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함께 사전 아홉 살 사전
박성우 지음, 김효은 그림 / 창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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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이 너무 이쁘다. 색깔, 삽화, 글씨체, 종이 제질 모두 예쁘고 깔끔해서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 눈에도 이뻐 보일 것 같다. 사이즈도 적당하다.
구성도 직관적이고 깔끔하고, 중간부터 펼쳐봐도 상관없는 형식이라 보기 편하다.

책을 읽는 내내 최근에 본 <플로리다 프로젝트>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주인공 ‘무니’가 친구들과 아이스크림을 나눠먹는 모습(‘나눠’ p. 22)이라거나, 엄마와 함께 향수를 팔러 다니는 모습(‘따라다녀’ p. 42), 사고를 치고 모른 척 하는 모습(‘잡아떼’ p. 138), 그리고 끝내 관객과 주인공을 모두 울리는 장면(‘울려’ p.120)까지.
미국 플로리다의 애들이나 우리나라 애들이나 애들은 어디서나 똑같구나 싶었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표현들이란 말이기도 하다.

의사소통 할 때의 ‘센스’랄까, ‘유연한 상황대처’랄까 그런 말들이 떠오르는 교육적인 내용들로 이뤄져있다.
우리는 모두 우리말을 알고 능숙하게 사용하지만, 막상 아이들이나 외국인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려고 하면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감정이나 행동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너무나도 당연해서 설명할 필요 조차 없어보이는 표현들을 쉽고 재밌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그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좋은 시작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잘 알고 있다. 어렸을 적에 혼자서 처음으로 지하철을 타러 갔던 기억이 있다. 조금이라도 준비가 된 상황이었다면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을 것 같다.

우리는 흔히 감정이 먼저고 그것을 설명하는 말이 그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 반대인지도 모른다. 오스카 와일드는 말했다.

“시인이 런던의 안개를 노래하기 전까지 그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말을 모르면 그런 감정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다시 영화 얘기를 해보자면,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주인공 무니는 친구에게 이별에 대해 말하려다 포기하고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오스카 와일드도 말했듯이 그 표현의 영역이 문학의 기능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창비라는 출판사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건지...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ㅎㅎ

일상적으로 아이들이 접하는 표현들 외에도 달래(p.30)나 대접해(p.34)같은 어른스러운 표현들도 있고,
혹은 사과해(p.84), 이해해(p.130), 인정해(p.134)처럼 어른들도 힘들어 하는 표현들도 존재한다. 오늘도 이렇게 아이들에게서 배운다. (배워 p.68)

어른들이 표현에 힘든만큼 아이들도 그것에 힘들어 한다. 나중에 더 표현력 풍부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이 이 책을 보고 많이많이 익혔으면 좋겠다. 모두모두 응원해!!(‘응원해’ p.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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