결할 거란 믿음 때문이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