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문보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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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일기이자 소설인 글을 읽어내려 가다 보면, 

이것이 작가가 받은 상처들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상처는 사소한 연애부터 본질적인 창작론까지 다양하다.


││ 특히 나처럼 시를 쓰는 사람들은 

“예술 하는 놈들이 꼭 아픈 걸 티내더라.”랄지 

“아파야 예술을 하나?”라는 추궁을 받기 십상이므로 더욱 그랬다. 

그런 시선들은 나를 아프게 했다. ││ p. 124-125


그래서 내가 얻은 결론은, 그는 더 아파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계속 창작을 할 것이고,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시를 계속 쓰고, 책을 내고, 브이로그를 하고, 글 딜리버리를 할 테니까 말이다.그게 독자들에게는 훨씬 유익하다.

독자는 좋은 글을 더 보기 위해 그의 고통을 바라게 된다.

창작물을 즐기는 건 그런 가학적인 행위인가 보다.


하지만 그런 독자들의 반응이 없다면 

작가는 글을 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살아가기 힘들 것이다.

독자의 반응 때문에 작가는 다시 살 수 있다.

독자와 작가는 그렇게 공생한다.


││ 어느 날 이상한 글을 썼는데, 

그러니까 나는 개떡같이 말했는데 누군가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그게 시구나 싶어서 시를 썼다. 

개떡같이 말했기 때문에 찰떡같이 알아듣는 누군가 생겼구나, 믿으며. 

그러면 앞으로 훌륭한 개떡이 되도록 애쓰자. 

독자가 찰떡이기를 바라면서. 

왜냐하면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해심이 아니라 이해력이기 때문에. ││ p. 121


이 모든 게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다.

사랑하고, 이별하고, 돈을 벌고, 돈을 쓰고, 돈이 없어 고생하고...

그 모든 게 고통이고 상처다. 

알고 보면 독자와 똑같은 종류의 상처.

시인의 상처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 반면 나는 상어형 인간이다. 

부레가 없어서 멈추면 죽는 상어처럼, 

그래서 잘 때도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상어처럼, 

가만히 있으면 죽어버린다. 

나는 가만히 있으면 죽을 것 같아서 

여러 가지 딴짓을 시전할 뿐인데 

사람들은 내가 열심히 산다고 생각한다. ││ p. 130


시인의 글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종의 과정이다.

최소한 치유는 하지 못할지언정, 그 상처를 예쁘게 포장해 준다.

포장은 중요하다. 사람은 최소한의 포장만으로도 견딜만한 힘을 얻는다.


그런데 시인이 자기 치유는 독자의 상처까지 보듬어주게 된다.

거기에 공생의 비밀이 있다.

시인에 의해 예쁘게 꾸며진 상처는 

흉터가 남더라도 예쁜 문신처럼 남는다.

우리는 고통마저 아름답게 추억하게 될 것이다.


시인이 하는 일이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세상의 상처를 더 예쁘게 만들어 주는 것.


││ 구원은 이상하다. 

한 번 끝난 인생이 다시 끝날 때 그 사이에 구원이 낑겨 있다. 

구원은 늘 막간에만 드러난다. 

아코디언처럼 죽음이 쫙 펼쳐질 때 주름 사이사이에 구원이 숨어 있다. 

오호라. 구원아, 너 거기 끼어 있었구나? ││ p. 240


시인에게 구원은 언제나 살아가는 사이사이에 순간적으로만 존재한다.

시인이 독자에게 해줄 수 있는 구원도 그런 것이다.

상처 자체를 없애줄 수는 없다. 하지만 최대한 예쁘게 꾸며줄 수는 있다. 

어차피 독자가 시인에게 줄 수 있는 것도 그런 일시적인 것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것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다. 

이게 다 상처가 너무 많아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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