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디까지 행복해봤니? - 네 마음이 반짝반짝 빛나는 곳으로 너를 데려다줄게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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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여행을 다니며 현자들에게 지혜와 조언을 구한 내용이 

사실과 허구를 동원해 구성돼 있다.

인도 델리 대학교 힌두철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는 

저자 이력을 고려해 봤을 때 

적임자를 만난 내용 같다는 생각도 든다.


현자들이 의례히 그렇듯이 이 책의 내용도 선문답이 난무한다.

때로는 모순되는 주장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단어의 정의가 모호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자면서 꾸는 꿈’과 ‘장래에 대한 꿈’)

그래서 초중반까지는 확실하게 작가의 주장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굳이 지혜를 구하러 

오지의 소수민족을 찾아간 것도 조금은 신경이 쓰인다.

서구중심적인 오리엔탈리즘을 답습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서구와 동양, 오지와 도시 등의 이분법도 

지나치게 그들의 가치관을 신성시 하는 건 아닌가 싶고.


물론 도시와 자본주의에 익숙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과 발상의 전환을 주기 위해서는

전혀 외딴 곳에 사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것이 적당한 선택 같기는 하다.


항공사 광고 카피를 연상시키는 제목과는 다르게 

의외로 이 책은 여행을 말리는(?) 책이다.

여행의 낭만과 도피성에 적당히 현학적인 선문답을 

얹어놓은 그런 무책임한 책은 아니다.


마음 가는 대로 살다가는 어디로도 못 간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마음이 가도록 해야 한다. 

누군가는 흐름에 몸을 맡기고 살라고 한다. 

하지만 먼저 당신이 그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말해주지 않는다. 

p. 172


저자가 여행 대신 처방해 주는 것은 ‘꿈’이다.

저자는 말한다. 

여행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대신 꿈이 만들어 준다.

꿈이 있다면 여행은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다.

꿈은 일상을 곧 여행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여행이 순간적인 쾌락이라면, 꿈은 지속적인 기쁨이다.


쾌락은 면역이 된다. 

쾌락의 양을 늘려가지 않으면 처음 같은 감흥을 주지 못한다. 

(...)

반면 기쁨은 익기를 기다렸다가 나무에 올라가서 딴 열매이다.

계획했고, 정성을 들였고, 땀 흘려 나무를 탔고, 

내 마음에 들어서 눈독 들여왔던 바로 그 과일을 딴 것이다.

과정이 있고 성취가 있다. p. 161


저자는 해답을 찾아 멀리 돌고 돌아 자기 마음으로 다시 돌아왔다.

사실 문제와 해답은 아주 가까이, 즉 자기 마음속에 있었던 것이다.

젊은 독자들이 자기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굳이 떠날 필요가 없다고, 

내가 필요한 말을 미리 듣고 왔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행복을 찾아가려고 애쓰지 말고, 

지금 있는 그 자리를 의미 있게 만들어라. p. 180


자기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어딜 가도 지금 이곳과 다를 바가 없다.


꿈은 미래를 상정한다. 

미래는 우리 삶에 맥락을 만들어 준다.

맥락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삶에 의미를 부여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맥락 없이는, 의미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에 

꿈은 중요하다.


우리는 길게 이어진 의미와 맥락의 복도를 

거닐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그곳은 모든 일들에 앞뒤가 있고 사연이 있으며, 

우리 안에서 끄집어내는 기억이 있는 세계다. p. 176


저자는 여러 번 꿈을 가진 사람을 ‘우편물에 붙여진 우표’에 비유한다.

어디로 가는 지 아는 사람은 혼란스럽지 않다.

힘든 일이 있어도 참아낼 수 있다.


그만큼 우리는 의미를 잃어버린 세상에 살고 있다.

그리고 현자들이 모든 인생의 의미를 다 찾아 줄 수는 없기에

우리는 우리 안에서 꿈이라는 의미를 각자가 알아서 찾아야 한다.

방향을 잃어버린 시대에 꿈이라는 각자도생을 제시하는 것이다.


저자가 여행 중에 우리에게 보낸 엽서에는 선문답처럼 

얼핏 아무 내용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거기 붙은 우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자의 애정 어린 응원이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젊은 영혼들이여, 꿈을 가져라!

그 꿈을 갖고 나가 패배하라.

그리고 그 깨어진 꿈의 조각들을 

하나도 흘리지 말고 삼켜라.

그리고 기다려라.

여기에 인생의 마법이 있다. p.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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