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갚아주는 법 - 핵사이다 <삼우실> 인생 호신술
김효은 지음, 강인경 그림 / 청림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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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자는 말했다. 

‘현실에서 용히처럼 행동하다간 찍히기 십상’이라고. 

그런데 나는 되레 찍히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쟤는 왜 저래?’라는 생각이 ‘쟤들이 왜 저러지?’라는 질문으로 확장하는 순간 갑의 잘못이 드러나고 을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 ∥ p. 8-9, 프롤로그



현실에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상상조차 하지 않으면 바뀔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변화는 ‘만약에 이랬다면?’하는 상상에서 시작된다.

소위 말하는 ‘발칙한 상상’ 말이다.



회사 생활을 다룬 비슷한 생활툰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삼우실’은 독보적이다.

공감과 위로를 지향점으로 하고 있는 다른 웹툰들은 현실에 안주한다.

그저 문제점을 묘사하고 뒤에서 투덜대는 걸로 끝이다.

‘오늘도 참는다… 부들부들…’ 하는 마무리.



하지만 진정한 공감은 거기서 멈춰 선 안 된다는 걸 삼우실이 알려주었다.

진짜로 공감하고 위로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

“나도 그래.”라는 말은 “다들 똑같이 살아. 너만 힘든 거 아니야.”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공감이나 위로가 아니라 체념이다.


삼우실은 언제나 “나도 그래.”에서 끝나지 않는다.

비현실적일지라도, 시원하게 복수를 하며 끝을 맺는다. 

부당함을 지적하고, 웃는 얼굴로 되갚아 준다.


물론 그 정도로 성에 안 찰 수도 있다.

어찌 보면 대단히 소심하고 여전히 답답한 대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독자의 추천사처럼 이것은 실화다.


삼: 삼자가 봤을 때 웃긴 글이지만

우: 우리가 겪고 있는 일

실: 실화들 

p. 252


먹고사는 문제에 감정대로 질러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신자유주의가 불어넣은 ‘굶어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우리를 거기서 멈추게 만든다.

직장을 잃지 않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그 아슬아슬한 선,

삼우실은 그 정도 선을 계속해서 유지한다.

(그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무책임하게 쾌감을 주는 걸로 끝나서도 안 되고, 답답한 현실에 변화를 주지 못해서도 안 되니까)


그래도 그건 대단한 변화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변화를 위해서는 딱 한 걸음, 그것으로 충분하다.


∥ 누구나 직장에서 용히가 되기를 꿈꾼다. 물론 쉽지 않다. 나 역시 직장에서 항상 용히일 수만은 없다. 때로는 꽃잎이었고, 때로는 일만이었다. 하지만 겹겹의 시간 속에서 깨달았다. 용기 내어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 p. 243-244


고소한 복수에서 머물지 않고 노동부나 인권위, 공공단체에 호소하는 방법을 제안한다든지, 근로기준법 등의 관련 법규를 알려준다든지, 

다른 관련 서적의 내용들을 인용하기도 한다.

그리 대단한 대처법이 아닐지라도, 저자가 진지하게 직장 내 문제점들을 고민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큰 위로와 공감이 되어주는 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내 직장이, 내 일이 나를 갉아먹지 않게 하는 것이다.

∥ 직업이나 직장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나답게, 너답게, 우리답게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자신을 사랑하면서…. 자신을 사랑하면 용기가 솟는다. 

그런데 이것만큼 좋은 직장생활 호신술이 없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온갖 무례하고 부당하고 불편하고 불쾌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최고의 직장생활 호신술은 바로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용기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 당당히 맞설 수 있다. ∥ p. 236-237



그것은 80년대 생으로 대표되는 밀레니얼 세대가 이제 막 터득한 것이기도 하고,

90년대 이후 생으로 대표되는 Z세대가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는 생각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발칙한 상상’이었던 삼우실의 태도가 앞으로는 상식이 될 거라는 말이다.



얼마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선물했다고 한다.

꼰대들은 좋건 싫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본문 중에 한 구절로 대신한다.



∥ 그렇다고 해서 상사는 자기 자신이 해야 할 잡무까지 막내 업무에 은근슬쩍 끼워 넣지 마시라. 자칫 잘못하다가는 당신이 영원히 막내로 남는 수가 있다. ∥ p. 33



알량한 블로그

(http://blog.naver.com/bouv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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