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현자 - 왜 세계 최고의 핫한 기업들은 시니어를 모셔오는가?
칩 콘리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정년의 개념이 무색해지는 백세 시대가 왔다.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이전의 기준에 맞춰 은퇴 시키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 책은 은퇴시기의 일꾼들이 계속 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갖추지 못한 덕목을 갖춘 꼭 필요한 인재들임을 증명하려고 애쓴다.

저자 본인이 뒤늦게 에어비앤비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증명에 절실함이 느껴진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이 많은 일꾼들은 현자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젊은 일꾼들, 특히 어린 나이에 많은 권한을 부여받은 관리자나 CEO들을 위해

훌륭한 조언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터의 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쌓아올린 경력과 경험은 현자에게 필요한 필수적인 자산이다.

특히나 젊은이들이 갖지 못한 자산이라는 면에서 나이 많은 사람들만이 가지는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핵심은 현자의 위치가 보조적인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제 조언자의 위치로 내려가려는 그 사람들도 한때는 젊은 주역이었다.

이는 확실히 젊은 인재들 위주의 업무 환경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굴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이 책은 먼저 젊은이들을 설득해야 하는 곤란한 조건을 전제한다. ‘당신들은 우리 은퇴 세대의 조언이 필요하니, 어서 우리를 쓰시오!’)


││ ​솔직히 말해 과거에 나는 주목받길 좋아했다. 하지만 이제는 무대 뒤에서 주연배우들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있었다. 한때 인기배우였던 내가 연기코치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p. 119 ││



하지만 이것은 그런 상하의 개념이 아니라 상보적인 개념에 가깝다.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이를 더 이상 경쟁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젊은이를 돕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도움을 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도움을 받기도 한다.

오랜 경력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현자들은 젊은이의 에너지와 아이디어, 동시대성을 배울 수 있다.


이것은 수평적이고 연대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세대 간에 경쟁할 필요가 없다. 서로 도우면서 파이를 더 늘려갈 수 있는 것이다.


││ 이제는 세대 간에 서로 욕하는 것을 멈추고 우리 모두 서로에게서 배울 게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때다. p. 102 ││



젊은이의 패기와 노인의 지혜.

둘의 결합은 이상적인 인간상을 떠올리게 한다.

고대 서사시에 등장하는 영웅 ‘베오울프’는 종종 노인의 얼굴에 젊은이의 육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지혜와 힘 모두를 가지고 있는 존재. 저자가 생각하는 신구 세대의 조화는 바로 그런 강력함을 표방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건 ‘꼰대’라는 단어다.

현자가 되기 위해선 모든 걸 내려놓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

책 속에서 종종 언급되는 영화 <인턴>에서처럼, 인턴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 선행되어야 한다.


││ 자기가 하던 역할을 모두 떨쳐버리고, 모든 옷을 벗어 던지고, 관습까지 포기해 버리면 가장 순수한 형태의 자신만 남는다. 그리고 그때부터 일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한다. p. 112 ││


││ “경영진으로서의 책임을 내려놓고 인턴으로 일하자, 오랫동안 눈치도 못 챘던 여러 가지 일들을 곰곰이 생각하거나 궁금해 할 수 있었어요. 가끔은 예전에 회사에 다닐 때 누렸던 권력과 특권, 위신이 그립기도 하지만 지금의 이 자유롭고 스트레스 없는 생활에 감사하고 있어요.” p. 130 ││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꼰대만이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은퇴 세대의 재취업은 당사자들 보다 젊은 인재의 노력과 개방성에 더 많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 (...) 안타깝게도 나이 든 노동자들에 대해 양면적인 감정을 가진 고용주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들의 양면성은 대부분 증거도 별로 없는 일련의 꾸며낸 이야기와 고정관념의 산물이다. 생산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아직도 산업시대에 매여 있다. p. 275 ││



꼰대는 당연히 문제지만, 모든 조언을 꼰대 짓으로 치부하는 젊은이에게 일터의 현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무작정 꼰대를 혐오하는 건 젊은 꼰대가 돼 버리는 지름길이다. 그건 기업에 어떤 이익도 가져다주지 못하는 태도다. 오히려 치명적인 손해다. 


이 책은 일터의 현자에게 필요한 소양을 알려주는, 나이 많은 일꾼만을 위한 책은 아니었다. 

현자가 필요한 일터의 상황들은, 젊은 리더와 젊은 직원, 젊은 기업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반면교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변화무쌍한 사회적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건 나이 많은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직업인들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변화에 적응하는 베테랑처럼 무서운 존재가 있을까.

젊은 사람들은 긴장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는 모두 늙는다.

젊은이는 지금의 은퇴세대보다 더 오래 살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들을 경쟁자처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 남의 일이 아닌 이유다.


││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조상에 뿌리를 두고 있고, 여러분과 나는 단순히 훈련 중인 원로일 뿐만 아니라 훈련 중인 조상이기도 하다. 우리는 후손들에게 어떤 선물을 남기게 될까? p. 311 ││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나이 많은 사람을 고용해서 잔소리를 사서 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공유경제 시대가 내세울 수 있는 진정한 공유 가치다.


││ 여러분이 자신의 지혜를 혼자서만 간직한다면, 여러분의 죽음과 함께 그 지혜도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세월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선물을 나눠준다면, 그 지혜는 절대 늙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에 오래 머물수록 뭔가를 남길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 우리가 그렇게 되고자 한다면, 우리는 모두 계속 발전 중인 ‘현자’들인 것이다. p. 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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