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을 떠올려보자. 그곳의 분위기 자체가 바로 ‘시간’이다. 그곳에는 지금과 다른 세월이 있고 다른 시대의 누에고치와 번데기가 있다. 옷장 서랍은 칸칸이 수천 날의 어제가 안치된 작은 관이다. 아아, 다락방은 시간으로 가득 찬 어둡고 친근한 곳이라서 그 한가운데 우뚝 서 눈을 가늘게 뜨고 이것저것 떠올리며 과거의 냄새를 맡고 손을 내밀어 옛것을 만져보려 한다면, 아아, 그렇게만 한다면…. p. 14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