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득 이상한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내가 살아 있어 이 우주도 살아 있는 것이라고. 저 하늘 어딘가에 전지전능하지만 생명의 가치를 모르는 이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존의 위대함을 알지 못하고 삶의 투쟁을 하찮게 여기는 이들이, 한 사람의 인격의 신성함을 모르는 자들이. 단지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계약이 있어, 내 생이 유지되는 한 저들이 이 세계를 어쩌지 못하는 거라고…….……아니면 말고.그래도 어디, 사는 데까지 살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었다. 나는 바구니를 고쳐 들고 아만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했다. p.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