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1.여름호 - 70호
계간 미스터리 편집부 지음 / 나비클럽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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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자기 취향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탐구라고 생각했을 때, 계간 미스터리는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가 뭔지 찾아가게 해주는 차림표 같은 존재다.
‘이건 무슨 맛일까?‘ 궁금해 하면서 메뉴 하나하나를 맛 본다. 그리고 조금씩 내가 좋아하는 맛을 깨달아간다.

나는 정통 추리가 아닌 미스터리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정통 추리라고 해도 범인이나 탐정의 감정선을 쫓아가는 게 즐거웠다. 단순히 트릭을 알아채고 정답을 맞추는 행위에는 별다른 흥미가 없었다. 마지막에 문제를 내미는 작품이라면 나는 곧장 답안지부터 찾아보는 독자였다.

각각 유튜버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를 다룬 「키모토아엑시구아」와 「윌리들」이 인상 깊었다.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 「백만 년의 고독」까지 놓고 보면 살인사건에만 집중할 것 같은 미스터리 작가들이 동시대 문제를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느껴진다. (「윌리들」을 쓴 한새마 작가는 작년 가을겨울호에서 「어떤 자살」이라는 정통적인 밀실 미스터리로 기억하고 있었기에 더 흥미로웠다)

부동산 특집 글들이 너무 짧은 글에 담기에 방대한 내용이었기에 아쉬웠고, 초단편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없는 것도 이번 호의 슬픈 점 중 하나다.
하지만 다양한 단편의 묘미와 리뷰, 비평, 작법 어느 하나 흥미롭지 않은 게 없었다. 미스터리 커뮤니티 하우미를 알 게 된 것도 좋았다.

미스터리에 푹 빠지는 기분에 행복한 독서였다.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독자가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께 한번은 권하고 싶은 잡지다. 분명 이 중에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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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9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09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계간 미스터리 2021.여름호 - 70호
계간 미스터리 편집부 지음 / 나비클럽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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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의 다양한 스펙트럼. 이 중에 맘에 드는 게 하나 정도는 있겠지. 부동산 특집은 방대한 내용을 얼마 안 되는 지면에 담느라 너무 빈약해졌다. 아쉬운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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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문법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소준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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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물 이야기로 지루하지 않게 풀어보려 했지만 기본적으로 보고서에 가깝기 때문에 꽤 딱딱하다. 덮어놓고 모른 척 할 수만은 없는 재활용품수집노인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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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서소 씨의 일일
서소 지음, 조은별 그림 / SISO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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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의 에세이는 무슨 말을 늘어놓든 귀기울여 듣게 되는 면이 있다. 에세이 아닌 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유명세가 중요한 요소임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유명인이 아닌 사람의 에세이는 어떠해야 할까. 자아가 많이 투영되는 에세이의 특성상 정말 독특한 발상과 개성이 묻어난다면, 그래서 주워담을 문장들이 많다면 재밌게 읽을만한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유명인이 아닌 서소씨의 에세이는 조금 다른 노선을 취한다.
첫 이미지는 참 좋다. 예기치 못하게 일을 쉬게 된 직장인의 고즈넉한 일상. 그런 도입이라면 뒤이어 이어지는 내용은 회사일을 뒤돌아 본다든지, 시간 때우는 소일거리라든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그런 이야기도 있긴 있다), 자꾸 이성과 연애 이야기로 빠진다. 저자의 캐릭터상 가장 하면 안 될 것 같은 소재인 것 같은데 말이다. 여지없이 그 이야기 속 서소씨는 엉망이다. 혼자서는 멀쩡하던 사람이 여자 앞에서 하는 행동과 말들이 최악이다. 서소씨만 문제인 것도 아니다. 가히 최악의 썸 상대라 할만 한 여자들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곧 깨닫게 된다. 결국 이 에세이 최고의 지점이 바로 그 연애 이야기라는 사실을. 처음에는 이 사람 정말 못 말리겠네, 하면서 낄낄거리거나, 작작 좀 하지…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러다 조금 안쓰럽기도 하다. 주변 여자들이 서소씨를 만만하게 보는 건 아닌가 싶고. 그냥 등짝 한번 때려주고 싶은 흔한 삼촌 같은 느낌이다. 조금 주책맞고 생각보다 재주가 많은 38살 먹은 삼촌.

그 모든 러브 스토리(?)의 결정판은 여섯 개의 챕터로 나뉘어 실린 ‘시버러버’라는 에피소드인데, 내용이 너무 자극적인 설정 범벅이라 도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너무 재밌어서 단숨에 읽게 된다는 점이다.
고즈넉이 출발했던 책은 기묘한 에피소드로 마무리 된다. 그리고 그 기묘한 롤러코스터를 타고 종착지에 이르면 희한한 감동이 밀려온다.

서소씨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재밌게 해주는 데 노력을 많이 기울이는 사람이다. 재밌는 이야기를 찾아 최대한 재밌게 전하려는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이 에세이가 에세이계의 신선한 자극이라는 생각보다 웹소설계의 보석 같은 발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소씨의 전략은 자극적인 스토리텔링에 있었다. 이성 앞에서 어떻게든 웃게 만들고 재밌게 해주던 남자의 단련된 재능이 지면 위에 꽃 핀 느낌이다. 그 여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독자들도 서소씨에게 첫눈에 반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결국 그에게 푹 빠지고 말 것이다. 브런치에서 인기가 많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역시 독자들은 보는 눈이 정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량한 블로그
(http://blog.naver.com/bouv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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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독자를 위한 서브컬처론 강의록
우노 츠네히로 지음, 주재명 외 옮김 / 워크라이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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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서브컬쳐를 다룬 다른 책들(예를 들면 오쓰카 에이지)을 읽기 전에 보면 좋을 듯한 입문서. 거칠고 지나치게 단순화 됐음에도 거기서 오는 명쾌함이 분명 있다. 일본이란 나라를 이해하는 데도, 그리고 대중 문화 산업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전통적인 미디어 시대를 통과해온 70-80년대생들이라면 더 즐겁게 볼 것 같다. 실제 강의록을 요약한 책인데, 정말 재밌는 강의를 들은 기분이다. 분명 수강신청 하기 힘든 인기 강의였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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